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6일 법원의 첫번째 판결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해 5월 2일 첫 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주 3~4회에 걸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공판을 117차례 진행해왔다. 삼성 뇌물수수, 문화예술계지원배제(블랙리스트), 청와대 문건 유출 등 혐의가 방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문고리 3인방을 포함한 증인 138명이 법정에 서기도 했다.
① 18개 혐의 중 15개는 이미 유죄 판결"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통령과의 공모관계 인정돼", "주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어"국정농단 핵심인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15개 혐의가 이미 공범들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블랙리스트 항소심은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판단했다. 재판부(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는 "대통령과 보좌진이 직접 나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개인과 단체를 조직적으로 지원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중대한 위법"이라며 "대통령도 지원배제를 포괄적으로 승인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 또한 앞서 박 전 대통령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이 공무누설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결정이 있어 충분히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가장 핵심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판결이다. 최씨의 혐의 중 미르·K스포츠재단 대기업 지원 강요 등 13개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이며 그 가운데 11개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누어 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하여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② 박근혜도 '삼성 뇌물'은 무죄일까?그러나 무죄 가능성이 높은 혐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형량이 가장 높은 건 뇌물수수다. 특가법상 뇌물수수는 받은 금액이 1억 원 이상일 경우 징역 10년 이상부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유라 승마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등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은 뇌물 혐의만 해도 3가지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3부)는 제3자 뇌물죄인 미르-K스포츠재단과 영재센터를 무죄로 판단했다. 뇌물죄는 범죄 대상이 필요한 '대향범(對向犯)'에 해당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인 최씨 또한 1심에서 이 부분이 무죄였다.
하지만 나머지 뇌물 혐의는 유죄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건넸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에서 구속됐고, SK 뇌물수수 또한 최씨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③ 반성의 기미 없고, 재판 보이콧... 감형 요소 거의 없어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재판부가 감형을 고려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민간인인 최씨와 달리 대통령이라는 신분으로 국정농단을 일으켰고, 본인의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반성의 기미는커녕 변호인단을 통해 계속 범행을 부인해왔다. 또, 재판부가 구속기간을 연장하자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택해 사실상 자신의 방어권을 모두 포기했다.
재판부가 그나마 유리하게 고려해줄 수 있는 정황은 박 전 대통령에게 과거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정도다. 법원이 공범인 최씨에게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겐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