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8일 오전 운명의 시간이 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판사 양현주, 판사 유승원, 판사 조서형)는 노회찬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1심의 형량과 비슷했다.
재판부는 판결 주문에서 "원심판결 중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4월 및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노회찬은 그때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서울 대한문 앞 거리의 천막농성장에서 진보신당 심상정 상임고문과 함께 30일째 단식농성을 하던 중 사회원로들의 간곡한 만류와 건강의 급속한 악화 등으로 단식을 마치고 몸을 추스르고 있던 중이었다.
9월 21일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렸다.
그는 법정 진술에서 그동안 달라진 언론환경을 들어 설명했다. 20년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터넷이라는 우리 생활에서 필수적인 현상이 생겨났고, 대법원도 대법원 명의의 보도자료를 발행할 경우에 즉각 대법원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법정진술 중 다음의 대목이 주목되었다.
저는 이 재판은 지금 기소된 저에 대한 재판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재판을 통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이런 종류의 사건에 맞섰을 경우에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당시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 옆자리에 앉아서 국회의원의 질의에 함께 대답하는 법무부 차관까지 연루된 그 X파일 내용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인지 아니면 그 내용을 제시하면서 사실 여부를 따져 묻는 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인지 그건 본 재판부의 판결로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석 7)
이번에도 양심적인 지식인 등 시민들이 재판부에 거센 비판을 날렸다. 성공회대학 조희연 교수는 〈'국민의 법정'에서 노회찬은 무죄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파기환송심의 사법적 판결이 보편적 상식과 어긋나게 내려진 지금 이 시점에서도 나는, 죄는 불문에 부쳐지고 오히려 죄를 용감하게 폭로한 노 의원이 벌을 받는 현실을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아무리 우리 사회에 삼성 권력이 힘이 막강하고, 검찰 권력이 강하고, 언론 권력이 강하더라도, 최소한 내 마음속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궁극적으로 많은 국민들도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의 짐을 진 노 의원에게 우리 모두가 깊은 부채를 가지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석 8)
'삼성 X파일' 폭로사건으로 노회찬은 결국 재상고 끝에 2013년 2월 14일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형이 선고되면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10개월여 만이다.
제19대 국회의원(일동)들은 노회찬의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재판 선고일을 연기해 달라는 연판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개정안이 진행되고 있으니 그 결과를 보고 선고하라는 의견이었다. 대법원은 국회보다 청와대의 눈치에 민감했던 것인지, 국회의원들의 연판장은 무시되었다.
의원직을 상실한 그는 '존경하는 선ㆍ후배ㆍ동료 의원들께' 석별의 글을 띄웠다. 마지막 대목.
저는 지금도 당시의 제 행동이 무죄임을 확신합니다. 비록 현실 법정에서 제가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저는 국민과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인정받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것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의연하게 해나가겠습니다. (주석 9)
노회찬은 19대 국회의원 재임 기간이 10개월여에 불과하고, 그동안 통진당사건으로 빚어진 당내 갈등과 정의당 창당, 재판 대비 등 분망함 속에서도 일반 의원들이 4년 임기에도 하기 어려운 각종 법률안 등을 제안했다.
그가 관여한 개정 법률안이다.
2012. 7. 26.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22인). 임기 만료 폐기
2012. 8. 3. 국회기 및 국회배지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규칙안(노회찬 의원 등 64인), 대안반영 폐기
2012. 9. 3.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2인). 임기 만료 폐기
2012.9. 12.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4인) 대안반영 폐기
2012. 9. 12.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4인). 임기만료 폐기
2012. 9. 1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4인), 임기만료 폐기
2012. 9. 24.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 (노회찬 의원 등 11인), 대안반영 폐기
2012. 9. 24.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0인), 대안반영 폐기
2012. 11. 26.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8인), 임기 만료 폐기
2013. 1. 31. 표시ㆍ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1인), 임기 만료 폐기
2013. 2. 7.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5인), 대안 반영 폐기
2013. 2. 14.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3인), 대안반영 폐기
2013. 2. 14. 공무원연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3인), 대안반영 폐기
2013. 2. 14. 소방공무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노회찬 의원 등 13인), 임기 만료 폐기 (주석 10)
주석
7> 앞의 책, 159쪽.
8> 조희연,『프레시안』, 2011년 11월 9일.
9> 『노회찬, 함께 꾸는 꿈』, 171쪽.
10> 박창규,「노회찬의 법안들」,『노회찬, 함께 꾸는 꿈』, 296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