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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가 재미, 둘째가 유익한 정보, 셋째는 생각을 바꿔 줄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인데, 셋 중 가장 중시하는 덕목은 바로 '재미'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담고 있어도 재미가 없다면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박균호 작가님을 알게 된 건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박균호 작가는 재미 면에서 검증된 저자라서다. 그가 낸 6권의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전작인 <독서만담> 한권으로도 그는 책을 내면 꼭 사야 하는 작가가 됐다." - 서민 (기생충학자, <서민적 글쓰기> 저자)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를 먼저 읽어주시고 써주신 서민 교수님의 추천사 일부다. 이 과분한 추천사를 읽으면서 나도 내가 책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묘하게도 서민 교수님이 책을 읽은 이유 세 가지는 내가 책을 쓰는 이유 세 가지와 같다. 나는 슬픈 영화나 책을 잘 보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복잡하고 힘든 세상을 사는데 굳이 슬픈 영화나 책을 볼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다.

재미난 책을 쓰고 싶었고 첫 독자인 서민 교수가 재미나다니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해서 독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엄청난 웃음을 안겨드릴 재주는 없다. 서민 교수가 재미있다고 말하신 부분은 아마도 남들이 굳이 글로 남기지 않는 시시콜콜하고 시시껄렁한 내용을 글감으로 다뤘기 때문 아닐까. 가령 그는 책을 읽을 때 '쿠쿠다스'보다는 차라리 '오징어땅콩'을 먹어야 한다는 논리를 진지하게 제기한 글을 인상 깊게 읽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내 솔직함도 재미있는 글이 되는 데에 한몫 한 듯하다. 저자 강연 요청을 받고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대하다가 예상을 뛰어넘은 강의료에 혹해서 금방 자세를 고치고 황송하게 수락하는 장면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굳이 글로 남겼는데, 시쳇말로 이런 '찌질한' 모습을 공개하는 용감함에 놀라움과 재미를 느끼는 싶다. 말하자면 나는 근엄하지도 점잖지도 않은 사람이어서 독자들이 내게 친근함을 느끼고 '웃기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솔직히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를 냈지만 주위 지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내 책을 선물하거나 권하지는 못한다. 이제까지 접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지만, 무언가를 쓰는 자라면 이색적이고 남다른 결과물을 내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나 자신으로서는 이 책을 낸 것이 기쁘고 지금 절필(!)해도 여한이 없다. 내가 꼭 책으로 남기고 싶은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내가 굳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재미' 외에도 '정보 제공'인데, 이 책에서 두 가지를 모두 담고자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독서와 글쓰기에 관해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책이다. 수십 년간 독서를 하고 책을 수집한 뒤의 결정체라고 감히 자부한다.

특히 '좋은 책을 고르는 9가지 방법'이 이번 책에 담겼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뿌듯하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해낸 내용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경험을 참고한 것도 아닌 오직 나 자신의 경험의 소산이라서 이 글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9가지 방법이란 무엇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표지 사진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표지
표지 사진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표지 ⓒ 북바이북

스테디셀러와 고전을 가까이할 것

우선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코너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베스트셀러도 좋은 책이 많다. 그러나 아무래도 스테디셀러에 비해서는 '검증'이 덜 된 책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세월이 지나서 버려야 할 책을 추려낼 때 가장 흔히 보이는 책들이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경우가 많다.

스테디셀러는 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기에 베스트셀러보다는 좀 더 오래 두고 읽을 가치가 있을 확률이 높다. 화려한 반짝 스타보다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강자를 선택하는 편이 좀 더 낫다는 말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도 옥석을 잘 고르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 고전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성을 고려하면 고전만큼 좋은 선택도 드물다. 길게는 1000년이 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목록이니 당연하다. 고전이 걱정만큼 어렵고 지루한 책만은 아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든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박지원의 <양반전> 따위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무서운 몰입감이 발휘되는 '재미있는' 책들이다.

