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양승태 대법원'은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지속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한편, 여기에 비판적인 내부자를 뒷조사하고 음해해 고립시키는 계획도 세웠다. 별다른 근거 없이 특정 판사의 재산 변동내역까지 살펴본 일도 있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은 지난 25일 '상고법원에 대한 법원 내부 이해도 심층화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2015년 7월 6일경 임종헌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로 작성된 문건이다. '양승태 코트'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 법원 설치 이유에 대한 내부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이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전에 제압하는 구체적 방안이 담겼다.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 전력 부각"

특히 기획조정실은 비판적인 목소리가 언론 등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걸 극도로 경계했다. 보고서에는 "일부 법관의 반대 입장 외부 공표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라는 별도 항목이 있는데, 그 아래엔 "돌출 행동 위험성 높은 법관들"을 선제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됐다. 

내부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면 "위기 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언론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표방하자는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해당 법관 소속 법원장, 친분 있는 법관 등을 통한 자제 권고"하거나 "언론사 기자 등과의 접촉을 통해, 보도 자제 또는 수위 톤다운 요청"하자는 내용이다.

'코드'가 맞는 언론사와 유착해 법관을 음해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 보고서는 "보수 언론을 통해 대응 논리 유포 ⇨ 반대 입장 폄하·고립화 전략 추진"한다며 "종래 진보 성향 판사들의 돌출성 언행 전력 등 부각"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 "후속 보도 제지로 부정적 분위기 확산 차단"하는 방법도 함께 언급됐다.

실제로 상고법원 설치를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을 <시사IN>에 기고한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상대로는 '재산 뒷조사'까지 벌였다.

지난 2016년 4월 6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차OO 판사 재산관계 특이사항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올렸다. 차 판사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 9개와 <시사IN>에 투고한 5개의 칼럼 제목을 '특이 사항'으로 기재한 뒤 채무 내역, 연도별 재산 총액 등을 함께 첨부한 게 주요 내용이다.

임 전 차장이 재산 관계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건 차 판사의 경우가 유일했다. 이를 지시한 시점도 석연치 않다. 차 판사의 언론 기고가 법관 윤리 위반 여부에 해당하는지 검토했지만, 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뒤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은 특조단 조사에서 "차 판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판사를 오래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재산관계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특조단은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차 판사의 게시 글, 기고 등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기고의 겸직허가 필요성, 품위유지의무, 공정성 유지의무,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여부를 검토하며, 재산관계 특이사항까지 검토한 것은 특정 판사에 대한 뒷조사라고 볼 수 있는 행위"라면서 "이는 법관의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사법행정권의 남용"이라고 결론 냈다.

[관련기사]

"국정운영의 동반자" '양승태 대법원'이 은밀히 작성한 보고서
'사법행정권 남용' 특조단에 현직 판사 일갈 "내가 고발 하겠다"


#양승태#사법부#판사뒷조사#음해#블랙리스트
댓글2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