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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밀양 주민들의 상처를 무엇이 치유해 줄 수 있는가? 그것은 진실이다. 누가 나서야 하는가? 정부와 한국전력, 그리고 경찰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밀양 주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방치할 것인가."

11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아래 밀양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4주기를 맞아 "4년이 흘렀지만, 아무런 진상규명도 사과도 처벌도 없다"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밀양을 경유하는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오랫동안 투쟁했고, 송전탑 부지 옆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다가 밀양시와 경찰, 한국전력이 2014년 6월 11일 움막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했다.

밀양송전탑 움막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 이후, 당시 김수한 밀양경찰서장은 박근혜정부 때 청와대 경호대장으로, 이철성 경남지방경찰청장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했으며, 이성한 경찰청장은 퇴임 이후 한국전력 상임감사가 됐다.

밀양 주민 100여세대는 아직도 한국전력과 합의를 하지 않고 '송전탑 철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밀양대책위는 행정대집행 4주기를 맞아 '진상 규명' 등을 촉구했다.

 밀양시와 경찰이 2014년 6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공사장 부지의 움막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단행한 가운데, 움막 지붕에서 농성하던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주민 고준길(72)씨가 경찰에 항의하며 "다 죽이고 공사해라"는 펼침막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밀양시와 경찰이 2014년 6월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공사장 부지의 움막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단행한 가운데, 움막 지붕에서 농성하던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주민 고준길(72)씨가 경찰에 항의하며 "다 죽이고 공사해라"는 펼침막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밀양대책위는 "6월이 다가오면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어쩔 수 없이 2014년 6월 11일을 떠올리게 된다"며 "4년이 흘렀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그 끔찍한 폭력과 아비규환에 몸서리가 난다. 그 상처는 주민과 활동가들의 몸에 새겨져 있다"고 했다.

이들은 "새벽부터 온 산을 새카맣게 덮으며 진군해 오던 2000여 경찰 병력은 하루 온 종일 네 곳 현장을 지키고 있던 주민과 연대자들을 개처럼 끌어냈다"며 "남성 경찰들은 알몸으로 쇠사슬을 묶고 있던 할머니들의 농성장 천막 위로 올라가 천막을 칼로 북북 찢었다"고 했다.

이어 "쇠사슬을 묶고 있던 목에 절단기를 들이대며 울부짖는 주민들을 개처럼 끌어내던, 그 날 하루 10명이 넘는 주민들이 119 구급차량으로 헬기로 응급 후송되던 그 시간,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자축하며 경찰들이 한데 모여 V자 기념촬영을 하던 2014년 6월 11일, 그 날의 상처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밀양대책위는 "밀양송전탑은 그렇게 압도적인 한국전력의 돈과 공권력의 힘으로 2014년 12월 건설되었다. 4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은 100미터가 넘는 철탑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것을 매일처럼 지켜보며, 그 아래서 농사를 짓고, 36가닥 초고압 선로 아래를 드나드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일생 일구어온 주민들의 생존권-논과 밭, 주택-은 물거품이 되었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 송전선로에서 나는 소음으로 잠을 못 이루는 주민들이 허다하다. 그런 불안과 고통 속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송전선로반대 투쟁이 활발했던 마을공동체는 송전탑 건설 이후 한전이 뒷배를 봐주는 것에 대한 분명한 신뢰에 기반하여 한전이 제공한 돈으로 합의 주민들에 의한 온갖 전횡이 벌어졌고, 지금까지도 소송과 각종 고발이 난무하고 있다"고 했다.

밀양 송전탑 관련한 진상규명이 더디다.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인권침해진상조사위'가 2017년 8월 25일 출범했다. 그러나 밀양대책위는 "밀양 사건은 우선 조사 대상으로 지정되었지만, 아직 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밀양대책위는 "밀양 주민들이 직접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여 지난 2월 7일 감사원에 제기한 22건의 공익감사 청구는 석 달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감사실시 여부조차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이다"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밀양 주민들이 지금 주장하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 그것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공식 사과와 '제2의 밀양'을 만들지 않을 법과 제도에 대한 개혁이다"며 "아직 그토록 상식적이고 당연한 조처는 아직도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고 했다.

밀양대책위는 "행정대집행 폭력 진압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주민들에게 사과하라", "밀양송전탑 건설과 마을공동체 파괴의 진상을 규명하라"고 했다.

또 이들은 "'제2의 밀양'이 만들어지지 않을 법적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고, 에너지적폐를 청산하라", "신고리 4·5·6호기 건설을 당장 중단하고,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밀양 송전탑#문재인정부#경찰청#행정대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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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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