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월 1일 폐업한 호텔리베라의 철거 중단과 공영개발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지역시민사회단체와 정당, 종교단체 등으로 구성된 '호텔리베라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22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안그룹은 호텔리베라 철거를 중단하고, 대전시는 공영개발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호텔리베라유성의 폐업 이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36명 노동자들의 일자리 박탈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호텔리베라 정상화를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하지만 신안그룹은 호텔리베라 폐업의 구체적인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내놓지 않은 상태로 '철거 강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시민대책위는 '제3자 매각'을 통한 '호텔정상화' 및 '공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호텔리베라의 영업이 중단될 경우, 인근 상가가 초토화되고, 유성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지난 20일 이른 아침, 굴삭기를 대동한 일용노동자 10여명이 호텔리베라의 조경수 철거에 나섰다. 조경수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호텔철거를 위한 '펜스'를 설치하려는 작업인 것. 이에 천막농성을 하던 노조원들이 이를 막아섰고, 시민대책위까지 나서서 강력히 항의하자 철거업체는 본사 조경팀장과 협의 후 일단 철수했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와 노조는 신안그룹이 호텔리베라의 폐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악영향을 알면서도 지역사회와 아무런 협의 없이 호텔 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호텔리베라 철거 중단과 제3자 매각을 통한 공영개발'을 촉구했다.
시민대책위는 "호텔리베라의 폐업은 136명의 직원뿐만 아니라 호텔 주변 상가에 고용되었던 노동자 126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상인들도 매출 급감으로 폐업 사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내 폐업하겠다는 곳이 많다"며 "매출 급감에 따른 영세상인들의 줄 폐업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적폐 재벌의 재산권 행사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와 시민대책위는 이후에도 합의되지 않은 모든 철거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을 밝히며,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은 호텔 정상화를 위해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대전시를 향해 "이미 잘 알고 있듯이 호텔리베라 노동자들과 인근 상인들의 고통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어떠한 직접적 행동 없이 이 사태를 방관만 하는 것에 우리는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전은 교통, 지리적 여건 및 첨단과학도시로서의 위상 등으로 전시컨벤션 산업의 최적지다. 그러나 현재의 대전컨벤션센터만으로는 대형 행사 유치 등에 한계가 있다"며 "이를 보완해 왔던 호텔리베라의 폐업으로 대전시가 추진했던 MICE산업 육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안으로 제기되는 '공영개발'은 적극 추진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또 "호텔리베라는 지난 IMF시기 국민의 혈세 공적자금 700억여 원을 투입해 살려낸 호텔"이라면서 "그럼에도 사적 이익 추구만을 위해 호텔을 폐업하고 철거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처사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끝으로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호텔리베라를 적폐 재벌 박순석의 처분만을 기다릴 수 없다"며 "박순석 회장은 호텔리베라 철거를 중단하고 3자 매각을 통해 호텔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창근 민중당 대전시당 상임위원장은 "리베라호텔 자산에는 국고 700억 원이 들어 있다. 박순석 회장은 먹고 튀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공영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면서 "박 회장의 그동안의 행태를 볼 때 상생의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대전시와 유성구가 공영개발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규 서비스연맹 부위원장도 "지방자치단체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역노동자들이 내쫓기고 지역경제가 파탄 나는 이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인가"라고 비난하면서 "군산 GM사태가 터지자 정부와 군산시가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대전시도 호텔리베라를 더 이상 방관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호텔리베라노조는 이날부터 시청 앞에서 '호텔정상화'와 '공영개발'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시작했으며, 시민대책위는 23일부터 1인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29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 대전시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