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충분히 알겠어많이 힘들었지 - 디카시 <노숙 고양이에게> 비자 연장에 문제가 생겨 이번 봄학기 갑자기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중국의 대학에서 이 달에 다시 비자 연장 신청을 하기로 해서 빠르면 봄학기 중간에, 늦어지면 다음 학기에 중국의 대학으로 들어갈 것 같다. 30년 넘게 교편을 잡으며 공백이 거의 없이 빡빡한 일정으로 보내다 학기 중에 여유를 가지기는 처음이라 지난 번 홍콩에서 약 20일 체류하며 재충전을 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고향집 마당 잔디 잡풀 약도 치고, 텃밭에 과수 묘목도 심고 전정도 하며 인근 연화산 등산도 하며 또 자주 고성읍내에서 지인들과 커피도 마신다. 딸아이에게 카톡으로 완전 은퇴하면 고향집에서 텃밭도 가꾸고 해외여행도 하며 지내되, 진돗개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개를 키우면 매여서 여행도 못하니 고향집에 가끔 오는 야생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나을 거이라고 해서 그것도 고려해보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어제 저녁에 테라스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데, 고기 냄새를 맡고 고양이가 찾아 왔다. 딸아이 조언도 있고 해서 고양이에게 고기 몇 점을 주었더니, 바로 나의 선의를 알아차리고는 경계를 풀고 강아지처럼 금방 따라 다닌다. 집안으로 불러들이니 집 안으로도 따라 들어온다.
털은 거칠고 지지분하며 몸은 매우 말랐다. 꼬리 위 부분은 꼬부라져 있어 자세히 보니 꼬리가 꺾인 상태였다. 젖은 수건으로 몸을 딲아주며 집 안에서 같이 두세 시간을 보내고 바깥에 내어 놓았더니 밤 늦게까지 현관 앞에 쪼그리고 있더니만 어느 순간 사라졌다.
신기하게도 아침에 다시 찾아왔다. 반가워서 집 안에 들여서 같이 시간을 보내다 고성읍내에 점심약속에 있어서 나갔다. 마치 비가 조금씩 내려 테라스에도 습기가 차 고양이가 있기는 힘들 거 같았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집 안에 가두어 둘 수 없는 노릇이라 현관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나갔다.
고양이의 눈빛을 보니 간절히 도움을 갈망하는 그런 거였다. 먹이 때문이기 보다는 외로워서 그런 것 같았다. 집 주변에 야생 고양이가 무리를 지어 다닌다. 그런데 이 고양이는 그 무리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 고양이임에 틀림없었다.
어제 저녁에도 다른 고양이들도 모습을 보이긴 했는데, 그들은 나를 경계하며 제빠르게 도망 가 버렸다. 이 고양이를 위해 물도 떠 주고 음식도 테라스에 놓아 주었더니 다른 고양이 무리가 와서는 먹다가 내가 나가면 도망 가고 그 무리 틈에 끼지 못한 이 고양이만 홀로 남겨졌다. 이 고양이는 아예 그 무리를 따라 가지 않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테라스까지 빗물이 들이쳐 고양이가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비가 개이고 다시 무리에서 떨어져 소외감을 느껴 외로움이 깊어지면 다시 고양이가 나의 따스한 손길을 기억하고 아마, 찾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