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고려해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접근.' 통일부가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구상을 설명했다. 17일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이 협의해가며 차분히 추진하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감안하겠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 북미간 관계 등을 생각해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한반도를 'H 형태'로 개발하는 3대 경제벨트가 핵심이다. 동쪽에는 남북이 공동으로 금강산-원산·단천-청진·나선을 개발한 뒤 남측 동해안과 러시아를 연결한다. 서쪽은 수도권-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구상하는 식이다.
철도·도로를 비롯해 산림협력 역시 대북제재를 따르되 유연하게 접근한다. 국제사회와 협력해 예외 승인을 받아나가는 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산림·병해충 등 공동방제를 하는 것도 대북제재에 해당하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유엔 제재에도 예외가 있다"라면서 "인도적 목적 등에 따라 예외를 받아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철도·도로 등 협력 사업을 두고는 "기술을 전수할 때는 제재와 관련될 수 있다"라면서 "정부가 미국 등 국제사회와 얘기하는 건 아직 없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필요시에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측 역시 정세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라면서 "지금 할 수 없는 것은 뒤로 미루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절충과정이 있다. 앞으로도 그런 정신으로 나가면 문제 없다"라고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 6월 26일 철도협력분과회담을 열고,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지난 4일에는 남북 접경지역에 병해충 공동방제를 진행하는 등 산림 분야의 협력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개성공단, 일방통행 없도록
통일부는 이날 남북교류협력을 제한·금지할 때 국무회의 심의를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남북 교류협력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고, 사업을 중단할 때는 경영 정상화를 지원, 소액투자 등 협력사업 신고제를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제한·금지할 수 있는 법적 요건도 명시했다. ▲ 북한이 교류협력에 부당한 부담 또는 제한을 가할 때 ▲ 북한의 무력도발로 남한 주민의 신변안전이 우려될 때 ▲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한 국제공조를 이행하는 데 필요할 때 ▲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가 발생했을 때 등이다.
통일부는 "국회에서의 교류협력법 개정안 논의가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법적 근거가 없어 사업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는 행정행위가 아닌 이른바 통치행위 방식으로 이뤄졌다"라며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서 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