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남북 대화가 교착된 상황과 관련해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명분으로 방북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25일 남북한 동시수교국 대사들로 이뤄진 '한반도 클럽'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현재 남북간의 긴장 상태를 완화할 수 있는 탈출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비정치적·비군사적 교류를 하는 데 유리한 지방정부가 이를 뚫어낼 수 있다"며 이 같은 뜻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의 특별수행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가 지방정부 최초로 북한에 코로나19 방역 물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제재 면제 승인을 유엔으로부터 6월초에 받았다고 소개했다. 유엔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물자의 반입을 통제하고 있는데, 유엔이 인류 보편의 질병과 싸우기 위해 협력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으로 이해해줬다는 설명이다.
박 시장은 "이번 면제 조치를 계기로 북한에 방역 협력을 위한 대화를 제안한다. 언제든지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며 "이것은 한반도 전체의 질병 퇴치와 생명평화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올해 초 유니세프를 통해 북한에 30만 달러를 제공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의 대화가 다시 이어지고 한반도에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최근의 긴장된 정세와 관련해 "북측의 대남적대정책 전환에 큰 빌미를 제공한 것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로, 이러한 평화 파괴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북측의 도를 넘는 거친 언행들도 매우 유감이다. 북측이 남북 정상이 맺은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박 시장은 이 대목에서 "북측의 과열된 감정을 냉각시키기 위해 미국이 비핵화 북미 대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 인도적 분야를 보다 넓게 해석해서 적용하는 등 대북제재 특 완화의 전향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시장은 "지금 상황에서 무슨 한가로운 얘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 긴장 상태야말로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유치를 얘기할 때"라고 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2년 간 전쟁 공포가 없는 일상을 만들었던 것처럼 남북 올림픽 공동유치 자체가 평화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다.
박 시장은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대사들이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과 올림픽 추진을 지지하고 메신저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반도클럽을 대표하는 에로 수오미넨 주한 핀란드 대사는 답사에서 "저와 동료들은 2017년 북한의 강도 높은 언행을 지켜봤고, 그것이 이듬해 개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희망을 봤다"며 "평화와 번영을 향한 작은 발걸음들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하일 라이터러 EU 대사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한 달 전인 1950년 5월 9일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슈만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안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유럽이 적대국가들 간의 공생을 모색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이터러 대사는 희망의 상징으로 해바라기씨를 박 시장에게 선물하면서 "박 시장이 사회적 엔지니어로서 중요 현안에 대해 리더십을 계속 보여주시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더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