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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진 스님
명진 스님 ⓒ 유병문

"웅장하게 쓰셨더라고요."

김중배 전 MBC 사장이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에게 건넨 인사말이다. 지난 1일 저녁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명진 스님을 만난 김 전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스님, 어떤 게 잘사는 겁니까>(다산북스 출판)를 읽은 소감을 알 듯 말 듯 한 선문답처럼 던졌다. 명진 스님은 유쾌하게 웃는 김 전 사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웅장하다기보다는... 화장실에서 그냥 편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하-하-."    

[책에 없는 추천사] "웅장하게"... "원초적 배설의 공간에서"

 명진 스님
명진 스님 ⓒ 유병문

<오마이뉴스>는 이날 모임에 참석하기 2시간 전에 명진 스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스님에게 추천사를 써줄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많았을 텐데, 이 책에는 없다. 그래서 스님께 물었다. 책을 펴낸 지 한 달도 안 돼 5000부씩 3쇄를 찍을 정도로 호응이 폭발적인데, 직접 연락해서 소감을 말해준 인사도 있을듯했다.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님은 '남 욕하면서 살기 바쁘실 텐데 언제 책까지 쓰셨나요'라면서 감탄을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한승헌 변호사님도 '너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그냥 화장실에 놓고 편안하게 심심풀이로 읽으시라 했더니, '원초적 배설의 공간에서 읽어야 할 아주 귀중한 책'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저로서는 고맙죠."

나는 명진 스님에게 보인 3명의 반응을 이 책의 추천사로 소개하고 싶다. 한 마디로 편안하게 술술 읽으면서 '웅장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마음속에서 불현듯 치미는 화의 불길을 잡고, 고통을 뛰어넘는 수행 방법에서부터 촛불 혁명 이후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의 통찰을 담았다.

이날 인터뷰를 마치며 조심스럽게 던진 나의 우문부터 소개한다. 명진 스님은 현답으로 응했다.

- 스님은 극락에 가실 수 있을까요?
"저는 극락을 가려고 하거나 지옥을 두려워하지 않죠. 다만 지금 내 행위가 옳은가, 그른가를 살피며 두려워할 뿐이죠. 나는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않은가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내 행위가 힘들고 어려운 사람의 편인가, 힘 있는 자들, 부자의 편인가. 나는 이것이 두렵습니다. 너무 거룩한 답변이어서 내 입으로 말하고 나도 놀랐습니다. 하-하-."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불가의 말이다. 그는 산중 절에만 앉아 있지 않았다. 최루탄과 지랄탄이 쏟아지던 거리에 있었고, 이명박-박근혜 시대의 탐욕과 미망을 깨려고 맞섰다. 그는 속세의 탐욕을 독설의 죽비로 내리쳤다. 산사의 목탁 소리가 아니라 광화문 촛불 바다에서 울려 퍼지던 '탄핵의 염불'을 들으며 수행했다.

 명진 스님
명진 스님 ⓒ 유병문

[염주 한 알] 우리 안의 이명박과 박근혜

글은 생각의 마디다. 시간을 들여 한 생각, 한 문장에 집중하면 생각은 또 다른 생각으로 매듭을 짓고 다음 생을 이어간다. 다음 문장, 문단으로 꼬리를 무는 생각 속에서 툭 튀어 나오는 염주 한 알. 그게 깨달음이다. 그 결정체는 머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온몸으로 부딪치는 삶일수록 알이 옹골차다. 말과 글에 머물지 않고 행동으로 물었기에 정직하다.

'스님, 어떤 게 잘사는 겁니까?'

한 번쯤은 던져봤을 질문이다. 명진 스님이 펴낸 273쪽의 책에는 이 물음의 해답은 없다. 범상치 않은 길을 걸어온 스님의 삶과 지혜, 통찰과 수행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우리 모두가 자기만의 정답을 향해 가는 길목을 밝혀줄 뿐이다. 

