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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포항의료원에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3월 1일 현재, 포항 의료원에는 70명 정도의 확진자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원래 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일반 환자분은 다른 병원으로 보냈고, 70명 정도의 확진자를 격리 치료하고 있는 중인데 의사, 간호사, 행정 직원 등 모든 의료 종사자분들의 상태가 열악함을 넘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의료진분들은 장례식장을 임시로 폐쇄하여 숙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장기간 퇴근도 못하면서 의료원에서 숙식을 하는 직원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마스크, 손소독제, 물티슈 등의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의료진들도 감염을 걱정하며 근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시네요.

포항의료원에서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계시는 의료진들에게 시민들의 응원을 모아서 전달하고자 합니다. 함께하실 수 있는 분들께서는 아래의 계좌로 정성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조용하던 단체 메신저가 바쁘게 알람을 울려댑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께서 포항의료원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동참해달라는 메시지였어요.

포항의료원의 진료 환경이 열악하여 간호사분들을 포함한 의료진들께서 고생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듣던 터라 작게나마 마음을 보탰습니다. 캠페인은 금세 지역 곳곳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거 지인분들 하고 작게 마음을 모으자고 한 건데, 여기까지 왔네요."
"네. 단체 대화방에 올라와서 저도 참여하고 저희 단체도 참여했으면 해서 올렸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저는 포항에 살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대구와 가깝기도 하고, 근처에서 가장 큰 도시가 대구이기 때문에 교류도 빈번해서, 대구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같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포항에서도 2월 19일 이후로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가능하면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이동 동선도 최소화하는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코로나19 시대의 삶이라고는 하지만, 우리에게 지역의 공동체라는 따스함까지는 빼앗아가지 못했나 봅니다.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이나 메신저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부지런하게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음료 등 간식은 많이 들어온다고 하셔서, 의료원 내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손소독제, 샴푸, 린스 등의 물품 위주로 준비할까 합니다."
"지원 물품은 몇몇 자원하신 분들과 함께 구매하러 갈 생각입니다. 도움 주실 수 있는 분들은 3월 3일 X 시까지 OO 마트로 와 주세요!"
"의료원 안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고요, 물품을 응급실 앞에 내려놓으면 사무실에서 나와서 가져가시기로 했습니다."

 
포항의료원을 돕기위해, 포항시민들이 나섰습니다.  포항의료원에는 70여명의 확진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환경이 열악하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1차 캠페인은 완료되었고, 후속 캠페인은 소식이 들리는대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포항의료원을 돕기위해, 포항시민들이 나섰습니다. 포항의료원에는 70여명의 확진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데, 환경이 열악하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1차 캠페인은 완료되었고, 후속 캠페인은 소식이 들리는대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 유인하
  
며칠 후, 잠잠하던 채팅창이 다시 메시지로 깜빡거립니다. 포항의료원 돕기 1차 캠페인은 3월 2일까지 모금을 마치고, 의료원에 전달할 물품 구매까지 마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성금만 보내놓고 아무것도 돕지 못하여 마음이 무거웠는데, 부지런한 지역의 동지들이 그사이 정성스럽게 물품을 준비하셨다고 하네요. 가만히 채팅창에 지나간 메시지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뭉클하게 데워지는 느낌입니다. 앗, 요즘엔 자꾸 이런 소식에 눈물이 난다니까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코로나19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깨달았다고 말입니다. 현대의 개인화된 삶의 방식은, 우리는 혼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게 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허황되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간신히 이어지던 관계를 끊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새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중이었습니다. 개인을 앞세우며 잊혔던 '연대'는 위기의 우리들을 부지런히 연결하며 지금을 구원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농부인 친구는 지역의 동료들과 힘을 모아 코로나19로 고생하는 현장에 딸기를 한가득 보냈다고 하고, 지역의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은 포항의료원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보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하나같이 눈물 나게 기분 좋은 나눔이라서, 더 크게 소문을 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적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포항의료원에 시민들이 보낸 도시락입니다.  농부 친구는 딸기농장에서 딸기를 따서 보냈다고 하고, 지역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의료진들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어서 보냅니다. 결국, 바이러스를 이기는 것은 인간의 연대가 아닐까요?
포항의료원에 시민들이 보낸 도시락입니다. 농부 친구는 딸기농장에서 딸기를 따서 보냈다고 하고, 지역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의료진들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어서 보냅니다. 결국, 바이러스를 이기는 것은 인간의 연대가 아닐까요? ⓒ 이종환

포항은 2017년 유례없던 규모 5.4의 대지진을 함께 겪어냈습니다. 이웃의 아픔을 서로 보듬어야 했고, 서로에게 전해지는 온기의 힘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재해는 그때와는 다른 방식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

서로 만나지 말라고, 서로에게 기댈 수 없다고,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연대를 지켜내고 있었고, 보란 듯이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있습니다.

서로를 위해 지금의 불편을 견뎌내며 마음을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절대 질 수 없습니다.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일상 비틀기#포항 의료원#코로나19#시민들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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