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나의 스무살' 기사 공모를 진행합니다. 청춘이라지만 마냥 빛날 수는 없었던, 희망과 좌절이 뒤섞인 여러분의 스무살 이야기를 기다립니다.[편집자말] |
스무 살을 맞은 오마이뉴스가 나에게 물었다. '너의 스무 살은 어땠니?'
힘들었다고 쓸지, 아름다웠다고 쓸지, 나의 스무 살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 흠칫 놀랐다. 사회가 우리에게 주입하는 스무 살의 전형에 끼워 맞추려는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청춘은 이미 세상에 의해 수없이 덧칠된 그림이다. '나의 스무 살'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그림 위의 덧칠 한 번으로 전락할까 두려워졌다.
'이준희'(
이령, 이
준엽, 권
희은)는 스무 살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시비를 걸어보기로 했다. 세상은 스무 살을 어떻게 볼까? 그리고 우리는 그 시선과 얼마나 같거나 다를까? 덧칠 한 번이 아니라 큰 그림과 그 속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지금부터 스무 살의 '스무 살 탐구기'를 시작한다.
20대 세 명 '이준희'가 뭉쳐서 뭘 했냐면
'이준희'는 20대 셋이 뭉친 팀이다. 셋은 주요 매체 네 개를 살펴봤다. 스무 살 청년의 몽타주를 그리기 위해서다. 국내외 인지도, 매체 성향을 고려해 한국과 미국의 대표 진보지와 보수지를 골랐다. 국내 매체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미국 매체는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다. 각 매체에서 지난 1년간 20대를 주제로 게재된 기사를 찾았다. 5천여 개 기사 중 언론사별 관련 있는 80~90개 남짓의 기사를 추렸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사별 '스무 살'의 몽타주를 완성했다.
몽타주는 회사마다 가지각색이었다. 보도형식, 20대에 대한 고정관념, 20대를 다루는 시각이 조금씩 달랐다. 한국과 미국의 시선이 달랐고, 진보와 보수의 시선이 달랐다.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한겨레와 뉴욕타임스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이준희는 해당 기사에서 '언론사별 청년보도를 분석'했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청년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언론사가 어떻게 청년을 바라보는지 살펴봤다.
그렇게 그린 언론사별 청년의 몽타주를 다음 편에서 공개한다. 이어서 해당 몽타주와 '진짜 스무살'인 이준희가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를 따져볼 예정이다. 물론 이준희 말고도 스무 살은 매우 많다. 그러니 참고만 하길 부탁한다.
조선 61개, 한겨레 69개, 워싱턴포스트 93개, 뉴욕타임스 104개를 추리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에서 '2030, 청년, 밀레니얼'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각 1500개 이상의 기사가 검색된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에서 'Gen Z', 'Generation Gap', 'Millennial'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도 각 1천개 이상의 기사가 검색된다. 그 중 다음의 기준에 따라 기사를 추려냈다.
1. 밀레니얼, Gen Z 등에 대한 일반론적 내용이 주제여야 한다.
2. 혹은 밀레니얼과 세대간의 Gap(차이)나 Conflict(갈등)을 다뤄야 한다.
3. 젊은 세대에 대한 일반론이 내용에 포함돼도, 세대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지 않으면 수집하지 않는다.
4. 형식과 관계없이 주제가 젊은 세대에 관한 것이라면 포함한다.
