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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MBC는 취재센터장이었던 박성제 기자를 보도국장에 임명했다. 최승호 사장 체제가 출범하고 6개월여 만에 보도국장을 교체한 것이어서 예상 밖이란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보도국장 교체 후 한 달이 지났다. MBC는 앵커 교체와 함께 <뉴스데스크> 포맷도 바꾸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보도국장이 된 후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지난 23일 박성제 보도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박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성재 MBC 보도국장
박성재 MBC 보도국장 ⓒ 박성제 제공

- 보도국장에 임명되신 지 한 달 정도 지났잖아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바빠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여러 가지 뉴스도 많았고 새로운 뉴스 포맷을 만드는 작업이 많았어요. 국장 임명됐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죠. 솔직히 하고 싶었던 자리도 아니고 제가 꼭 해야 하는 자리도 아니에요. 그러나 회사가 인사 명령을 냈으니 그걸 거부할 수는 없잖아요. 처음엔 걱정 많이 했어요."

- 무엇이 가장 걱정이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죠. 회사에서 제게 원하는 건 뉴스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것이고, 후배들의 기대도 있을 터인데 그럴 역량이 과연 저에게 있는가예요. 스스로 돌아보니 걱정이 앞서는 거죠. 하지만 저는 일단 부딪히고 보는 성격이라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 1년 전만 해도 해직 기자 신분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양대 공영방송 중 하나인 MBC 보도국장이 되었어요. 느낌은 어떠세요?
"해직 기자 시절엔 밖에서 뉴스를 보면서 이런저런 비판을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해직 기자 입장으로 뉴스를 보는 것과 들어와서 뉴스를 만드는 건 상황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죠. 시청자들이 MBC 뉴스를 보는 시선에 신경이 더 많이 쓰이고 그걸 반영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 말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거 같아요. 예전엔 개인이라 자유롭게 말했지만, 지금은 MBC 뉴스 책임자잖아요.
"맞아요, 정확한 지적인데요. 그래서 이미 페이스북 같은 것도 끊었어요. 요즘은 개인적인 것도 안 올려요. 제가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올려도 댓글은 뉴스에 대해 이야기해요. SNS에 제가 무슨 얘기를 하든 MBC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이시는 분이 많아서 오해를 살 우려가 있거든요. 그래서 당분간은 SNS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 하지만 SNS를 통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런데 소통은 공식적인 통로로 해야지 보도국장 개인의 통로로 하는 건 위험할 것 같아요. 왜냐면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거든요, 어떤 분은 이렇게 생각하고 어떤 분은 저렇게 생각하는데 제가 댓글로 특정 팔로워와 소통하더라도 그와 생각이 다른 분은 '보도국장이 이렇게 얘기하더라'라면서 MBC 뉴스를 공격하는 소재로 쓰시더라고요.

MBC 뉴스에 대해 굉장히 다양한 요구가 있거든요. 처음엔 그런 것에 일일이 답변해드렸는데 제 본심이 왜곡되는 경우가 가끔 있더라고요. 후배들도 '이제 국장이 됐으니 SNS 그만하고 뉴스로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분위기였어요."

"MBC 뉴스만의 색깔 되살리는 작업 시작돼야"

- 보도국장 교체가 6개월 여만에 이뤄졌잖아요. 답보 상태를 보이는 시청률 때문이란 지적도 있던데.
"그렇지 않아요. 자꾸 기자들이 시청률과 연결시키는데 국장 바꾼다고 시청률이 금방 올라가겠어요? 9년 동안 서서히 떨어진 시청률인데 절대로 몇 달 만에 회복되지 않아요. 제 전임인 한정우 국장도 열심히 하셨고 제가 존경하는 훌륭한 선배였어요. 다만 지난 6개월 여는 MBC 뉴스가 6~7년간 잃어버린 조직을 복원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이제부터는 MBC 뉴스만의 색깔을 되살리는 작업이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차원에서 회사에서 모든 것을 바꿔보자고 한 것 같아요."

