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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기자말]
만 13~18세용으로 공급된 무료 국가예방접종 독감 백신이 운송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 노출돼 독감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 논란이 뜨겁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3일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인플루엔자(이하 독감) 백신이 25도에서 2~4주일, 37도에서는 24시간 안전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질병관리청은 WHO 자료를 근거로 상온 노출된 백신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발표에서 WHO에 허가된 '백신 안전성 시험' 자료에 이와 같은 내용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예방접종 중단 사태가 발생한 국내 독감 백신이 상온에서 1시간 이내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의 발표로 본다면 상온에 노출된 백신은 적어도 안전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온 노출로 발생한 문제는 백신의 안전성보다는 오히려 효과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매년 접종하는 독감 예방접종의 예방 범위를 두고 매년 논란이 있다.
매년 접종하는 독감 예방접종의 예방 범위를 두고 매년 논란이 있다. ⓒ unsplash.com
 
독감 백신, 맞아도 독감에 걸린다?

"독감 백신 접종을 해도 독감에 걸렸는데요?"

매년 진료실에서 독감 환자를 만날 때마다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매년 독감 백신을 접종해도 독감에 걸리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독감에 안 걸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독감 예방 접종도 '복불복' 아니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백신 접종 뒤 항체 생성률은 건강한 성인은 70~90%, 영·유아나 노인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40~60% 정도에 그칩니다. 즉, 독감 예방 접종 한 번으로 예방 효과가 100% 나타나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인데, 독감 백신의 항체 생성률이 낮은 이유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잦은 변이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물백신' 논란이 매년 벌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상온에 노출된 독감 백신이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에 대한 논란까지 겹쳤습니다. 질병관리청도 최대 2주간 효과에 대한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서 최대 5백 만 명 분의 백신이 '물백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독감 백신, 당연히 효과는 있다

비록 올해의 경우 안타깝게도 백신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정부가 피 같은 세금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국민들에게 선별적으로 독감 무료 접종을 시행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독감 백신의 무료접종을 하는 이유는 독감에 대한 예방효과가 입증되었고, 이를 통해 사회경제적으로도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감 백신을 접종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한 수많은 연구에서 일관적으로 백신 접종군에서 예방 효과가 유의하게 높았습니다. 그래서 노인과 영·유아, 만성질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것입니다. 

WHO는 매년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독감 백신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2~3년에 1번꼴로 예측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해에는 독감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이럴때마다 어김없이 '물백신' 논란이 벌어집니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본부(이하 미국 CDC)는 지난 2019-2020년 독감 백신은 45%가 효과적이었다고 했고, 지난 2018-2019년 독감 백신의 예방효과는 47% 정도라고 발표했습니다.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독감 백신이 2명 중 한 명도 채 예방하지 못할 정도로 예방접종의 효과가 낮은 것입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은 코로나19로 문제가 된 올해가 아니더라도 매년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가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미국 CDC의 발표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매년 수백만 건 발생하는 독감으로 인해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의 질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독감에 걸려 병원에 방문해야 할 위험을 40~6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감 백신 접종으로 전체 사망자 수, 중환자실(ICU) 입원 환자 수, 독감 환자의 전체 입원 시간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8년 미국 CDC 발표에 따르면 독감 예방 접종으로 82%의 환자가 독감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독감에 걸려 중환자실에 입원한 성인 중 예방 접종을 받은 환자는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환자보다 평균적으로 4일이나 일찍 회복했습니다.
 
 노인과 영유아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경우 독감 예방접종이 꼭 필요합니다.
노인과 영유아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경우 독감 예방접종이 꼭 필요합니다. ⓒ photo-ac.com
 
독감 백신, 예측 빗나가도 효과는 있어

보통 독감 백신은 수많은 독감 바이러스 중 3~4개를 예측해 백신을 생산합니다. 그러나 2~3년에 1번 정도는 예측이 빗나가기 때문에 맞아도 소용없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의 바이러스 예측이 빗나가더라도 예방 접종으로 생긴 항체는 다른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작용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슷한 독감 바이러스와 싸워본 적이 있는 우리 면역세포들이 다른 독감 바이러스와 싸울 때도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백신을 맞으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기 때문에 독감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은 단지 독감만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요 임상 시험의 메타분석(meta analysis)에 따르면 성인 독감 예방 접종은 주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1/3 이상 줄였으며, 이는 특히 관상 동맥 질환 환자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연구진은 독감 감염 중 생성된 염증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독감 백신이 독감 감염을 막아주기 때문에 이차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독감 백신은 접종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독감 백신에 대해 '물백신'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이익입니다.

#독감 백신#독감#인플루엔자 #독감 예방접종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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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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