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국회 심사과정에서 하나둘 후퇴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두고 7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아래 중기부) 요구로 들어간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조항이 산업재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박영선 장관에게 법을 후퇴시키려는 것인지 꼭 묻고 싶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원회 논의를 두고 "안타깝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전날까지 모두 5번 열린 회의에서 여야는 정의당 원안을 조금씩 조금씩 뒤로 밀었다. 법인의 벌금 하한선이 사라졌고, 경영책임자의 징역형 하한선이 완화됐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하한선이 없어지고 소상공인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관련 기사 :
중대재해법, 공무원·경영책임자·발주처 처벌까지 모두 '후퇴').
김 대표는 특히 6일 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제외한 것을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은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하되 유예를 뒀는데, 중대재해법은 아예 제외하는 걸로 만들었다"며 "최근 1~2년 통계를 보니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사망의 30~35%가 발생한다. 정부 등에서 지원법을 만들어서 안전을 잘 지키라고 했는데 아예 빼버렸다"고 했다.
이 경우 '사업장 쪼개기'로 법을 피해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7~8인 정도 사업장이면 쪼갤 수 있다"며 "그러면 회사들도 사업을 수주받기가 더 쉽다"고 했다. 또 "예를 들어서 (현재 안대로라면) 하청회사에서 사고가 났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면, 원청만 책임져야 하니까 법적 다툼이 생길 수 있다"며 "법무부도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중기부 요청을 여야가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중기부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박영선 장관에게 물어보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 대표는 경영책임자의 정의가 '대표이사 및 안전담당이사'에서 '대표이사 또는 안전담당이사'로 달라진 부분도 문제라고 봤다. 그는 "여야가 현실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후퇴안"이라며 "안전담당이사가 있어도 대표이사가 경영효율성만 추구하다가 사고가 많이 난다. 최종 대표이사한테 책임이 있어야 산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인데, (이걸) '또는'으로 하면 안전담당이사에게 책임이 다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후퇴냐 전진이냐'가 정해지지 않은 쟁점도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다. 정의당은 처음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의 해당조항(4년 유예)을 반대해왔다. 법사위는 7일 회의에서 이 부분까지 정리, 법안 심사를 마무리짓고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우리나라 사업장의 98.8%이고, 거기서 산재 85%가 나온다"며 "여기를 4년 유예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법을 1.2%만 적용하겠다는 것"라고 비판했다. 그는 "'준비기간 6개월' 이런 식으로 같이 시작해야지, 법 적용을 몇 년 미루면 이 기간 동안 노동자 85%는 보호하지 못한다. 그래서 강하게 어필하려는데 걱정이 많다"며 "(정의당 안을 대표발의한) 강은미 원내대표가 오늘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서 설득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쪽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일단 법을 만들고 나중에 고치자'고도 말한다. 김 대표는 "일리 있는 말씀이고, 그렇게 되면 상당히 좋다"면서도 "중대재해법이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도 (고 김용균, 고 이한빛PD) 유족들이 단식하고, 산재가 끊이질 않아서"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 법을 잘 만들어야지 이렇게 만들고 나중에 고친다는 게 사실 굉장히 어렵다"며 "유족들이 계속 단식해온 이유도, 자기들이 없으면 이 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