- 그럼 MBC 뉴스만의 색깔은 뭐라고 보세요?
"MBC 색깔이 꼭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역동성' '시청자와의 교감'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 그런 것들이 예전엔 있었다는 것인가요?
"그렇죠. 그게 MBC의 힘이자 경쟁력이었죠. 훌륭한 앵커들이 있었고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이 있었는데 그런 기반이 다 무너졌어요. 그런 걸 되살리는 것도 예전 색깔을 되찾는 작업이죠. 우리 사회의 힘 있는 사람들, 기득권과 싸우는 뉴스라는 이미지도 복원해야죠. 그런 게 MBC 뉴스의 색깔이 아니었나 싶어요."

- 지난해 국장님은 MBC 정상화에 1년 정도 걸릴 거라고 예상하셨잖아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나요?
"네 비슷해요. 다만 시청률 같은 지표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더 오래 걸리겠죠. 다만 사람들이 MBC가 이제 제대로 뉴스 한다고 인정해 주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JTBC 손석희 선배가 하시는 <뉴스룸>도 결정적인 계기가 올 때까지는 시청률 면에서 꽤 고전했어요. 그러나 어느 한순간 일어섰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람들이 알아주실 때가 올 거예요.

만약 시청률을 위해 뉴스를 하게 되면 오히려 뉴스가 망가질 수 있어요. 시청률 반짝 올리는 방법은 있거든요. 사건 사고 뉴스를 많이 한다든지 중요하지만 지루해 보이는 뉴스는 빼고 선정적인 아이템만 골라서 뉴스를 한다면 시청률에 도움은 돼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MBC만의 뉴스를 하는 게 더 중요하죠."

- MBC 지난 6개월을 보면 단독 기사도 많이 보도했어요. 그러나 단독 기사를 내도 다른 언론사가 인용을 안 하니 기사 파급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데.
"인용 많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사건이나 MB의 영포빌딩 문건 같은 파문이 컸던 기사들이 모두 MBC 특종이었어요. 많은 언론들이 인용했죠. 그러나 특종을 몇 개나 했는지는 뉴스 경쟁력과는 직접 상관없다고 봐요. 그보다는 얼마나 시청자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 도움이 되는지, 약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종과 탐사보도와 좋은 기획이 잘 갖춰져야 훌륭한 뉴스가 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와 공동 취재도 시작한 거고요."

- MBC의 경우 과거 영광만 재현하려고 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전 그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저희가 과거 영광을 어떻게 재현해요? 이제 온 가족이 저녁에 TV 앞에 모여앉아 뉴스를 보던 시대는 끝났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MBC 뉴스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면 됩니다. 단지 MBC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뉴스가 올드해 보인다는 지적은 꽤 받았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바꿔보려고 합니다."

- 그럼 왜 올드하다는 지적을 받을까요?
"뉴스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진 것에 저희가 적응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 아닐까요? 제가 후배들에게 늘 얘기하는 게 시청자들을 가르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게 중요하지 계몽하려고 하지 말자는 거죠. 이 점은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언론들이 프레임을 만들고 주장하려는 바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런 걸 기사를 통해 포장하는데 그런 건 요즘 높아진 시청자 수준과 안 맞죠."

- 지난주 앵커 교체와 함께 <뉴스데스크> 포맷을 바꿨잖아요. 일주일 시청자 반응은 어떻게 진단하세요?
"일단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앵커들이 더 젊어지긴 했는데 그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죠. 그보다는 뉴스 자체가 생동감 있고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마이 리틀 뉴스데스크>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어떤 뉴스를 내보낼지 정하고 그걸 조금 더 편안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주는 시도였어요. 이런 시도들이 새롭게 느껴지면 좋겠어요. 아직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뉴스 포맷, 조만간 태어날 것"

- 국장님은 뉴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다고 들었는데, 생각하시는 것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아이디어 별로 없어요. 벌써 오십이 넘었는데 머리가 굳었죠(웃음). 다만 후배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했어요. 지금도 젊은 후배들이 새로운 주말 뉴스를 선보이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어요. 저는 판을 깔아줄 뿐이죠.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뉴스 포맷이 조만간 태어날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기는 곤란해요."

