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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5.18 단체 대표단 만난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5.18 단체 대표단 만난 김병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5.18 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 최고위 공직에 봉직하는 '공인'에 대한 비판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따끔하거나 조금 지나친 면이 있더라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누가 한 말일까요? 조금 더 살펴볼까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처벌규정 양산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표현의 자유 보호에 역행한다는 '민주적' 시각을 빨리 되찾기 바란다."
"국민의 정당한 비판은 달게 받아들이고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주인공은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입니다. 2018년 10월 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를 엄벌하겠다'고 하자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그 다음날 내놓은 논평입니다.

해가 지난 논평을 구구절절 소개하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당이 벌이고 있는 '엉뚱한 전쟁' 때문입니다.

엉뚱한 전쟁

근래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들은 한 장의 판결문을 받았습니다. 한국당이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2개의 기사에 대해 건 1억 원짜리 소송에서 <오마이뉴스>가 승소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법원은 한국당의 주장이 이유없다며 모두 기각했습니다(관련 기사 : 기사 2건에 1억 손해배상 청구... 자유한국당의 결말 , http://omn.kr/1hg59).

한국당이 지적한 기사는 정치권의 언행에 대한 국민들의 댓글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댓글들은 일반 국민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에 대해 풍자하거나 따끔하게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댓글들이 한국당 눈에는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로 보였나 봅니다.

한국당 안에서는 기사에 인용된 댓글뿐 아니라 기사에 달린 댓글을 직접 고소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시민은 <오마이뉴스> 기사에 한국당 A의원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그 의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오마이뉴스>뿐만이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시민은 B언론사 기사에 댓글을 달았다가 마찬가지로 A의원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며 수사 받고 온 후기를 소셜미디어상에 올리고 있습니다. 모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국민의 쓴소리는 아예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라더니
 
드루킹 특검 촉구하는 한국당 지난 2018년 5월 3일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드루킹 특검 촉구하는 한국당지난 2018년 5월 3일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건없는 드루킹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남소연

한국당은 2018년 5월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출범시키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같은 해 7월 30일엔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을 막겠다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를 두고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습니다.
 
한국당이 내놓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가짜뉴스를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고의로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을 언론보도(언론중재법에 따른 언론의 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로 정의했다. 법적으로 언론사가 아닌 '일반 시민'이나 '1인 미디어'의 보도나 의견표명이 '가짜뉴스'로 판단돼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 <한국기자협회> 2018.8.15

이쯤되니 당시 나왔던 우려들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한국당이 벌이고 있는 전쟁의 대상이 엉뚱한 곳을 향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한국당의 논평을 다시 들여다 봅니다.

"국민의 쓴소리는 아예 듣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쓴소리가 가짜뉴스처럼 들리는 것인지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도 의심된다."

한국당이 1억 원짜리 소송을 걸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중재 신청한 기사들은 대부분 '댓글 배달통(http://omn.kr/1hg6o)' 기획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기사이길래 그랬나 궁금하시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단 댓글은 달지 마세요.

#자유한국당#한국당#댓글배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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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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