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알이 굴러다니고
공룡 갈대뼈가 조형물처럼 서 있다
- 디카시 <고성 백세공원에서>
마산의 민들레문학회에서 동인 결성 20주년 기념으로 고성 지역 문학기행을 하고 싶다고 해서 안내해주기로 약속했다. 고향에 살며 고향 마을의 장산숲 해설가를 자처하기로 한 마당에 흔쾌히 승낙을 한 것이다.
인근 통영에 비해 문학적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던 터라, 어디로 안내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문학과 고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듯했다.
고성이 디카시의 발원지라는 것은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뤄주어서 굳이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했고, 디카시 외에 고성의 문학을 말하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의외로 안내해볼 만한 곳이 제법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9일 오전에 민들레문학회 회장인 배소회 시인 겸 수필가, 성지여중 교감인 민창홍 시인, 임채수 시인 등 여러 분들이 나의 서재에 먼저 들러 주었다. 서재에서 차를 마시며 고성의 문학 기행 장소에 대해서 의논하며 일정을 짰다.
제11회 경남 고성국제 디카시페스티벌이 열렸던 디카시의 토포스인 장산숲과 허씨고가, 고성읍의 남산공원 입구에 서 있는 목월 시비, 또 남산공원 정상 부근에 조성된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자인 김열규 교수의 글을 새긴 비를 비롯하여 고성 출신 작고 시인들의 시비를 세운 시비동산, 그리고. 근래 고성 백세공원에 조성된 한국 시조단의 거목 서벌 시조비를 탐방해보기로 했다.
장산숲은 KBS 드라마 구루미 그린 달빛의 촬영지로서 작지만 아름다운 숲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다. 장산숲에서 펼쳐진 경남 고성국제 디카시페스티벌을 열린 배경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고려조의 충절공 허기 선생이 터를 잡은 허씨고가를 거쳐 고성읍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는, 고성군청 근처의 한국디카시연구소 사무실을 들러 고성이 발원지인 디카시 문예운동에 대해서도 잠시 담론을 나누고는 남산 공원으로 향했다.
박목월 하면 경주가 생각 나지만 그의 출생지는 고성이다. 박목월의 <思故鄕>에 "엉뚱하게도 나는 경남고성(慶南固城)에서 태어났다. 아버님은 소시에 그곳 군속으로 계셨으며, 그 무렵 내가 태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태생지를 고향이라 한다면, 나의 고향은 固城일 수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고성청년회의소에서 1997년 남산공원 입구 JC동산에 '박목월 시비' <나그네>를 건립했다. JC회원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 고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애향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목월 시비를 세운 것이다.
목월 시비를 처음 세울 때는 좀 어설프게 보이더니 20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 시비도 연륜이 쌓여 목월의 태어난 곳이 고성임을 소리 없이 웅변해 주고 있는 듯해서 참 시비의 의미가 새삼 크게 다가왔다.
고성 남산공원의 목월 시비와 김열규 교수 글을 새긴 비
목월 시비를 보고 또 남산공원 산책로를 따라 시비동산을 찾아가니, 남산공원이 참 잘 조성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성에 살지만 남산공원을 찾은 지는 오래라 그동안 산책로 등이 잘 정비된 것을 보고 감동했다. 역시 남산공원에 조성된 김열규 교수의 글 비와 김춘랑, 이문형, 선정주 등의 시조비도 연륜을 더해 참 운치가 있어 보였다.
남산공원에서 철둑을 조금만 가면 백세공원이 있다. 갈대밭이 잘 조성돼 있고 여러 편의 시설도도 있는데, 공룡나라 고성임을 환기하듯 공룡알 공룡갈비뼈 형상 조형물도 인상적이었다. 백세공원에는 근자에 조성한 한국 시조단의 거목 서벌 시조비 조형물이 여럿 있다. 역시 지금은 처음 조성된 터라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지만 이 또한 연륜이 쌓이면 고성의 또 하나의 표지가 될 것이다.
민들레문학회 회원들과 고성의 남산공원, 백세공원 등을 둘러보며 고성에도 이제 조금씩 문학 인프라고 구축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 뿌듯해졌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