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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인권위 "전남대 로스쿨 교수들에게 성인지 감수성 교육 시켜라" http://omn.kr/1p2zcb
 
 전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 전남대
 
지난 9월 1일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아래 로스쿨)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걸어온 주체는 광주 북부경찰서 수사관이었다. 그는 A 앞으로 무고죄, 명예훼손죄를 이유로 한 고발장이 접수되었으니,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A를 고발한 건 전남대 로스쿨 B 교수였다. 

'고발'은 제3자가 범죄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일컫는 법률용어다. B 교수의 고발장에 따르면 B 교수는 A의 성범죄 신고를 가해자에 대한 '무고'로 단정했고, 이를 이유로 A를 무고죄로 고발했다. 그는 이어 A의 주장이 담긴 <한겨레> 보도가 몇몇 사람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후 이를 이유로 A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A는 고발당한 이후 기자와의 문자에서 "이래서 결국 피해자들이 좌절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그 고소장을 읽은 후 약을 먹어도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의 책임이 있는 교수가 오히려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역고소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다움'으로 공격

지난 2018년 12월 전남대 로스쿨의 한 교수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모두 해당 술자리 참석자였으며,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피해자는 사건 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사건 발생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건 직후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은 전남대 로스쿨 C 교수는 신고 절차 안내를 비롯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2019년 3월에야 피해 사실을 전남대 인권센터와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었다. 성폭력 사건에서 A처럼 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는 결코 드문 사례가 아니다.

그러나 B 교수는 피해자의 신고가 늦어졌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B 교수는 고발장에서 "피해자가 범행발생일로 주장하는 때로부터 3개월이 넘은 2019년 3월에야 이 사건을 고소한 것은 CCTV의 영상 보존 기한을 넘기고자 했던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고소가 늦어진 이유가 '증거 인멸'을 위해서였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 것이다.
 
 전남대 로스쿨 B 교수의 '고발장' 내용
전남대 로스쿨 B 교수의 '고발장' 내용 ⓒ 김동규

B 교수의 피해자성에 대한 비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피해자의 성격과 연령을 언급하며, 사건이 발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1학년 때부터 원우들과 함께 술도 자주 마시고 성격이 매우 강하며 가해자보다 나이가 많아서 가해자가 감히 강제추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이 문장 주석에서 피해자의 성격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했다.

"피해자의 성격이 얼마나 강한지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행한 행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B 교수는 주변 사람들과 술도 자주 마시고 성격도 강한 사람이 어떻게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을 이유로 한 공격이다. 피해자의 연령 역시 같은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B 교수는 지난 2019년 전남대 로스쿨 '공개토론회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장본인이다. 그해 11월 18일 <한겨레> 등 언론사들이 '전남대 로스쿨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자, B 교수가 피해자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다음주 화요일에 <한겨레> 보도 반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테니 참석하라"라는 내용이었다.

교수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참석도 권유하겠다"라며 그의 참석을 원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불러 공개토론회를 진행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결국 지역 사회 및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당시 B 교수는 피해자와 피해자 편에 선 교수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인권위 "교수들 성인지 감수성 교육해라" 

2018년 12월 전남대 로스쿨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 벌써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담당 검사는 사건 초기에 "피해가 실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이야기했지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불기소 이유서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됨에 비해 가해자의 진술에는 번복과 모순이 있음이 인정된다면서도, 가해자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라고 쓰여있었다. 그러나 B 교수는 수사기관에서 이미 검토를 끝마친 자료들을 무고죄의 근거로 제출하며 "피해자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 관련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남대학교 총장에게 "전남대 로스쿨 교수들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특히 강화하여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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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일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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