- 왜 책을 내셨나요?
"촛불 이전에는 물질적 욕망이 도덕과 이성을 마비시켰죠. 무조건 잘 살고 보자는 천박한 경제관이 팽배했고, 결국 지저분하고 멍청한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촛불은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시켰는데, '우리 안의 이명박, 박근혜'를 몰아낸 것이기도 하죠. 어떤 삶을 살까?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미래도 없죠. 이런 고민과 미래 희망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명진 스님은 "우리는 물질 욕망을 채우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물질적 토대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지만, 물질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강원도 인제의 용화선원에서 한 철을 보냈어요. 산책을 많이 했는데, 처녀치마, 돌양지꽃, 물초롱꽃... 야생화들은 자태도 예쁘고 향도 좋습디다. 밤엔 달빛에 젖고, 새벽엔 이슬을 머금겠죠. 그런데 좋은 온실에서 온도를 맞추고 거름과 물을 줘서 키운 꽃은 대통령 취임식, 축하연, 결혼식장에도 가고 꽃다발로 묶입니다. 그다음은? 쓰레기통에 버려지죠.

어떤 꽃이 행복할까요?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홀로 피고 지는 꽃과 좋은 환경에서 키워진 꽃.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온실에서 재배되는 꽃과 자기 가치를 살다가 지는 꽃. 인간이라면 어떤 꽃으로 살고 싶은가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건 아니죠. 남에게 잘 보이려고 자기의 모습을 억지로 바꾸는 삶은 인간다운 삶이 아닙니다."

[염주 두 알] 한 문장

문장은 뜻의 조합이다. 생각이나 감정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 완결된 내용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다. 이 책 한 권에는 어림잡아 6500여 개의 문장이 적혀있다. 책을 덮으니 머릿속에 수많은 단어와 문장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표시해두었던 책장을 다시 폈다. 

"잘 사는 법은 잘 묻는 것이다. 수행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주인은 자유롭다... 오직 자유인만이 'NO'를 외칠 수 있다... 'NO'는 주인의 언어이다." 
"수행을 두 단어로 정리하면 '집중'과 '지속'이다.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어미 닭이 알을 품듯이."
"앎은 생각의 뿌리다. 동시에 욕망의 뿌리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욕망할 수 없다. 따라서 마음을 비우려면 이 앎에서 벗어나면 된다. '모름'을 닦아나가는 것이다."
"죽음만 한 스승이 없다. 죽음을 앞에 두고 늘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다."
"정직하게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정직은 사심 없는 태도다. 사심을 버리면 바로 보인다. 그것이 안목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이자 지혜이다."
"공정함을 따로 찾을 필요 없다. 뿌린 대로 거둘 수 있게 하면 된다. 이는 자비다. 당하는 자에게 가혹하더라도 그 죄를 단죄하여 사회를 공정하고 밝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진 스님에게 물었다. 이 책에서 꼭 말하고자 하는 한 문장이 있다면? 그는 책 167쪽을 펴들었다.

"사필귀정이죠. 부처님의 <상응부경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죽을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누구도 데려갈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끝없는 욕망으로 살다가 죽습니다. 이때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살면서 한 행위입니다. '업'이죠. 선업은 그림자같이, 악업은 메아리같이 나를 따라다닌다고 합니다. 내가 행한 것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합니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라는 책을 펴낸 명진 스님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라는 책을 펴낸 명진 스님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유병문

[염주 세 알] 무소유와 '무한 소유'

책은 깊은 대화이다. 명진 스님의 책은 목차의 소제목으로 보면 38개의 법문이다. 이 법문을 들려주고 싶은 한 사람을 꼽아 보시라고 했다.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씨였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주지로 있을 때 이 부회장이 몇 번 찾아와서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단다.

"스님, 어떤 게 잘사는 겁니까?"

이 책의 제목을 지은 이는 이재용 부회장인 셈이다.

