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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성 목사가 거주하는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A사 건축 현장.
최병성 목사가 거주하는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A사 건축 현장. ⓒ 김병기

"지난주 검사 나리께서 내게 징역 5년을 구형했어요. 나를 감옥에 넣겠다는 거네요."

지난 3일 환경운동가이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최병성 목사(10만인클럽 회원)로부터 짧은 문자가 왔다. 이날 검찰이 남재준 전 국정원장에게 구형한 것과 같은 형량이었다. 최 목사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의 죗값과 맞먹는 것일까? 

최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가 2014년 4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뒤에 주민들의 편에 서서 제조·화학 업체 A사와 맞서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주민들은 그 이전부터 A사가 추진하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한 초등학교 앞산(부아산)에 건축되는 것을 반대해왔다.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지상파 방송사와 함께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취재해 온 최 목사가 자기 동네로 이주해왔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요청했다. 최 목사가 지난 4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A사의 받은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자, A사는 주민 2명과 함께 최 목사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4월 26일에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 목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탄원서] "최병성에게는 벌이 아니라 상 줘야 한다"

이날 최 목사는 자기 페이스북에 이 소식을 아래와 같이 알렸다.

 최병성 목사가 징역 5년형을 구형받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최병성 목사가 징역 5년형을 구형받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 화면캡처

여기저기에서 위로 전화가 폭주했단다. 최 목사의 선고공판일인 오는 24일을 앞두고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개신교 시민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직접 나섰다. 지난 9일부터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무죄 판결 탄원하기'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만에 5000여 명이 서명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와 기윤실 자문위원장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분들이 남긴 의견도 많았는데요, '최병성은 무죄다' '최병성은 환경과 아이들을 위한 공익을 실천했는데 벌이 아니라 상을 줘야 할 사람이다' '징역 5년? 검찰이 정신이 나갔다' 등의 말을 남겼더라고요." 

지난 10일에 만난 최 목사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서명에 참여해 주셔서 감동을 받았다"면서도 검찰이 자신에게 5년을 구형한 것의 부당함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병성 목사가 A사의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최병성 목사가 A사의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 김병기

[업무방해 1] 최병성 목사는 선동했나?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최병성 5년 구형'의 죗값 중 업무방해 혐의는 주민들을 사실상 선동해서 A사가 건설하는 연구소를 짓지 못하게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최 목사가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허위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하여 공사허가를 받았다", "시멘트 혼화제는 주민들에게 유해하다"고 말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최 목사가 벌목하는 공사 인부들에게 "불법적으로 벌목하면 당신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공사를 방해했다고 적었다.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력(威力)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죄'이다. 검찰이 최 목사에게 업무방해죄를 물으려면 환경영향평가서 허위 작성 여부가 확인되어야 한다. 또 최 목사가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선동한 것인지의 여부도 쟁점이다. 

우선 최 목사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A사는 용인시에 건축 사업을 3번이나 신청했는데 반려되거나 스스로 취하했다. A사는 연구소를 지을 목적으로 2009년에 부아산 1만1378㎡를 매입했다. 이곳에 지하 2층·지상 3층, 연면적 5247㎡ 규모의 건물을 지을 목적이었다. 하지만 2010년에 용인시는 해당 부지는 보존녹지이고, 급경사이기에 산림훼손이 우려되고 초등학교 앞에 있어서 학생들의 안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업신청을 취소했다.  

A사는 2011년, 2012년에 두 번에 걸쳐 사업신청을 냈다. 이때 용인시는 A사 측에 각각 '폐수 발생 여부를 밝혀야 한다' '용인시 개발조례에 따른 지형도'(경사도 값 17.5도 이하일 때에만 개발 가능함)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A사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사업신청을 취하했다.

A사는 그 뒤에도 연구소 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2013년에 사업 신청을 냈고,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주민설명회도 개최했다. 주민들은 산림을 훼손하고 초등학생들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으며 화학물질에 따른 오염 등을 내세워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은 '폐수배출 시설은 입지를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아 환경영향평가서에 사인을 했다. 용인시도 폐수를 배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도시계획시설로 인허가했다.

 초등학교 앞산에 건축중인 A사 연구소.
초등학교 앞산에 건축중인 A사 연구소. ⓒ 최병성

최 목사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은 이즈음인 2014년 4월이었다. 용인시는 2014년 10월에 건축허가, 2015년 1월에 착공허가를 내줬다. 환경영향평가 때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생각했던 주민들은 용인시가 허가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최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들이 최 목사 집에 찾아왔고, 교장도 함께 만났다. 최 목사는 주민의 초청에 따라 대책회의에 참석해 '콘크리트 혼화제' 등에 대해 설명해줬다.

따라서 최 목사는 "그동안 연구소 건립이 지연된 것은 제가 주민들을 선동해서가 아니라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도 주민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았고, A사가 개발을 할 수 없는 곳에 연구소를 지으려고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무방해 2] 법적 보호 가치가 있는 사업인가?