5. 조사 기간은 2019년 2월 16일~2020년 2월 16일 (뉴욕타임스는 2019년 2월 1일~2020년 2월 1일)
예를 들어 워싱턴포스트의 <
사람들이 집을 사기보다는 빌리는 다섯 가지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 분석을 포함하지만, 주제로 삼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했다. 조선일보의 <
장차관·靑수석 3분의2 장악한 '386' 정부… 미래세대 등치는 정책 쏟아낸다>는 주로 386세대를 다루지만 세대 간 이해 충돌이 주제라 수집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 61개, 한겨레 69개, 워싱턴포스트 93개, 뉴욕타임스 104개의 기사가 나왔다. 한국 언론이 기사 수는 더 적었지만, 미국 언론이 하루에 더 많은 기사를 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언론의 관심이 더 적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방식, 다른 주제
이준희가 조사를 시작하며 세웠던 가설은 이렇다. ▲ 한국 언론과 미국 언론의 보도 양상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진보지와 보수지 역시 차이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한국 언론과 미국 언론, 진보지와 보수지로 특징을 잡기는 어려웠다. 네 신문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보도했고, 관심을 가지는 주제도 달랐다. 다만 나라마다 두드러지는 공통 이슈는 있었다. 한국은 지난해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386 세대와 청년 세대의 인식 차이와 갈등을 짚는 기사가 많았다. 조선일보가 6개(해당 신문 수집기사 중 9.8%), 한겨레가 5개(7.2%)의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잔소리를 조롱하는 표현인 'OK Boomer'가 화제가 됐다. 관련 기사만 워싱턴포스트 5개(5.4%), 뉴욕타임스 8개(7.7%)였다. 이 표현으로 촉발된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의 갈등을 다룬 기사는 더 많았다. 미국 언론은 밀레니얼이 기후변화나 환경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개(6.5%), 뉴욕타임스는 9개(8.7%)의 기사로 관심을 표현했다. 투표성향 등 다른 밀레니얼의 특징을 다룬 기사에서도 이 점은 꾸준히 언급됐다.
진보지와 보수지 간의 뚜렷한 차이는 찾기 어려웠다. 워싱턴포스트의 성향이 보수보다 중도에 가까운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진보지에 '여성 청년 기사가 많이 실렸다'는 사실이다. 한겨레 5개(7.2%), 뉴욕타임스 5개(4.8%)인 반면, 조선일보 2개(3.3%), 워싱턴포스트 2개(2.2%)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표본이 적었기 때문에 이 결과만 놓고 보수지가 여성 청년에 관심이 훨씬 적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네 개 매체가 모두 주목한 청년의 특징도 있었다. '불평등'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고단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조선일보(10개, 16.3%), 한겨레(12개, 17.3%), 워싱턴포스트(8개, 8.6%), 뉴욕타임스(9개, 8.7%) 모두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만큼의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적이나 정파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세대 격차를 지적했다.
[조선일보가 바라보는 청년] 트렌디한 신인류?
조선일보는 유독 트렌드를 반영한 비즈니스 기사(27개, 44.2%)가 많았다. <
"합리적 소비 추구하는 밀레니얼이 구독경제 이끈다">와 같은 종류의 기사가 많았다. 오피니언 기사는 7개로 11.4%에 그쳤다. 다른 언론의 오피니언 비중이 3분의 1을 넘기는 것과 비교됐다.
'꼰대'를 거부하는 개성 강한 세대라는 시각의 기사도 많았다. 관련 기사가 5개(8.1%)였다. 회사생활이나 조직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기사도 7개(11.4%)였다. <
'386 꼰대' 對 '밀레니얼 꼰대>같은 기사들이었다.
밀레니얼의 조직생활에 대해서는 한겨레도 관심이 많았다. 5개(7.2%)의 기사를 썼다. 다만 한겨레는 <
청년을 퇴사로 밀어내는 사회>처럼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청년을 퇴사로 내몬다는 취지의 기사가 많은 반면, 조선일보는 '신인류'인 청년으로 인해 조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더 주목했다.
[청년의 아픔에 관심이 많은 한겨레] 청년은 불행한가
한겨레는 청년의 고통과 괴로움에 초점을 맞춘 기사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청년 세대의 불행을 다루는 기사가 23개로,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
울분 권하는 사회… '노오력' 무시당한 젊은이는 울분에 찼다> 외에도 '호구', '분노' 같은 수식어가 청년에게 자주 쓰였다.
조선일보가 10개(16.3%)의 기사에서 청년의 고통을 이야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
"청년고용률 최고치"라는데… 청년 체감실업률은 23%>처럼 조선일보는 주로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기 위한 기사가 많았지만, 한겨레는 <
낡은 세간살이 대신 이력서... 노인과 다른 '청년 고독사'>처럼 주로 청년의 아픔 자체에 주목했다.
동시에 청년의 '대상화'를 지적하는 기사도 많았다. 12개(17.3%)의 기사가 <
성격검사와 세대론의 공통점>처럼 세대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가 하나도 없었다.
