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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국
해국 ⓒ 이상옥
   
거문고 소리를 듣고 피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꽃
 -디카시 <슬도(瑟島) 해국>

2004년 고성을 중심으로 디카시 문예운동을 펼친다고 만든 것이 다음 카페 '디카시마니아'다. 이 카페는 디카시 문예운동사에서 볼 때 매우 소중한 존재다. 지금은 블로그나 밴드, 페이스북 등이 새로운 커뮤니티로 자리잡으며 카페가 뒤처지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디카시 온라인 소통 공간으로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카페지기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그간 이 카페에 대해 좀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아 지난주에 카페 운영자 모임을 고향집 서재에서 갖고 카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였는데, 그때 나온 의견이 카페 번개팅 등을 통해 오프라인 모임도 가끔 가져 보자는 것이었다. 카페 전체 차원에서도 번개팅을 하지만 비공식적인 그야말로 회원 개인이 제안하는 즉석 번개팅도 권장하기로 했다.

이런 운영자 회의 결과를 카페에 공지하고 나자 곧바로 울산의 디카시마니아인 강옥 마니아가 번개팅을 울산에서 가지자는 제안이 카페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다. 카페지기로서 번개팅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고 어제 낮 12시 모임 장소인 울산의 슬도 입구 회집으로 갔다. 강옥 마니아는 카페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처음 만났다. 강옥 마니아는 <문화일보> 수필 부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수필문단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수필가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디카시는 실상, 탈경계의 장르이다. 시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필가도 얼마든지 디카시를 창작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기는 하다. 평일 날 그것도 낮 12시에 번개팅을 했으니 참석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구미의 권현숙 수필가, 밀양의 민정순 시인, 부산의 조영래 시인이 참석하여 모두 5명이 조촐한 번개팅을 가졌다.

정말 카페에 대한 여러 유익한 논의를 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점심을 먹고 방파제를 걸어 슬도에 가서 슬도의 지명 유래와 슬도 해국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정말 보람된 일정이었다.  
 
 슬도 들어가는 길목에 아기 고래를 업고 있는 고래 조형물. 반구대 고래 형상을 본떴다 함
슬도 들어가는 길목에 아기 고래를 업고 있는 고래 조형물. 반구대 고래 형상을 본떴다 함 ⓒ 이상옥
   
 슬도 무인 등대
슬도 무인 등대 ⓒ 이상옥
   
 슬도의 해국을 배경으로 민정순 시인, 강옥 수필가, 권현숙 수필가, 필자(좌로부터)
슬도의 해국을 배경으로 민정순 시인, 강옥 수필가, 권현숙 수필가, 필자(좌로부터) ⓒ 이상옥
   
 사진작가이기도 한 조영래 시인이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조영래 시인이 촬영에 열중하고 있다 ⓒ 이상옥
 
슬도(瑟島)는 방어진 항으로 들어오는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으로 방어진에서도 제일 끝자락인 성끝마을 앞바다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을에서 슬도까지는 43m 길이의 방파제로 연결돼 있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가 거문고 소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슬도다. 슬도의 파도소리를 슬도명파(瑟島鳴波)라고 하며, 방어진 12경 중의 하나다. 슬도에는 1950년대 말에 세워진 무인등대가 있고, 해국이 유명하며 다양한 어종도 서식하고 있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는 거문고 소리

또한 슬도는 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지이기도 하고, 가수 김원중이 부른 <바위섬>의 노랫말 배경이기도 하다. 슬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세워진 고래 조형물도 명물이다. <바다를 향한 염원>이라는 작품인데 11m 높이로 새끼고래를 업은 어미 고래의 형상이다. 강옥 수필가의 전언에 의하면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형상을 본떴다 한다.

슬도에서 대왕암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커피집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담소를 나눴다. 축구장 절반 크기보다 작은 슬도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품고 있어 관광명소로 각광 받는다.

덧붙이는 글 |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울산 #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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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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