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뻔한 재판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 종교계와 재야단체 인사들이 구명위원회를 조직하였다.
구명위원회는 4월 5일 윤보선ㆍ함석헌 등 원로와 가톨릭ㆍ개신교ㆍ언론계ㆍ문단ㆍ학계ㆍ여성단체의 지도급 인사들을 비롯 1,500명의 서명을 받은 〈발표문〉을 최규하 대통령, 이영섭 대법원장, 이희성 계엄사령관에게 각각 제출하였다.
발 표 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등 10ㆍ26사태 관련 피고인들의 생명은 구출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주창되어 왔다. 다만 보도되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국민 일반은 결코 그들의 처형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그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구명을 위한 서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바, 지방에서의 서명 결과가 집계되는 대로 관계 요로에 제출코자 한다. 우선 그동안 있었던 서명의 결과를 이에 발표한다.
원 로 ㆍ 윤보선 함석헌
가톨릭 ㆍ 지학순 김승훈 함세웅 김택암 신현봉
개신교 ㆍ 문익환 김정준 박형규 강희남 안병무
언론계 ㆍ 천관우 송건호 임재정 이병주 정태기
문 단 ㆍ 고 은 박태순 양성우 김병걸 이호철
학 계 ㆍ김동길 이문영 백낙청 이영희 박현채 이효재
여 성 ㆍ 공덕귀 김옥실 박영숙 박용길 조정하 외 수백 명.
구명위원회는 4월 6일 〈청원서〉를 각계에 보내 구명을 요청하였다. 후반부 내용을 소개한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은 정치범이며 또한 확신범입니다. 그 부하들은 오직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확신범에 대한 가혹한 처벌이 삼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그리고 10ㆍ26사태가 나라의 민주화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였음을 비추어, 적어도 그들의 극형만은 면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믿음이며 바람입니다.
우리는 재판의 결과와 그 처리가 역사와 국민 앞에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앞날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공명정대한 것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민주조국 건설을 위한 국민적 화해와 단결에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등도 같이 참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70년 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상기하면서 우리의 이같은 간곡한 뜻을 이에 청원하는 바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