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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영상] ‘사법농단’ 의혹만 더 키운 양승태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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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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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6월 1일 오후 4시 30분]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벌어진 '사법농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한 적도 없고,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불이익을 준 적도 없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일 오후 2시 10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임시 일어난 일 때문에 법원이 오랫동안 소용돌이에 빠져서 국민들 보기에 안타까운 모습이 된 것에 정말로 슬프고 안타깝다"라며 "법원행정처에서 뭔가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걸 막지 못 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씀드린다. 그 일로 마음의 고통 받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관의 말은 일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이라는 것은 문건 작성 여부를 자신은 모른다는 태도로 볼 수 있다. 또 "막지 못한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설령 사실이어도 자신이 지시하거나 관련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 자신이 대법원의 최고 책임자임에도 이번 사건 책임을 회피하려는 '유체이탈'식 화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후에도 "문건을 자세히 보지 않아 잘 모른다"라며 시종일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사법 블랙리스트' 의혹이 일었던 법원행정처의 컴퓨터 4대를 전수조사한 결과, 양 전 원장 시절 대법원이 일부 판사들을 사찰하고,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교감해 재판 독립을 침해한 정황이 드러난 문건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애초 "뚜렷한 범죄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형사상 조치를 직접 취하지는 않았지만, 법원 안팎에서 비판이 이따르자 "사법조치를 검토하겠다"라고 태도를 바꿨다.
"문서 모른다"면서 무조건 대법원은 결백?이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은 "두 가지는 명백히 선 긋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해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라며 "하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냥 말로써만 표현하는 게 부족할 정도로 결단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일각에서는 뭔가 목적을 위해서 '대법원 재판이 왜곡되고 방향이 잘못 잡혔다' 이렇게 생각하고 또 그것을 사실화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대법원의 재판은 정말 순수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것을 함부로 폄하하는 것은 정말로 견딜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재판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혹시 국민께서 이번 일에 대해서 대법원 재판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셨다면 정말 거두어주실 것을 앙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 정책에 반대하는 법관을 뒷조사 했다는 의혹에는 "그런 게 있었다면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반적인 재판이나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사람이나, 그런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도 "그런 조치를 내가 최종적으로 한 적은 없다는 것을 단연코 말씀드린다"라며 그런 조치가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이번 특별조사단의 결과를 왜곡하며 자기모순적인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조사단 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 컴퓨터를 남의 일기장 뒤지듯이 봤다"라며 "400명 정도 사람들이 가서 이야기를 했는데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으면,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조사단의 조사뿐 아니라 지난 1년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5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상고법원 설립과 법원 재판간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옛 법원행정처 '말씀자료'에 대해서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덕담을 하는데 말씀자료라는 걸 (아래서) 만들어준다"라며 "일회성으로 넘어가는 것이지 그런 것을 공부하듯이 외우고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서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문건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해당 문건들이 대법원장의 지시 없이 만들어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이야기할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또 "지금까지 (그 문건을) 본 적도 없다. 도대체 컴퓨터 안에 무슨 문서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이번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로 들어난 법원행정처의 부적절한 문건의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당시 대법원은 결백하다는 식의 자기모순적인 말들을 늘어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조사단에서도 그런 문건이 있지만 실행된 건 없다고 결론을 낸 걸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재판이 잘못됐다는 방향으로 왜곡 전파되고 있어 법관들은 기가 찰 일"이라며 "왜 (김명수) 대법원장이 그것을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지 않는가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검찰 수사에 응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수사한답니까?"라고 되물으며 "그때 가서 보겠다"라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상고법원 설치와 인사권을 요구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사실이 왜곡되는 방향으로 가는 걸 바로 잡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