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최전선에 섰던 미국의 한 의사가 코로나19로 숨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미국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각) 텍사스의 HCA 휴스턴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던 카를로스 아로요 프레자 박사의 부고를 전했다.
아로요-프레자 박사의 22살 된 딸 안드레아는 "그는 오빠와 나의 아빠이고, 영웅이자 지원군이었다"라며 "또한 우리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모두에게 큰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했다.
아로요 프레자 박사는 성실함으로 이룬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었다. 엘살바도르에서 태어난 그는 의학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1994년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과 뉴올리언스 등에서 수련했고, 2001년 지금의 휴스턴으로 옮겨 20년 가까이 폐 질환 전문의로 일했다.
미국에도 코로나19 사태가 닥치자 그는 곧바로 최전선에 나섰다. 아로요 프레자 박사는 병원 중환자실의 책임자를 맡아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 환자를 돌봤다. 사태가 한창 심각하던 4월에는 한 달 내내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안드레아는 당시의 아버지를 이렇게 회상했다.
아빠는 수요일마다 5분 정도 잠깐 집에 들러 가족에게 안부를 전했습니다. 아빠는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사명을 생각했어요. 아빠는 용감했고, 환자 돌보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셨습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던 아로요 프레자 박사는 지난 10월 자신도 코로나19에 걸렸다. 그는 환자가 되어서도 용감했다. 가족이 걱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조만간 퇴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아는 "아빠는 자신이 그렇게 심각한 상태가 될 줄 몰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로요 프레자 박사는 11월 초 자신이 책임자로 있던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열흘 만에 가까스로 퇴원했다. 하지만 다시 상태가 나빠지면서 이틀 만에 재입원했고 며칠 후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결국 11월 30일 아로요 프레자 박사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빠를 떠나보낸 안드레아는 아로요 프레자 박사와 함께했던 수많은 동료, 환자들의 격려와 위로를 받았다.
"나는 당신의 아빠와 20년 가까이 함께 일단 동료입니다. 우리는 그가 매우 그리울 겁니다. 그는 너그럽고, 삶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오빠에 대해 말할 때마다 눈이 반짝거렸습니다."
"나는 신입 간호사일 때 당신의 아빠를 만났습니다. 그는 내가 정말 크게 될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그 말은 21세의 소녀였던 나에게 큰 의미가 됐습니다."
"당신의 아빠는 훌륭한 주치의이자 친구였습니다. 그는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최선을 다해 돌봐줬고, 그가 보여준 사랑과 노력에 우리는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로요 프레자 박사가 일했던 HCA 휴스턴 병원은 성명을 내고 "그의 의학적 우수성, 너그러움, 배려, 친절함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아빠의 지인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은 안드레아는 "아빠는 나의 졸업식과 결혼식을 보지 못하게 됐고, 손자들을 만나지도 못하게 됐다"라며 "그러나 아빠는 항상 '내일은 새로운 해가 떠오를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그렇기에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으로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16만여 명이고, 사망자는 28만6천여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