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은 어느 나라냐를 막론하고 뜨겁다. 전 세계 지도 위에 '전면 금지'부터 '전면 비범죄화'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성매매 관련 규정만 보더라도,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면 금지' 정책에 해당한다. 성매매를 둘러싼 서로 엇갈리는 여러 주장은 종종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캠페인을 포함하고 있어, 더욱 문제를 헷갈리게 하는 면도 있다. 성매매 여성들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그 여성들을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한다.
성매매에 대한 여러 입장을 '성매매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한정해 보더라도, 여기에는 그 여성들을 '처음부터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던, 성매매의 길로 밀려 들어오고 빠져나갈 방법도 없는 피해자'로 이해하고 방법론을 찾는 이들과, '성매매는 이들 여성의 노동권이며 법은 이 권리를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가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왔고, 이제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생존자(survivor)로 부르며, 다른 성매매 여성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를 조직하고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있다.
성매매 생존자들의 증언
스페이스 인터내셔널(Space International)은 2012년 아일랜드에서 처음 발족해 이듬해 전 세계 운동으로 확대한 운동 조직으로, 성매매 여성들의 구조 및 재활을 돕기 위해 모인 여러 나라의 운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징은 이들 중 다수가 성매매 생존자로서 스스로의 삶을 증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 생존자이자 작가, 운동가인 레이첼 모란(Rachel Moran)도 그중 하나다.
그들은 홈페이지에 "우리는 성매매를 성적이고 학대적인 착취로 인지하는 정치적 인식을 요구한다. 그리고 돈을 내고 사람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범죄화할 것을 요구한다"고 적고 있다. 이 모토에서 드러나듯이, 그들이 성매매를 인식하는 방식은 '취약한 여성들에 대해 성적 착취가 가능하게 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트랜스젠더 성매매 여성들이나 남성에 대한 착취도 포함되지만, 전세계적으로 성매매가 90%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만큼, 그들은 대개 '여성'이라는 단어로 이를 대표한다. 스페이스 인터내셔널은 포주와 성구매자를 범죄화하는 대신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는 스웨덴의 이른바 '노르딕 모델'을 지지한다. 더불어 성매매 여성들의 재활과 독립을 돕기 위한 체계적 보호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스페이스 인터내셔널은 그간 여러 세미나를 개최해 '성매매 관련 법규: 의문의 법적 모델들' 혹은 '성매매에서 매춘 알선: 성매매에 대한 미신 없애기'와 같은 주제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7월 9일에는 '거친 서부 시대 같은 성매매(The wild west of prostitution)'라는 제목의 웨비나(webinar: 웹에서 열린 세미나)가 열렸다. 레이첼 모란의 주재 아래 네 명의 생존자이자 운동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피오나 브로드풋(Fiona Broadfoot)은 영국에서, 미키 메지(Mickey Meji)는 남아프리카에서, 쉐리 지메네스(Cherie Jimenez)와 오드리 모리세이(Audrey Morrissey)는 미국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웨비나에서 진행된 논의를 요약해 옮긴다. 대화체인 만큼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의역이 있음을 밝힌다.
그들은 '선택'할 수 없는 자들을 쫓는다
레이첼: "뉴질랜드와 호주의 일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매매 전면 비범죄화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모델이죠. 여기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과의 대척점에 서게 되었다는 거예요. 이를 지지하는 사람 중 대다수는 해를 끼치기보단 돕고 싶은 사람들이니까요.
먼저 '전면 비범죄화'와 '부분적 비범죄화'라는 두 개념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겠어요. 전면 비범죄화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트랜스젠더들이든, 어른이든 아이든 할 거 없이 (성매매 피해자) 모두를 비범죄 한다는 거에요. 이 부분은 우리도 지지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이 모델은) 착취하는 사람들(포주)과 이용하는 사람들(성구매자)까지도 비범죄화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누군가 (성착취의) 비범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누구를' 비범죄 하냐는 것인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죠. 부분적 비범죄화 모델은 착취하는 쪽이 아니라, 착취를 당하는 대상을 비범죄화하는 것이죠. 이건 아주 쉬운 이야기잖아요. 나는 왜 우리가 이 사안을 오래 논의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누구라도 우리가 착취하는 쪽을 비범죄화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사실 나는 우리 삶의 다른 범주에서는 착취하는 쪽을 비범죄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도 없어요. 노동착취 공장과 같은 영역에 대해 그런 말을 하지 않죠. 나에게는 이것 자체가 이 세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위치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고 보여요.
