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8일 오후 8시 55분]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 3월 말에 이어 40여일 만에 다시 방중한 것이다.
8일 중국 <CCTV>는 시 주석이 다롄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가 "현재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만 하다가 김 위원장이 다롄을 떠난 뒤 관영매체를 통해 회담 사실을 밝힌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북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며 "관련국들이 북한에 대한 적대 정책과 안보 위협을 제거하면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으며 비핵화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며 책임을 지고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전면적으로 추진한다면 최종적인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도 CCTV와 거의 동시에 두 정상의 만남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다롄을 방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회동 사실은 중국 정부가 우리 쪽이 미리 알려왔다"고 밝혔다. 지난 7일 밤부터 김 위원장 전용기의 목격담이 회자돼왔는데, 김 위원장이 다롄을 떠난 뒤 북·중은 물론 관련국이 확인하고 나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김 위원장이 40일 만에 또 시 주석을 만난 데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미 갈등에 대한 중국의 중재 역할을 요청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본다"고 진단했다. 또 "북한의 핵탄두와 ICBM 폐기 방식과 관련해 북한이 중국으로의 이전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중국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통해 핵포기 후 북한의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방중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은 이처럼 비밀회담을 열곤 했다"고 설명했다. 1972년 마오쩌둥과 닉슨의 회담을 앞두고 저우언라이와 김일성이 비밀리에 만나 긴밀하게 사전 논의를 했던 일이 그 예시다.
박 교수는 항공모함 시험운항과 김 위원장의 방중이 겹친 데 대해 "항공모함과 북중동맹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봤다. 그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협정과는 관계 없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백악관도 이를 확인하면서 한미동맹을 과시하지 않았냐"며 "북한과 중국도 다시 한번 북중동맹을 과시하고 아울러 항공모함도 보여줘서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걸 차단하려는 게 아닌가 한다"고 풀이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에게는 비핵화를 성실히 추진하라는 경고와 동시에 안전보장을 확실히 하겠다는 포상의 메시지가 갔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