- 국장·부장제에서 에디터·팀제로 체제를 바꿨잖아요.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존에는 국장 한 명 밑에 부장 십여 명이 있었거든요. 열 개의 부서가 각각 자기 분야의 뉴스를 발제하면 그걸 취합해서 뉴스를 꾸리는 방식이었죠. 그러나 새로운 조직은 취재 부서를 3분야의 에디터 밑에 서너 개씩의 팀으로 재배치하고 에디터 책임하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도록 한 거죠. 열 개의 부서가 각각 독립적으로 뉴스를 만들어서 모으는 게 아니라 서너 개 씩 묶어서 팀 간 협업이 이뤄지고 뉴스가 집중할 건 집중하고 버릴 건 버리는 식으로 하려고 하는 거예요."

- 국장실을 없애고 기자들과 같이 생활하시는 데 어때요?
"국장실 없으면 불편하죠. 손님 와도 모실 데가 없어요. 또 혼자 쉴 때도 없고 하루종일 보도국 내에서 후배들과 부대껴야 하잖아요. 그러나 몇몇 팀장들이 '국장실 밖으로 나와서 기자들과 같이 호흡하는 게 좋겠다'라고 건의했고 제가 받아들였어요. 그런 게 트렌드잖아요(웃음) "

- 탐사 기획부를 국장 직속으로 두셨잖아요. 보도제작국에 이미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도국에 탐사 기획팀을 둔 이유는 뭔가요?
"보도 제작국에 있는 건 <스트레이트>죠. 그건 별도의 프로그램을 위해 존재하는 거고 제 밑에 있는 탐사기획부는 뉴스 속에서 탐사기사를 위해 있는 거죠. 룰이 다르죠,"

- 제가 이해하는 게 '카메라 출동' 같은 거잖아요. 그럼 이것도 코너를 만들 생각이신가요?
"탐사기획팀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카메라 출동' 비슷한 코너가 곧 선보일 겁니다. '바로 간다'라는 이름의 코너인데요, '똑바로 간다' '곧바로 간다'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이슈의 현장이나 제보가 들어온 현장에 '바로' 찾아가서 취재하는 코너입니다."

- 지난 19일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와 공동 취재한 걸 보도 했어요. 리포트 한 꼭지를 MBC 기자가 했던데 공동 취재라고 해도 타사 기자가 리포트를 하는 건 이례적인 것 같은데.
"MBC 역사상 없었던 일이에요. 다른 방송사에도 없을 거예요. 이번 뉴스타파와의 콜라보는 획기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비영리 독립 언론 뉴스타파의 기자가 공영방송 MBC의 뉴스에서 리포트를 한 거죠. 외국에는 공영방송과 독립 언론이 콜라보 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공영방송이라 가능한 거죠.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잖아요. 전파는 MBC 것이 아니에요. 시민을 대표하는 언론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공간을 내줄 수 있는 거죠. 더구나 뉴스타파 혼자 취재한 게 아니라 공동 취재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절반씩 나눠서 리포트를 했죠. 이런 시도를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청자에게 평가받고 싶어요."

- 언제쯤 시청자들이 MBC 뉴스를 열심히 찾아보게 될까요.
"조만간이요(웃음).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귀를 기울이는 방송이 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알아주시겠죠. 열심히 하다 보면 시청자들이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 마지막으로 시청자들께 한마디 한다면요?
"MBC 뉴스에 대해서 원하시는 바가 시청자마다 달라요. 저희를 '문빠방송'이라고 하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안(철수)빠'라고 해요. 또 어떤 분은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야당 눈치를 본다'라고 비판하죠. 그래도 저희는 저희만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사안에 따라 이 뉴스가 누구에게 유리한지 생각 안 하려고요, 정확히 보도하는 게 제일 좋죠. 드루킹 관련 보도할 때 김정숙 여사 영상을 썼다고 많은 분이 비난하셨는데 김 여사 영상을 썼던 몇 개 언론사가 방통심의위에 불려 갔거든요. 저희만 아무런 문제 없다고 결론이 났고 나머지 언론들은 다 징계받았어요. 저희는 정확히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서운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마음에 안 드시는 내용도 있을 겁니다. MBC가 지난 몇 년간 많이 부족한 뉴스를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반성하고 고쳐 나가려고 해요. 지켜보시다가 비판할 일 있으면 매섭게 꾸짖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성제#M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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