최 목사는 "최소한 법적으로 보호가치가 있을 때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면서 A사의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문제점도 지적했다. 실제 용인시는 2016년 4월에 A사의 건축허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폐수를 발생하지 않는다는 용인시의 사업 인허가 조건을 어긴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A사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용인시 건축허가 취소를 취하해달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청구해서 승소했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이같이 '재결'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용인시가 2014년 2월 5일에 A사와 MOU를 체결하고 토지를 매입해 연구소 추진했기에 건축허가 취소는 신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또 이 업체가 제출한 서류에서는 폐수가 하루에 0.1 세제곱미터(100리터 정도)에 불과하기에 폐수배출 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최 목사는 "토지구입은 2009년9월이고, MOU를 체결한 날은 2014년 2월5일이었기에 체결 이전에도 이미 3번에 걸쳐 사업을 추진했고, 업체 측이 밝힌 1일 폐수 발생량 40리터는 화장실 변기를 3번 정도 사용하는 양"이라면서 "이 정도의 폐수가 발생한다면 연구소 설계도에 있는 13톤 규모의 수중양생조(실험용 콘크리트를 만들어서 물속에서 굳히는 시설)와 23.25톤 용량의 폐수처리장은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최 목사는 "이전에 용인시가 A사의 건축허가를 취소한 것도 폐수배출 시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착공 허가를 받으려면 한국산업안전공단에 '건설공사 유해 위험 방지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데, 이를 최종 검토하던 국가안전기술사가 폐수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A사 인허가 서류와는 달리 수중양생조와 폐수처리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국회에 공익제보하면서 용인시가 취한 조치였죠."  

 초등학교 바로 옆에 건축중인 A사 연구소
초등학교 바로 옆에 건축중인 A사 연구소 ⓒ 최병성

[명예훼손 1] "검사 출신이 아닌데..."

검찰이 구형한 '5년 징역형'에는 최 목사의 명예훼손 혐의도 포함됐다. 우선 최 목사가 2015년 1월 31일에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다음과 같은 글을 문제 삼았다.

"이 회사 회장님이 서울대 법대를 나오신 검사 출신이랍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소송으로 나오면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배 째라 강행하고 있습니다. 네, 법을 그리 잘 알아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하고 사용하는 화학물질 양을 1/10로 속이셨군요."

검찰은 공소장에 A사 회장은 "검사로 임관된 사실이 없고, 법을 악용하여 직접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한 사실이 없었다"고 적시했다.

최 목사는 "회장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 와전되면서 검사 출신이라는 말도 잘못 보태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1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원이 환경청장에게 A사의 '환경영향평가는 허위다'라고 지적한 사실이 있다"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에는 A사가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월 20~30kg이라고 말했다가, 착공 신고한 뒤에 주민들에게 보낸 답변서에는 월 206.5kg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명예훼손 2] A업체와 B방송사

최 목사의 또 다른 페이스북 글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2015년 2월 4일에 올린 아래와 같은 글이다.

"해당 기업 로비 덕에 한 차례 방송이 보류되었다가 상지대 교수님을 모시고 환경영향평가 허위 작성 건을 보태고서야 다시 방송이 나가긴 했는데... 참, 찝찝하네요."

검찰은 이 건을 기소하면서 해당 기업은 로비를 한 적이 없다고 하고, B방송사의 기자도 최 목사에게 '업체의 로비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기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거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실제 B방송사 기자는 법정에 출석해서 "환경전문가도 아니고 단순 취재원에 불과한 최병성에게 그런 말(A사의 로비)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최 목사는 "방송 기자가 나에게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보도 날짜까지 알려줘서 아파트 구내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는데 불방됐고, 기자와 나는 용인시청에 가서 공동 인터뷰를 했을 뿐만 아니라 한강유역관리청에서의 비밀 녹음에 대한 녹취록까지도 나에게 보낼 정도의 관계였다"면서 "방송이 한 차례 안 나간 것에 대해 기자에게 물었더니, '회사와 임원이 연관되어 있더라'는 말을 해서 페이스북에 그렇게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방송 기자가 법정에서 증언할 때 로비 사실을 부인했지만, 계열사 업체의 선배로부터 '업체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전화를 받은 사실은 시인했다"면서 "방송사 내부의 선후배 관계가 아니라 나를 고소한 업체가 계열사 선배에게 전화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라면서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과 도둑] 5년 징역형에 대하여

 최병성 목사 무죄 판결 탄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최병성 목사 무죄 판결 탄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 화면 캡처

15일 현재 최 목사에 대한 탄원서 서명자는 9000명을 넘어섰다.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사교육걱정없는학부모회와 기윤실은 이번 주 중에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은 오는 24일에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까? 최 목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도둑을 보고 '도둑이야'라고 소리친 사람입니다. 검찰은 제가 도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죄를 물었습니다. 검찰은 불법 인허가를 받은 혐의가 있는 업체를 수사해 처벌했어야 합니다. 설령 제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을 했다고 해도 국정농단 사범도 아니고 5년 징역형에 처할만한 범죄일까요? 지금도 주민 90%는 반대하는 사업입니다. 검찰은 대체 누구 편인가요?"


#최병성#탄원운동#콘크리트혼화제#소송#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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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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