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넷째 주부터 10월 넷째 주까지 총 6주간 충북 옥천에서의 첫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이 진행된다. 이 실험은 11월 결과보고회를 통해 지역사회와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옥천 청년모임 Too'가 제안하고 서울시 청년허브가 예산을 지원하며 옥천 사회적기업 고래실이 협력해 진행하는 '옥천 청소년 기본소득 실험'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9일, 실험 대상자인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에게 각각 10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됐다. 기본소득은 지역화폐 격인 '향수ok카드'를 통해 지급됐다.
안내중학교를 실험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옥천 청년모임 Too 박누리씨는 "우선 작은 학교라는 점에서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고, 더불어 이 지역 주민들이 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 역시 고려 대상이 됐다"며 "전체 대상이 소수이긴 하나 지역사회 안에서 이 의제를 확산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내중학교 학생들이 면에 거주하다보니 사용처가 많지 않다는 것은 단점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읍면간 불균형을 보여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지도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에서 안내중학교 학생들은 2회에 걸쳐 10만 원씩, 총 20만 원을 지급받는다. 기본소득 사용처의 제한은 없지만, 지역 화폐로 지급되는 만큼 옥천군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기본소득을 받은 학생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에 대한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 일지를 바탕으로 실험이 모두 끝난 11월 둘째 주, 도출된 결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보고회가 열릴 계획이다.
일지 작성을 통해 청소년이 자신에게 필요한 소비를 찾고 바른 소비습관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안내중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사회과목 등으로 경제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만 접할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직접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어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면서 자신의 소비생활을 반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실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됐다"면서 "학생들이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어디에 쓸 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 고민하는 과정을 행복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현장에서 바라보는 시점을 전했다.
안내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가은 학생은 "'기본소득'이라는 단어를 들어보기만 했지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익숙하지 않았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친구들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서로 물어봤다"며 "일단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고, 필요한 물건을 살 계획이다. 부모님께서는 '알아서 자유롭게 사용해 보라'고 하셔서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기본소득 실험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서울시 청년허브 교류협력팀 서민종 매니저는 "이번 실험은 청년허브의 'n개의 공론장' 사업 중 지역형 공론장에 해당하는데, 청년허브 역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을 주제로 시민이 모여 대화하는 활동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 매니저는 "'청소년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청년허브가 지원하는 기록콘텐츠 가공 및 플랫폼을 통해 퍼져나가고, 더 나아가 청소년의 권리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공론화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공론장을 주최하고 진행한 옥천의 청년들이 앞으로도 청년 시민으로서 지역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밝혔다.
글 소혜미
월간 옥이네 2020년 10월호(VOL.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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