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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하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났다.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정상이 2시간짜리 깜짝 회담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회담의 배경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 한마디야말로 근래 들어 변화된 남북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결정적 문장이라 할 만했다. 

"과거에는 남북 정상이 마주앉으려면 아주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제 필요할 때에 이렇게 연락을 해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바야흐로 완전히 '새로운 시대'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도 필요하면 언제든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 역시 "일체의 형식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도 했다. 오는 6월 1일 남북 고위급 회담도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6.12 북미회담 취소와 번복 등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이뤄진 전격적인 깜짝 판문점 정상회담은 이렇게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의 당사자로서 운전대를 제대로 쥐겠다는 전 세계를 향한 선언과도 같았다. 역사적이고도 감격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 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없이 소통하기로 하였습니다"는 문 대통령의 배경 설명에 적극 동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말이다. 세계 주요 언론이 중대하게 보도하는 등 전 세계가 환영하고, 심지어 북한 관영 매체마저 "김정은 의지 확고"와 같은 유화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는 이때,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에까지 유일하게 재를 뿌리려는 세력이 스피커를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쇼"라는 비난을 거두지 않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위시한 한국의 극우·보수 세력이 그들이다. 그 중 자유한국당이 2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26일 내놓은 논평은 한 마디로 비극적인 코미디이자 자신들의 현실적 감각이 20세기에 머물러 있음을 자백하는 무지의 소치가 아닐 수 없었다.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 보자.

전격 남북정상회담이 "충동적"이고, 졸속"이라는 자유한국당

"첫째, 김정은과의 만남이 전화통화하다가 즉석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법률적으로는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될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너무나 가벼운 처신이다."

지난 26일 정태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구두로 내놓은 논평을 보고 있자니, 자유한국당의 한없이 가볍고도 모자란 현실 인식에 안타까움이 일 정도다. 정 대변인은 "급변하는 한반도의 정세에 비춰볼 때 남북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정상회담의 절차나 투명성, 동맹국간의 관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내놓은 딴죽 중 첫 번째가 바로 반국가단체 수괴를 '몰래' 만났다는 비판이었다.

자신들이 거론한 대로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거듭된 입장 변화로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이 때, '평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겨우 "반국가 단체" 운운하다니.

게다가 "충동적"이었고, "졸속"이라고 할 근거도 없거니와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너무나 가벼운 처신"이라는 비판 역시 '비판을 위한 비판'에 가까운 궁색한 딴죽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될 것"이란 주장 역시 본인들이 앞으로 문제점을 제기할 것이란 선언처럼 들릴 정도다. 

이밖에 "대화 내용을 지금이라도 즉각 공개해야 할 것"이란 요구나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미국과 얼마나 소통을 한 연후에 했는지" 묻는 것 자체도 괜한 트집 잡기에 불과해 보인다. 대화 내용 전체를 공개하는 정상회담이 과연 상식적인 것인지, 또 미국과의 포괄적인 조율을 위해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갖은 것이 아닌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물론 이러한 억지 비판의 정점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홍트럼프'를 자처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서 있다.

"문재인의 쇼"부터 "김칫국 외교"까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은 미북 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 과정을 보다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 볼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은 미북 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 과정을 보다 냉철한 시선으로 지켜 볼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첫째도 지방 선거, 둘째도 지방 선거다. 결국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고, 더 심각하게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셈이다. 홍준표 대표의 현실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2차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발표한 26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연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홍 대표는 "30년 이상 내려온 북핵 문제를 한바탕 쇼로 정리하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지방선거용"이라며 다시금 폄훼의 말을 뱉어냈다.

이날 오후 열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도 홍 대표는 "저와 한국당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남북 정상의 만남을 환영한다"면서도 "냉철한 시선" 운운하며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에 비판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새로운 내용이나 논의의 진전은 전혀 없"었다거나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직면한 두 정상의 당혹감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일침만 난무했다.

그런데, 홍 대표의 이러한 비판 역시 그 자체로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었다. 그저 '미국 바라기'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으며, "영구적인 북핵폐기"가 이뤄지기 위해 "미국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지켜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는 '반복' 뿐이었다.

되돌아보자.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는 오히려 '적극적'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평가인 것은 물론 외신들의 전반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워딩과 함께 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높여나가는 스탠스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제1야당은 '평화'를 위해 깜짝 대화까지 마다 않는 남북 정상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으로 '밥값'을 다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미국 바라기'로서의 면모는 그대로 지켜나가는 중이다. 이 모든 행태는, 안타깝지만 전형적인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에 가까워 보인다.

목숨 줄을 걸고 지켜온 '돈독한 우방' 미국과의 관계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보수' 이명박-박근혜 정권보다 몇 걸음 진전된 분위기를 구축한지 오래다. '반공주의'와 '안보상업주의'로 보수를 먹여 살렸던 그 '주적' 북한은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폐기한 채 트럼프와의 대화에 주력하며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지방선거에 목을 맨 자유한국당과 보수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판을 위한 비판을 내놓는 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홍준표 대표 "문재인의 쇼"라거나 나경원 의원의  "김칫국 외교", 이언주 의원의 "김정은은 여당 최고의 선대위원장"과 같은 과격하거나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견'에서 비롯된 발언들인 셈이다.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속된 말을 들려드릴 때다. 가만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했다. 또 다른 말로, 침묵이 금일 때가 있다. 부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땐 가만히 있는 법이 상책이다. 그것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에, 남북통일과 한반도 경제번영에 작금의 야당과 보수가 도움을 주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문재인#남북정상회담#홍준표#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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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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