한 명당 하나씩 질문을 할게요. 먼저, 오드리, 당신이 사는 보스턴에서 전체 비범죄화 모델이 어떻게 여성들과 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나요?"
오드리: "내가 사는 보스턴과 매사추세츠주에서는 자랑스럽게도 최근 몇 년간 미성년 아이들, 18세 미만의 아이들은 성매매를 이유로 체포하지 않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매사추세츠주는 이 문제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은, 17세 때는 체포되지 않았던 소녀가 18세가 되는 순간 체포된다는 부분이죠.
(이제 막 '어른'이 된) 어린 여성들의 경우는 사실 어린 시절부터 착취를 당하고 (어른이 되도록) 빠져나올 수 없었던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법규상, 어느 날 갑자기 '피해자'에서 '범죄자'로 탈바꿈 돼요. 이런 법체계에서 형을 받는 대부분의 젊은 여성은 이런 성매매의 삶에 조종당하고 강제당해서 들어오게 되었는데, 몇 년씩 비폭력적인, 오칭(誤稱: 잘못된 이름)에 해당하는 죄목으로 형을 사는 거죠.
이런 여성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는 주거와 직업, 교육과 같은 것들이에요. 성을 착취당하는 피해자들의 경우 때로는 약물남용을 해요. 일부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필요한 주거의 문제나, 재활 프로그램과 같은 도움을 주는 대신 형을 살게 하는 거예요. 이건 정말 문제죠. 그래서 우리는 이곳 매사추세츠에서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어요. 성년이 된 젊은 여성들은 대개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성매매 외에는 아무 데도 쓸데없는 사람'이라는 각인을 하며 자라게 된 사람들이에요.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던 사람들이니까요."
레이첼: "보스턴에 전면 비범죄화 모델이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드리: "좋은 질문이에요. 여기에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게 있어요. 대개 전면 비범죄화 주장을 하는 많은 여성은 '상위 중산 계급의 백인'이죠. 그들은 '선택'이란 게 있는 사람들이죠. 생각을 해봐요. 전면 비범죄화가 되면 먼저 수요가 늘게 되어 있죠. 훨씬 많이 늘어나 버린 수요를 누가 충족하게 될까요? 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포주들이 누구 뒤를 쫓아갈까요? 유색인종 아이들이죠. '선택'이란 게 없는 아이들이요. 그리고 유색인종 여성들이죠. 아무런 '선택'도 할 수 없는 조건에 있는 여성들이요.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여성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반면에 유색인종 아이들과 여성들은 계속해서 희생당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면 비범죄화는 성구매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들에게 우리 유색인종 아이들과 여성들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일이 되는 거죠. 전면 비범죄화가 되면 포주들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중산층 여성들에게는 접근하지 않아요. 아무런 '선택'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요를 채우려고 하게 되죠. 심란한 이야기에요."
레이첼: "뉴질랜드의 케이스를 보더라도 그 말에 동의하게 돼요. 직접 뉴질랜드에 가서 본 것 역시 뉴질랜드 주민 대다수는 백인인데, 성매매 현장에는 원주민 여성들을 비롯해 태국,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여성들이었어요. 나 스스로 영국의 성매매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보더라도 성매매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혼합된 형태라는 것이 분명해요. 이 사실이 영국에서 더 깊이 있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게 충격이에요. 도시(보스턴)에서 경험이 있는 만큼 쉐리는 할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쉐리: "아주 많죠. 성매매의 전면 비범죄화나 정상화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제발 앉아서 그 삶을 직접 살아본 여성들인,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해요.