청년정치를 주제로 하는 기기본 색상사가 많은 점도 두드러졌다. 14개(20.2%)의 기사가 <
선거 때 쓰고 버리는 카드? "30대도 정치인이 되자">처럼 청년정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였다.
[워싱턴포스트] 밀레니얼, 너희는 누구니?
워싱턴포스트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부상을 어떻게 이해할지를 두고 기사를 쏟아냈다. 밀레니얼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거나, 연장자의 입장에서 청년층에 조언하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OK Boomer'라는 표현이 차별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고,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불행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고도 여러 가지 의견을 공유했다. '75년 전 청년들과 비교하면 밀레니얼의 불만은 엄살'이라는 취지의 칼럼이 올라오자, 워싱턴포스트 기자들 외에 사람들이 쓸 수 있는 '포스트에브리싱'에는 미국 청년들이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박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밀레니얼의 부상을 어떻게 볼지 토론하는 기사가 21개로, 전체의 22.58%에 달했다.
교회와 관련한 내용이 많은 점도 특징이다. 밀레니얼과 교회를 관련 지은 기사는 7개로(7.5%), 같은 나라 매체인 뉴욕타임스의 1개(1%)에 비교해도 훨씬 많았다. 주로 젊은 층이 교회에 가지 않는단 내용이었다. 종합해보면 워싱턴포스트는 기성세대의 눈으로 밀레니얼에 호기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조언하는 경향이 강했다.
[뉴욕타임스] 밀레니얼은 퀴어 프렌들리?
뉴욕타임스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LGBTQ 인권'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퀴어 관련 기사가 104개 중 10개(9.6%)였다. 채식주의 등 기타 소수자인권 문제까지 포함하면 13개(12.5%)였다. 동성결혼 합법화로 가능해진 'LGBTQ 1세대 가족을 다룬 기사'가 대표적이다. 반면 워싱턴포스트는 밀레니얼 LGBTQ를 주제로 한 기사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문화 트렌드성 기사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도 있었다. 30개(28.9%)가 스타일/패션 기사였다. '아보카도 토스트 색이 인테리어에서 주목받고 있다', '밀레니얼이 밈(meme, 짤)을 좋아한다' 등의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해외의 밀레니얼을 가장 다양하게 다룬 매체이기도 했다. 8개(7.7%)의 기사가 해외 밀레니얼에 대한 기사였는데, 아프리카·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여러 대륙의 내용이 나왔다. 중국과 인도 기사만 있었던 워싱턴포스트와 대조적이었다. 한국의 '조국 사태'와 '비트코인 존버(버티기라는 뜻의 속어)'에 대한 기사도 있었다.
그래서 청년이 어쨌단 거야?
네 개의 매체가 모두 다른 청년을 이야기한다. 사실 '청년'은 범위가 아주 넓은 말이다. 보통 밀레니얼 세대를 1982년생부터 2000년생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의 맏이는 1982년생이다. 곧 마흔을 바라본다. 밀레니얼 세대의 막내는 2000년생이다. 이제 갓 20대가 됐다. Z세대는 그보다도 어리다. 수천 개의 기사에서 수십 개로 범위를 좁혔는데도, '청년'에는 아주 넓고 다양한 사람이 포함돼 있다.
같은 '청년'도 기사의 성격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경제/산업/비즈니스 분야에서 '밀레니얼', '2030' 등의 호칭을 많이 쓴 반면,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청년'이라는 호칭을 많이 썼다. 상황에 따라 20대는 밀레니얼이 됐다가 2030이 되기도 하고 청년도 된다.
다른 이름, 다른 나이의 사람들이 청년이란 이름 아래 흩어져 있다. 그 어디 즈음에 '스무 살'이 있다. 이준희는 분석 결과를 무리하게 하나로 모으기보단, 회사마다 청년의 몽타주를 따로 그려보기로 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렇게 완성된 언론사별 '스무 살'의 몽타주를 공개한다. 그리고 이 몽타주를 스무 살 이준희와 비교한다. 몽타주와 이준희는 얼마나 비슷할까? 비슷하기는 할까?
미리 귀띔하자면 회사마다 몽타주가 달랐으니 모두가 정답일 리는 없다. 그럼 누가 제일 잘 그렸나? 다음 편에서 확인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