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아침, 신문의 1면 편집 자체가 화제가 되곤 한다. 오늘이 그렇다.
2019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다.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을 보면, 누가 세월호를 기억하고 싶어 하는지, 국민 기억에서 애써 지우려 하는지 엿볼 수 있다.
진보 성향인 한겨레와 경향신문뿐 아니라 중도 성향인 한국일보, 보수 성향 중앙일보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신문이 1면에 세월호 5주기 관련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반면 보수 성향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1면에서는 세월호 관련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1면에서 세월호 흔적 지운 <조선> <동아>
<한겨레>는 단원고 2학년 8반 희생자 안주현군 어머니 김정혜씨의 지난 3년간 사진과 세월호 생존 학생 4명 인터뷰로 1면을 채웠다. <경향>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팽목항 노란 리본 사진과 이해인 수녀의 추모 시를 1면에 실었다.
<중앙>도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은 유가족이 단원고 학생 단체 사진을 보듬는 연합뉴스 제공 사진을 1면에 실었고, <한국>도 광화문 추모 미사 사진을 1면에 실었다.
그러나 <조선>은 세월호 대신 부산시청 강제노역 노동자상 철거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조합원들 사진을 실었다. <동아>는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타이거 우즈 사진이 1면을 차지했다.
8개 지면 할애한 <한겨레>... <조선> <동아>는 '생색내기'
이들 신문은 1면뿐 아니라 세월호 5주기 관련 기사 분량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한겨레>는 1면을 포함해 무려 8개 면을 모두 세월호 5주기 기사에 할애했다. 전체 28면 가운데 1/3에 가까운 분량이다. <경향>도 1면 외에 2개 면을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 기사와 안전사회 현주소를 진단하는 기사로 가득 채웠다. <한국>은 11면 1개 면에 모두 5주기 관련 기사를 실었고 <중앙>은 10면에 프리랜서 기자의 팽목항 추모 행사 기사와 사진을 실었다.
반면 <조선> <동아>는 사회면에 세월호 관련 기사 1꼭지와 통신사 제공 사진으로 생색내기에 그쳤다. <조선>은 <연합뉴스>에서 제공한 팽목항 추모객 사진과 오늘 추모 행사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는 12면에 <뉴시스>에서 제공한 단원고 기억 교실 사진과 전날 검찰이 발표한 기무사의 세월호 가족 사찰 관련 단신 기사를 실었다.
세월호 5주기 관련 사설을 실은 곳도 <한겨레> <경향> <한국>뿐이었다. <한겨레>는 '세월호 5주기, 한국 사회는 정말 안전해졌나'라는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했고, <경향>도 '세월호 5주기인데 아직도 진실규명 작업 중이라니'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수사단 설치 요구에 힘을 실었다.
<한국>도 '세월호 참사 5주기, 아직도 요원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제목의 사설에서 진상규명뿐 아니라 "세월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망각"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