"그때에도 같은 말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돈의 욕망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욕망의 대물림, 고통의 대물림을 끊어야죠. 삼성을 국민기업으로 만들면 좋겠어요. 삼성 지배구조 바꾸려다가 불법, 탈법한 짓을 변호사를 내세워 무마시키려는 데, 국민들도 예전 같지 않죠. 개과천선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바른 경제인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어도 아무런 깨우침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명박이죠. 그 사람은 지금도 반성하지 않습니다.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인생 자체가 거짓으로 점철됐죠. 법정 스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문상 와서 '무소유란 책을 감명 깊게 봤고, 스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는데, 무소유를 '무한 소유'로 읽은 어처구니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명박에게 특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얼마 전 영포빌딩에서 '명진의 막가파 행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강구하라'는 문건이 나왔죠. 희대의 악인에게 막가파라는 소리를 들었고, 불법과 불의를 종횡무진 행한 원세훈의 국정원에서 나를 사찰하고 미행하고 간첩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이들에게 박해받고 '막가파', '요설을 떠는 중'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움을 받은 것은 무궁화대훈장을 받은 것과 같은 영예죠."

[염주 네 알] 여기 사람이 있다

글의 제목은 뜻의 농축이다. 이 책 1장에는 서민의 절박한 삶이 농축된 제목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에서 주지 임기 4년 중 3년 동안 천일기도 할 때 남대문이 불탔고, 용산에서 무고한 죽음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도 서거했다. 산문에 나가지 않고 백 만 번 이상 절을 했다. 절하는 데만 삼천 시간이 걸렸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용산참사였죠. 천일기도의 끝에 부처의 자비와 사랑을 설파해야 하는데 막상 용산에 가보니 그게 되지 않았어요. 자기 터전을 빼앗기게 됐는데 울분에 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집 잃은 사람들이 망루를 설치한 건 죽겠다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절박함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했죠. 그 남일당 안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책 62쪽)

명진 스님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의 대목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내걸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만들자고 했다"면서 "여기 사람이 있다는 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와 적폐청산 문제 등에서 지혜롭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최저임금 때문에 최근 정치적으로 압박을 당하고 있는데, 그동안 누적된 짐승 같은 경제를 인간의 경제로 바꾸는 데에는 최소 3~5년이 걸립니다. 촛불 대통령은 초심을 잃지 말고 촛불의 염원을 잊지 말고 한발씩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도 할 말이 있었다.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홍 대표의 백의종군을 주장한 적이 있다.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였다. 홍 대표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받아쳤다. 명진 스님은 이렇게 일갈했다. 

"홍 대표가 그때 발음을 잘못했어요. 'ㄱ'을 'ㄴ'으로 바꿔야 합니다. 주어는 '개'가 아니라 '내가'였어야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중함이 만나 새 역사를 쓰고 있죠. 홍 대표 같은 이념의 선동에 휘둘릴 정도로 국민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이제 머릿속 분단부터 깨부숴야 합니다. 먼저 우리 가슴의 철책선을 걷어내야죠."

 명진 스님
명진 스님 ⓒ 유병문

[염주 다섯 알] 물 의 복수, 땅콩의 저주?

촛불 이후,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탄핵 촛불 시위 때 강원도에서 광화문으로 달려와 매번 촛불을 들고 시민들과 함께 '탄핵 염불'을 외쳤던 명진 스님은 유쾌하게 정의했다.

'물컵의 복수, 땅콩의 저주'

"부처님은 풀 한 포기도 일부러 밟지 말라고 했죠. 불가(佛家)에서 산문을 닫고 '안거'를 하는 것은 생명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때여서 벌레 같은 미물도 함부로 밟지 않겠다는 정신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의 '을'에게 물컵을 던져 곤욕을 치르고 있죠. 대한항공 사태는 물 컵의 복수이자 땅콩의 저주입니다. 이제 '을'들이 일어서야 합니다.

