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일요일, 의외로 따스한 날씨였다. 24살의 김용균이 26살이 되었을 시각에 우리는 김용균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해야했다. 2주기 추모주간을 시작함을 알리는 장소는 국회앞이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시끄러워진다. 코로나19로 우리에게는 거리두기를 하라더니 자기들은 모여다니고 뭉쳐다니던 경찰들 소리때문에. 거리두기는 사회적 연대를 막았고, 방역에 협조했다고 생각한 우리들 위에 경찰은 군림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막았다.
지난 11월 28일 영흥발전소에서 산재사망사고를 당하신 고 심장선 화물노동자의 유족도 참여했지만, 경찰은 죽음에 대한 예의도 안타까움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추모주간을 시작했다. 91개 단체가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위원회를 구성하고 1700여 명과 단위가 추모위원이 되어 '일하다 죽지않게 차별받지 않게'를 외치고 있다.
꽃이 졌다 눈물같이...
청년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2주기 추모주간은 12월 6일부터 12일까지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누운 마석 모란공원에서 6일 오후 추모제를 진행했고, 사고 당일인 10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전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추모제를 진행한다. 추모를 한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김용균을 기억하는 건 어떤 방법이어야 할까. 용균이를 사회적으로 추모하고 기억하는 건 무엇을 위해서일까. "내가 김용균이다"라고 말했던 그 마음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
청년, 비정규직으로 상징될 수 있는 '김용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쫓아야했던 노동자들의 이름. 그 이름을 사회적으로 기억하자는 건 잊지 말고 연대하고 바꿔내자는 의미이다. 8일부터 12일 추모주간이 끝나는 날까지 '김용균'과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의 청년가족들을 기억하는 전시를 한다. 산재가 어떻게 꽃들을 꺾고 지게 만드는지를 '꽃이지네 눈물같이' 전시관을 찾아오면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공연도 있다. 10년 전 당진의 제철소에서 발생했던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슬퍼하고 분노하며 만들어진 시에 곡을 붙여서 만든 노래 '그 쇳물 쓰지마라'를 함께부르는 챌린지는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김용균재단의 회원들도 함께 불렀다. 이번 추모주간에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시민들에게 '일하다 죽지않을 권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이야기했던 하림씨와 토크콘서트도 하게 되었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가 있었던 12월 10일 저녁에 진행한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여 많은 분을 초대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 쇳물 쓰지마라' 토크 콘서트 외에 또 하나의 문화행동이 준비되고 있다. 종로구청이 김용균추모가 정치적이라며 야외 행사공간인 '마로니에공원'을 빌려줄 수 없다고 했던 일이 있었다. 12일에 진행할 '김용균을 추모하는 문화행동'이 그것이다. 시낭송과 노래극과 현대무용이 준비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마로니에공원 대여를 심사(!)하는 위원회가 산재피해노동자의 추모행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통보를 했다. 블랙리스트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긴급하게 종로구청 항의기자회견과 면담을 진행했다. 몇 가지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사과를 받고 행사는 진행하기로 마무리되었지만 아직도 이런 판단을 하는 행정기관이 있다는 게 한심할 뿐이다.
그런 분들에게 추모주간의 토론회와 워크숍을 들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왜 한국사회에서는 일을 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만 하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일하는 모든 이들의 안전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고 개선해나가기 위해 작은사업장 노동자, 문화예술노동자, 일자리가 없어지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7일에는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할 권리를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워크숍, 8일에는 문화예술노동자들의 산재피해 사례 현장발표, 11일에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고용문제에 대한 토론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10만의 바람 '모두의 행동'
우리는 추모주간을 선포하면서 김용균에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갖다 주겠다는 결의를 했다. 2018년 12월 당시에 우리는 김용균투쟁을 했고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그 법은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 못했다. 구멍이 많은 법이었고 우리가 원했던 내용들도 많이 빠진 채 요란스레 통과된 법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법개정을 하려고 한다.
이미 지난 9월 22일 우리는 노동자 시민 10만 명의 바람을 담아 국민동의청원을 성사시켰다.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국민들의 결정이었다. 그런데 국민들의 그 바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묶여있다. 그래서 다시 행동하려 한다.
추모주간 마지막 날인 12일 14시부터 40분간은 서울 24곳에서는 방역수칙을 지킨 집회, 전국적으로는 240곳의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김용균 2주기 추모주간이 끝나는 12일 저녁까지 추모를 담아 보라색을 띤 어떤 물건이나 옷이라도 걸치고, 내가 원하는 문구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사진을 찍고 그 사진들을 모으려 한다.
다시 한번 우리 서로를 확인하고 행동하는 추모의 시간이다. 그렇게 우리는 김용균을 사회적으로 기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추모주간이 끝날 때 고 심장선님의 유족들이 장례식을 치를 수 있기를 바라고, 정부와 국회가 약속이행을 하지 못함을 반성하는 말을 듣기를 원하고,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김용균의 묘비 앞에 놓으러 다시 가게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권미정님은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이자 김용균2주기추모위원회 집행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