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자중지란이 계속되고 있다.
통합당 지도부는 20일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21대 총선 패배로 생긴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신속히 꾸리기로 했다. 그러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서 현 상황을 빨리 수습하는 게 많다는 의견이었다"라며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다수 의견이 비대위 전환이었다,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신속히 결론을 내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전환을 확실히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비대위로 전환할 것인지, 전당대회를 할 것인지 의총에서 의견을 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비대위 전환이 곧 '김종인 비대위'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다. 심 권한대행은 "신속히 전환하는 비대위 체제가 '김종인 비대위'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심재철 비대위'가 될 지 '홍길동 비대위'가 될 지는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단칼에 무 자르듯 얘기하기 곤란한 만큼 의총 때 의원님들의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해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황교안 전 대표나 심 권한대행이 총선 이후 김 위원장을 따로 만나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애매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 뜻 물어야"... "국민 설득하려면 김종인밖에 없어"
결국,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당내 찬반 논란 탓이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전날(19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외부인사에 당을 맡아 달라고 하는 건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고 무책임한 월권행위"라며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전 기자들을 만나 "조기 전당대회가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의 뜻을 묻는 것이 민주적"이라며 "비대위로 전환하더라도 그 기간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개인적으론 의총이 아니라 당선자 총회에서 (비대위 전환 여부를) 결론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김 위원장만 아니라 당내 인사 중에서도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 공천관리위원을 맡았던 김세연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대위원장 후보) 물망에 오를 만한 분 중 현재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고 계시고 또 우리 사회 중도 가치를 대변하시는 분"이라며 '김종인 비대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환 최고위원도 이날 "개인적으로 (김 위원장 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총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막말 파동에서도 최고위의 결정보다 김 위원장의 판단이 훨씬 더 과감하고 신속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남권 당선 의원들이 당직을 맡아 (총선) 평가를 제대로 하긴 어렵다"라며 "거의 당 해체 수준까지 가는 총체적 심판 성격의 결과였기 때문에 과감한 리더십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인물은 김 위원장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일정과 무관하게 당의 혁신을 위한 전권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전권은커녕 비대위 전환 여부를 놓고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한 전화통화에서 "생존의 문제가 달렸는데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나도 더 이상 관심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