내가 성매매를 떠난 지 수십 년이 되었고, 이런 성매매 여성 재활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수십 년간 미국, 그러니까 모두 누구나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할만한 나라인 미국에서, 사회적 소외나 인종 차별적 불균형과 같은 것들은 실제로 점점 더 악화되어 왔어요.
성매매를 '성노동'이라고 홍보하는 여성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실제로 성매매 현장에 있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나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건가 싶어요. 그 사람들은 현실을 좀 볼 수 없는 건가요? 내가 본 이런 성매매 여성들은 절반이 넘게 열악한 환경을 배경으로 해요. 홈리스이거나 직장을 가질 수도, 도움이나 물질적인 어떤 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죠. 전면 비범죄화가 되면 이런 조건에 있는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조건의 여성들을 더 소외시켜버리고 말겠죠.
실제로 '성노동'과 같이 (이 착취를) '일'의 형태로 지칭하는 말은 1970년대에 나오기 시작했고, 그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주로 중산층의 백인 여성들이었어요. 우리 사회는 돈이면 뭐든 되는 무자비한 자본주의와 나 외에는 무관심한 개인주의에 의해 끌려가고 있지만, 나는 우리가 성매매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수많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남성과 성관계 즐긴다? 약물 중독만 남았다
레이첼: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과 의도적으로 알면서도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들이 전면 비범죄화에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면 뭐라고 이야기하나요?"
쉐리: "우선 실제 그런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죠. 우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그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통계에 기초해서 여러 모델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고 있어요.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모델에 의해 성매매 여성들의 삶이 더 나아질 거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죠? 대개 그들은 그에 대한 답변도 제시하지 못해요. 내 경우를 보더라도 성매매가 내 삶을 나아지게 만들었나요? 나는 결국 헤로인 중독에 빠졌었는데 말이에요. 결국 그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홍보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거니까 '오 그럼 됐네'라고 말하겠지만, 실제로 이 일을 하면서 숱하게 경험하게 되는 폭력과 성적 공격, 강간 외에도, 우리의 몸을 이용하게 하는 성매매의 특성상 굉장한 위해를 가하죠. 그래서 우리는 성매매에서 빠져나온 뒤에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는 거에요.
어떤 방식으로 성매매에 들어서게 되었든 간에, 인신매매된 것이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선택'에 의한 것이었든, 종국에 성매매하는 우리 대다수가 심각한 약물 남용을 하게 되고,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게 되잖아요?
재활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삶이 정상화되는 것이 몹시 어려워요. 이런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나도 굉장히 노력하지만, 어떤 이들은 듣겠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귀를 닫고 듣지를 않아요. 그들을 깨닫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려워요. 깨닫게 되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겠죠."
레이첼: "성매매를 시작했던 15세 당시 나는 홈리스였죠. 그런데 성매매를 시작하고 7년 뒤 현실은 성매매를 시작하기 직전의 현실보다 참혹했어요."
쉐리: "맞아요. 성매매는 나를, 내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과 정상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 없게 만들었어요.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일 수가 없었어요."
오드리: "내가 한마디 덧붙여도 괜찮을까요?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 맺는 부분이에요. 나는 지금까지 치유하고 있음에도, 약물중독에서 빠져나온 지 27년째가 되고 다른 많은 것들을 이겨냈는데도 말이죠.
성매매를 '선택'으로 보고 전면 비범죄화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들이 '모르는 남자들과 성관계를 맺는 것을 즐기고 거기다 돈까지 받는 거잖아'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리들은 매일 밤 열 명에서 스무 명까지 전혀 모르는 사람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그에 대처할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거예요. 나도 그러기 위해 '빨리 분리시키는 방법'을 배웠어요. 약물 남용을 하게 된 것도, 약물을 이용해 그 행동으로부터 나를 분리시키기 위한 것이었죠.