고전 중 많은 책이 당대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내 인생의 소설'이라고 엄지 척 치켜드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같은 소설은 난해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서 완독하는 데 몇 달이 걸리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책 열댓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 흔히 명품이라고 하면 기능이나 디자인이 일반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몇십 갑절 비싸지만 고전은 유행하는 책에 비해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그리 비싸지 않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출판사와 뛰어난 번역가를 알아둘 것

셋째, 모든 분야를 종합 발행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비교적 일정 분야를 전문으로 펴내는 출판사도 많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면 어느 출판사는 국내 문학을, 어느 출판사는 해외 문학, 그중에서도 러시아 문학을, 또 어느 출판사는 인문서와 과학서를 주력해 출간한다. 또 모 출판사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에세이를 꾸준히 출간하고, 어떤 출판사는 글쓰기 및 독서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펴내고, 낭만적인 모 출판사는 고전 철학과 고전 문학에 집중하기도 한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이 러시아 문학 하면 어디, 국내 문학 하면 어디, 교양과학서 하면 어디, SF 하면 어디, 어린이 책 하면 어디라고 꼽는 출판사들이 대개 그런 곳이 다. 나는 모 출판사의 책은 무조건 사고 있으며, 타인에게도 무작정 사야 한다고 말할 만큼 신뢰한다.

번역서를 고를 때는 번역가를 눈여겨보는 편이 좋다. 각 외국어별로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는 번역가가 있다. 프랑스 문학이 라면 김화영 교수가 되겠고, 고대 그리스 고전이라면 선택할 여지없이 천병희 교수다. 이런 실력 있는 번역가들은 대개 위에서 말한 일정 분야에 특화된 출판사와 일하는 경우가 많다.

번역서를 고를 때 기준이 될 만한 또 하나는 완역본인지 축약본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축약본인데도 독자가 보기에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번역서를 살 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비교해 분량이 턱없이 적다면 축약본으로 의심할만하다. 직역인지 중역인지도 살펴야 한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도스토옙스키 문학 전집의 번역이 유명한 까닭은 우리나라 최초의 직역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어를 우리말로 옮겼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열린책들에서 이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역본이나 일역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중역본밖에 없었다. 당연히 번역에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번역본을 고를 때는 되도록 최신판이면 좋겠다. 오래된 번역은 아무래도 오류나 시대착오적 어휘가 많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근에 번역된 판본이 더 좋은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

책도 쇼핑의 대상임을 기억할 것

넷째, 책도 충동구매 대상이 되기 쉬운 품목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른 취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드는 취미가 독서여서인지 의외로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책을 살 때도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꼭 사고 싶은 책이더라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한 달 뒤 다시 그 책을 보면 구매욕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다섯째, 일단 신중하게 생각해서 꼭 필요하고 두고두고 읽을 책이라는 판단이 서면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절판이 잦아서 나중에 생각나 구매하려고 하면 절판본이 되어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좋은 책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격언은 틀리지 않다.

여섯째, 의외로 많은 사람이 '제목'에 끌려 책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한번은 야구 팬답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다카하시 겐이치로, 웅진지식하우스, 2017)라는 소설을 무심결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한겨레출판, 2003)과 같은 소설인 줄 알고 샀다가 적잖이 실망했다. 물론 20세기 일본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또 일반적으로 자기 계발 서적에 독자의 이목을 끄는 '요상한' 제목이 많은데 내용을 먼저 요모조모 따져보는 편이 좋겠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어가 포함된 제목의 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사랑하는 명작들의 제목을 살펴보자. <태백산맥>, <토지>, <죄와 벌>, <부활> 등 제목에 기교를 부린 흔적이 전혀 없다.

유연하고도 깊이 있는 독서가가 될 것

일곱째, 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구독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종이 신문을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종이 신문은 좋은 책을 소개받는 가장 편리한 매체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서평 기사를 검색해서 읽을 수 있지만 일삼아 찾는 것과 펼치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종이 신문의 서평 기사를 읽다 보면 절로 독서 트렌드와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길러진다. 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읽지 않고 책을 고르는 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주목할 만한 서평 잡지로는 <기획회의>, <Chaeg(책)>, <비블리아>가 있다.

여덟째,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 모임에 참가해보자. 때로는 전문가나 대단한 독서 고수보다는 평범한 동료 독서가에게 추천받는 책이 눈높이에도 맞고 유익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든지, 관심 분야가 전혀 아닌 책은 읽기에 부담스럽다. 또 독서 모임을 통해서 같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히는지 확인하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 한다.

아홉째, 만화나 자기 계발서라고 무작정 무시해서는 곤란한다. 만화는 텍스트로 된 매체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장점이 많다. 나만 해도 조선 시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의문이 생길 때 제일 먼저 펼쳐보는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2015)이고 <파우스트> 같은 난해한 고전의 워밍업으로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문학동네, 2012)를 들춰 본다. 소장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자기 계발서 분야에서도 분명 양서가 있다. <카네기 인생론> 같은 책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책바보 박 선생의 독서 글쓰기 비법

박균호 지음, 북바이북(2018)


#출간 #작가#박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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