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그때 나는 요란하게 흔들리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세상에 내가 안 하면 안 했지 못 할 일은 없다고 믿었으므로. 또한 나는 정의롭고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할 만큼 현명하며 반드시 이 세상에 이로움을 더할 특별한 존재 같았다.
좁은 미로 같던 고등학교를 벗어나 가족과도 떨어져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궁금한 걸 공부하고 마음껏 사람들과 만나 술도 마시고 데모도 하고 연애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부모님 몰래 휴학을 한 뒤 해외도 나갔다.
그렇게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나 하고 싶은 걸 실컷 하면 마냥 즐겁고 점점 더 확신에 찬 멋진 삶을 살 것 같았는데 뭣 때문인지 나는 자꾸 방황했다. 정말로 좋아서, 맞다고 믿고 선택한 길임에도 가다보면 홀로 길을 잃은 것만 같았다.
그로부터 스무 해를 한 번 더 살았다. 세상만사에 흔들림이 없어 공자는 '불혹'이라 칭한 나이가 됐지만 나는 여전히 흔들렸다. 흰 머리와 주름이 짓궂은 누군가의 깜짝 선물만 같고 마음은 여전히 첫 스무 살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지금껏 나는 일관되게 내맘대로 살았다. 여러 회사를 입사하고 퇴사할 때도, 십수 년 만에 부모님 계신 고향에 다시 돌아올 때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새롭게 시작할 때도. 다시 집이며 살림을 전부 팔고 여행을 떠날 때도.
하지만 어디쯤에선가 어김 없이 길을 잃은 기분이 됐다. 분명 얼마 동안은 확신에 차서 짜릿한 자유와 행복을 만끽하다가도 어느 만큼 지나면 또 '여기가 맞나?', '계속 이렇게 가도 되나?', '어디서 뭐가 잘못됐지?' 하면서.
그리고 이런 고민들로 한참을 괴로워하다 마침내 깨달았다. 삶이 본래 그러함을. 한 곳에 머물러 더는 흔들리지 않는 건 삶이 아니라는 걸.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멈춰서 의심하지 말고 매순간 최대한 즐기며 계속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임을.
스무 살 때의 넘치던 자신감은 사실 그만큼 세상을 몰라서였다. 나의 정의와 지혜와 능력은 더 넓은 세상을 만날 때마다 거듭 시험 당하고 스스로 부딪히며 단련하고 지켜낼 때만 더 커지고 강해진다는 것을 살면서 알게 됐다.
무엇보다 나는 전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처음 스무 살일 때는 몰랐지만 그 시간을 두 번 살아보니 진짜 특별해 보이는 삶의 비결도 실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집념으로 살아내는 길뿐이었다.
현재 나는 지금껏 살아온 것보다 훨씬 더 새로운 세계로 크게 나아가고 싶다. 스무 살도 아닌데 계속 나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아도 돼? 왜 안 돼! 한 번뿐인 삶, 꿈을 좇을 수 있는 온전한 몸과 정신이라면 나이는 진정 숫자에 불과한 걸.
'언제나 첫 스무 살의 자신감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한다. 단 그때보다 더 큰 용기와 인내를 발휘해 끝까지 평생. 그렇게 가장 나다운 특별하고 멋진 삶을 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