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자동차 매연으로 맑은 날을 보기 어려워진 서울. 어쩌다 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청명한 시계가 펼쳐진다.일 년 중 며칠 되지 않는 이 좋은 날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서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마침, 3교대 근무 후에 오전 시간이 빈 지인과 남산 정상에 올랐다.그것도 새벽 4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말이다. 우리 둘 다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장년 세대. 마음만은 젊은이 못지않기에 눈 호강도 하고 점프 샷도 곁들여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해돋이의 골든아워는 불과 30여 분 남짓. 삼각대와 카메라를 짊어지고 바삐 걸음을 옮긴다.평소에는 수많은 인파에 밀려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 없었기에 마음이 바빠진다.서울시의 공원 사진사로 활동하면서 포토제닉 포인트라 여겼던 세 장소를 찾았다.
백범 광장을 지나 조망 포인트가 넓게 펼쳐지는 한양 도성길.
빙 둘러싼 도심의 건물 속에서 U자로 휘감아 남산으로 오르는 길이 들머리의 시작이다.이 포인트는 일몰 촬영도 좋고 일출 사진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지평선 위쪽으로 해가 뜨면서 짙푸른 하늘과 반짝이는 나뭇잎, 흰색 건물이 대비되는 삼순이 계단. 새벽에 조깅을 나온 건강미 넘치는 아가씨, 여유로운 모녀의 발걸음이 시원하게 한 구도에 들어온다. 반역 광이 살짝 드리워 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이는 다시 배경과 분리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골든아워가 지나고 어느덧 해가 제법 올랐다. 남산의 정상부, 랜드마크가 되어 버린 러브 락과, 서울 타워를 중첩시켜 한 컷에 담았다. 광각 렌즈가 주는 특유의 왜곡과 레드-그린의 보색 대비가 사진의 작법에 잘 들어맞는다.
조망대에서는 충무로를 지나 청와대가 보이고 그 뒤편에 인왕산과 북한산이 도열해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넓게 펼쳐진 서울의 풍취를 느긋하게 감상하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지 않는다.
어느새 산책 나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어 팔각정에서 점프 샷으로 마무리한다.
은퇴를 앞둔 두 남자의 점프샷이다. 젊은 청춘 못지않은 코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