나중에 약물 중독에서 벗어난 뒤에 정말 매력적인 사람을 알게 되고 처음 관계를 갖게 되었을 때, 그때 나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어요. 나는 처음에 그게 약물 중독 부작용 때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성매매로 인해) 해리장애를 갖게 되었더라고요. 성적인 부분에서 말이에요.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겪게 되는 트라우마가 어떤 건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더구나 이런 증상들은 성매매에서 빠져나오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시작할 때까지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에요. 지금 내 몸은 내가 사랑하고 관계를 갖고 싶은 사람과 내 몸을 돈을 주고 산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게 되어버렸어요.
그러니까 나는 전면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성매매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이 거기에서 빠져나온 뒤 어떤 증상을 경험하는지 연구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런 증상은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된 후에만 드러나는 거거든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간의 몸은 모르는 사람과 수도 없이 성관계를 맺도록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성매매 착취를 당한 사람들이 쉽게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서예요."
소름끼치는 성공
레이첼: "미키,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에서는 전면 비범죄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거로 생각하나요?"
미키: "어떤 모델을 택하건, 우리는 지금 '성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건 아니죠. 수요는 늘 있고, 그것은 늘 시장을 형성하게 하니까, 언제나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은 있을 테니까요.
슬픈 얘기죠. 제 경험상 전면 비범죄화는 성매매 여성들이 마주해야 하는 폭력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에요. 남아프리카는 여성에 대한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매일 죽는 여성들이 있어요. 관계를 갖고 있는 파트너나 때로는 부모에 의해 죽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현실에서 전면 비범죄화는 특히 가난한 흑인 여성들에게 아무런 다른 선택권이 없게 만들 거에요.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성매매는 인종차별과 사회계급, 성차별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남아프리카에서 흑인 여성은 성매매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그들의 삶은 성을 구매하는 남성들과 포주들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는 거고요. 그래서 전면 비범죄화는 가난한 흑인 여성들을 더 큰 위험에 놓이게 만들게 되는 거에요."
레이첼: "피오나, 비범죄화가 된 뉴질랜드나 호주 일부 지역 외 당신이 사는 영국에도 '관리구역(managed zone)'이라는 것이 있죠. 그 지역은 어땠는지 이야기해주겠어요?"
피오나: "내가 어린아이로서 성매매를 당했던 그 도시는 끔찍한 곳이었죠. 2014년에 그곳에 법적으로 '관리'가 되는 구역이 생겨났어요. 일종의 지켜야 할 규칙들이 생겼죠. 밤이면 아주 어둡고 외진, 공업지역에 지정해서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만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해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관리구역'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면 여성들은 체포되는 것이었고, 실제로 체포된 케이스들이 있었어요. 제가 알기로 남자가 체포된 경우는 전혀 없었고요."
레이첼: "그게 파일럿 케이스였나요?"
피오나: "맞아요. 파일럿 케이스였죠. 추후엔 '성공'이라고 간주되었어요. 23살 된 젊은 폴란드 여성이 아주 끔찍하게 살해가 되었는데도 말이죠. 그 외에도 여러 건의 잔인한 폭행 사례가 보고되었어요. 우리 패널들은 이런 폭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죠. 신문이나 뉴스에선 이런 폭력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 내용을 모르죠).
그런 폭행을 저지르는 남성들에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아요. 그런데도 그런 상황을 '성공'이라고 부르는 건 소름 끼치는 일이죠. 어떤 여성이 살해당했는데도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죠. 그건 여성과 소녀들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예요.
대체로 백인 여성들이 일하는 보건당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위해 절감(Harm reduction)' 모델은 이 같은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하는 일에 공모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들이 말하는 '위해 절감'을 위해 콘돔 따위나 나눠주면서, 성착취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달라고 애걸하는 수많은 여성을 외면했죠.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여성을요.
그러다가 재미있게도 코로나19가 일어난 거예요. 정부에서 발표한 3월 22일 가이드라인을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길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당장 규제해야 한다'고 적고 있어요."
