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대수(一衣帶水·옷의 띠만큼 좁은 강)인 두 나라가 얄궃은 일로 힘든 중인데 함께 사는 세상, 마음 상하지 마시고 잘 이겨내세요. 저도 나이 드신 어머니 건강이 걱정이지만 친구 분들은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다는 제 친구의 말을 듣고 집에 구해둔 조금의 마스크나마 보내드립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에서 더 힘든 외국인들을 위해 마스크를 나누자는 '마스크 나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새로운 대구를 열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14일 오전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일본과 베트남, 몽골 등 외국인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했다.
이들은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일본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베트남과 필리핀 등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함께 나누자는 마음으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기획한 최봉태 변호사는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의 시대정신"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들이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사기 어려운데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마스크 나눔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특히 일본이 한국인의 출입국을 막고 한국도 이에 대응하면서 한일관계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일본인들은 대구에 살면서도 일본 국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데 함께 나누자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신동학 상임대표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은 나눔과 책임"이라며 "작으나마 대구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행사를 마련했다. 지속적으로 이런 행사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한 시민은 대구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어려운 시기이지만 함께 잘 이겨내자"며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 집에 있는 마스크를 보낸다"는 편지를 썼다.
이날 참가자들은 약 1000매의 마스크를 일본인과 베트남인, 몽골인 등에게 나눠주고 추가로 마련되면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전하기로 했다.
마스크를 전달받은 마쯔무라 후미꼬 재대구일본부인회 대표는 "대구에 시집온 지 30년 됐다. 대구가 제일 어려운 상황인데도 우리들을 위해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형제·자매와 같은 한국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일본인은 "한 달 만에 집에서 처음 나왔다"면서 "한국에 시집온 것,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 제일 어려운 상황인데도 함께 나누자는 여러분들의 나눔 정신에 감동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베트남 이주여성인 지에씨는 "제 주변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분들이 많이 있는데 이 분들은 약국에 가 마스크를 사지 못한다"며 "마스크를 전달해주고 많은 분들의 고마움을 전달하겠다. 대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국채보상운동의 현대화에 걸맞은 신국채보상운동의 일환으로 나눔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의료용 방호복과 마스크 기부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채보상기념관 건물 외벽에는 '함께 사는 삶을 위해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땀을 베풀어주신 모든 정성을 기억합니다. 대구경북은 그 빚을 희망의 빛으로 갚겠습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