촛불 시민들은 올바른 세상, 정의로운 세상,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염원했어요. 그런 세상으로 가는데 박근혜, 최순실, 정유라 같은 사람들이 마중물 역할을 했죠. 역행보살입니다. 촛불은 계속 타올라야 합니다. 권력을 감시하고, 지방선거에도 동참하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연대해야 합니다. 자기 삶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일상의 촛불을 들어야죠."

명진 스님에게 '이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철학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철학이 없는 세상은 짐승의 세상이죠. 사람들은 선승이라면 깊은 산골에서 도를 닦는 사람으로만 여기는데, 선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철학과 선은 일상적인 삶이죠. 이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있게 다루는 책을 내고 싶습니다.

너는 누구냐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할 사람이 있을까요? 이름? 아니면 내 모양? 내 마음은 성날 때도 있고 기쁘고 슬플 때도 있는 데 어떤 게 진짜 모습인가요? 모른다는 것이죠. 그럼 지금은 언제죠? 2018년 6월1일? 지구 나이가 46억만 년이라고 하는데, 추정치일 뿐이죠. 나는 어디에 있나요? 서울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 어디죠? 결국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지금이 언제인지, 우리가 선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처럼 삶은 모른다는 것입니다. 여기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도 '내가 모른다는 사실 하나만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철학의 기본자세죠."

이 책의 3장 '하루 오만때만 생각'이라는 소제목 안에도 철학과 관련한 내용이 소개됐다. 마음을 비우는 수행의 호흡법과 자세, 질문의 방식 등이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마음이, 그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마음이라는 것, 생각이라는 것, 욕망이라는 것은 모두 '앎'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모르는 것을 생각할 수 없지요. 우리의 생각이 잠시도 쉬지 못하고 일어났다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앎 때문이다.(중략)   

마음을 비우려면 바로 이 앎에서 벗어나면 된다. 앎이라는 생각의 뿌리를 통째로 뽑아버리지 않고는 마음을 쉴 수가 없다. 이 앎을 끊는 비결은 바로 '모름'을 닦아 나가는 것이다." (책 185쪽)
 명진 스님이 출간한 책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표지(다산 북스)
명진 스님이 출간한 책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표지(다산 북스) ⓒ 다산 북스

[작가 소개] 수행할 때가 가장 행복한 스님

이 책 겉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작가 소개'는 6문장이다.  

"'운동권 스님' '좌파' '독설왕' '청개구리 스님'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사건' 등등. 과연 어떤 게 나다운 모습일까. 그간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히다 보니 별명도 많이 생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투사라기보다 수행하는 사람이다. 열아홉 살에 출가하여 오십 년이 되었다. 나는 수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수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명진 스님은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과 부패한 권력승을 향해 모진 죽비를 날리다가 승적을 박탈당했다. '<오마이뉴스> 등의 매체 인터뷰에서 종단 명예를 훼손했고, 봉은사 땅을 부당하게 착복하려 했다'는 게 호계원이 밝힌 징계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5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러한 내용이 잘못됐다며 이를 보도했던 <불교신문>에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스님은 "승적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종단이 나쁜 징계를 내렸다는 것을 끝까지 보여줄 참"이라고 말했다.

이 책의 마지막 4문장은 이렇게 맺는다.

"분단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장벽이자 마지막 과제다.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가 있을까. 나는 남북교류와 통일이 그 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늦은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만들자고 노래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명진 스님은 6월 30일 오후 3시에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소월아트홀에서 북 콘서트를 연다. 이때 남북교류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재단의 발기인을 모집한다. 머리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책 한 권을 펴낸 그가 시작하는 새 길이자 새 책이다.    

"남북문제가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나라에 큰 운이 왔습니다. 이명박근혜 시대는 새벽이 오기 전의 가장 짙은 어둠이었고 문재인 시대는 새벽의 여명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분단의 그늘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자기 검열하면서 살아왔나요. 70년 세월은 우리 민족의 에너지를 가두고 축소시킨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 발족하는 재단은 통일 시대를 앞당기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과 사람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할 겁니다."

아래 영상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인 명진 스님이 10만인클럽 회원에게 드리는 인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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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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