레이첼: "맞아요. 그건 분명히 보건의료 당국이 이 사안을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주죠. 성매매 여성들의 건강은, 그중 누가 죽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죠. 만약 영국이 전면 비범죄화된다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피오나: "이른바 '커리어 초이스(성매매 여성이 스스로 업소나 일의 수위를 정하는 일을 일컬음)'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거죠. 사물화되고, 학대당하고, 강간당하고, 고문당하고, 쓰러져 가는 거죠. 이 남자들의 2분 동안의 쾌락을 위해서. 멋진 직업에 차에, 가족에 아이들이 있는, 특권 있는 남성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취약한 계층의 여성들이, 소녀들이 쓰러지는 거예요."
레이첼: "나는 미국의 성매매 문화는 흑인 여성에게 있어, 2020년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것 중 제일 플랜테이션에 가까운 형태라고 봐요. 어떻게 하면 '흑인의 목숨은 중요하다' 운동을 이끄는 여성들이 그걸 알게 할 수 있을까요?" (해설: 이 운동에서 흑인 여성들이 성매매의 희생양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는 의미)
오드리: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훈련과 교육을 통해서겠죠. 우리들 스스로도 그들에게 더 닿도록 노력해야겠고요. 정말 그 모든 걸 살아낸 생존자인 우리들이 그들로 하여금 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하고 훈련과 교육을 해야 해요. 그들은 진짜 이야기, 성매매가 초래하는 위해들이 뭔지 알아야 해요. 그들은 모르거든요. 그들은 어떻게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지 몰라요.
그들은 이런 보편적인 경험을 하지 않은 일부 여성들과만 이야기해요. 그게 아니면 아예 성매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여성들과만 이야기해요. 그들은 트라우마에 대해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트라우마는 빠져나온 뒤에야 알게 되는 거니까요. 나 자신도 그것에서 빠져나오고 약물을 끊은 뒤에야 모든 트라우마를 알게 된 거예요.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을 해봐요. 그 사람이 매일 열 번에서 스무 번 성관계를 갖자고 한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일지언정 그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요? 사랑하는 사람과도 할 수 없는 일을 모르는 사람과 매일 해내야 한다면,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요? 만약 누군가 다른 사람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상대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우린 계속 해야 해요. 다른 생존자들도 원한다면 목소리를 내야 해요."
쉐리: "제가 덧붙일게요. 우리가 하는 재활 프로그램에 오는 사람들이 대개 어떤 사람들인가요? 대부분이 유색인들이에요.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고요. 그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게 할까요? 우리도 그런 걸 기획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요. 문제는 생존자들이 치유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요. 다시 삶으로 돌아와서 시작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려워요."
오드리: "맞아요. 나도 아직 성매매에서 빠져나오기 전에는 '그래 전면 비범죄화 해'라고 말했을 거예요. 그게 뭔지도 몰랐으니까요. 현실을 약물로 잊고 있었을 때니까요."
영국과 미국, 뉴질랜드와 남아프리카, 세계 여러 곳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했을 그들이지만, 성매매에 대한 진단은 서로 다르지 않다. 전면 비범죄화가 된다면 성매매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고, 그 수요는 취약층의 아이들과 여성들에 의해 메꿔지게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취약층과 성매매 피해와의 상관관계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낙인찍기보다 그들의 재활과 독립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더 고안되어야 한다는 진단은 우리나라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본문에는 싣지 않았지만, 이날의 웨비나에서도 언급되었듯이, 2020년 우리 사회는, 소수자들의 권리 보호나, 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를 비롯한 '인권' 전반에 대한 인식을 더욱 고양하고 있다. 사회 취약 계층이나 어린 시절의 학대와 같은 특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성매매 여성들이 많다는 통계들과, 이들 대다수가 약물 남용과 정신질환 등으로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우리는 성매매를 '노동권'으로 이해하기보다 아무런 선택권이 없는 이들에게 주어진 굴레로 인식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관련 기사]
"성매매 여성들 만나면 팔부터 보자고 합니다" http://omn.kr/1n95h
"15살부터 성착취... 아일랜드 정책을 바꾼 여성의 고백" http://omn.kr/1lez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