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인이는 왜 죽었나?-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편은 양육자의 학대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양천 아동학대' 사건을 조명했습니다.
충격과 분노가 큰 아동학대 사건
인권 보도준칙 지켜져야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마련한 '인권 보도준칙' 제7장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익명성을 보장하고 피해 상황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은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는 다른 범죄에 비해 아동학대 사건이 주는 충격과 분노가 커 자칫 흥미 위주의 보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아동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나온 보도준칙입니다.
하지만 '양천 아동학대' 사건 보도에서는 이러한 인권보도준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 아동의 입양 전 실명과 얼굴은 물론이고 피해 사진, 생전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에 대한 이슈 주목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양상인데요. 가해자의 학대 행위, 처벌 수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아동학대 근절 대책, 관련 시스템 점검과 같은 구조적 접근을 보여준 보도는 부족했습니다.
또 무엇보다 피해 아동과 양육자의 관계가 헤드라인에서 '양부', '입양아', '양모' 등의 단어를 통해 부각되면서 입양가정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양상도 보였는데요.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학대 판단 사례 3만45건 중 72.3%가 친생부모에 의해 이뤄졌고, 양부모의 아동학대는 94건으로 전체의 0.3%에 불과했습니다.
입양과 아동학대 간에는 연관성이 없음에도 '양천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입양'이라는 키워드가 주요하게 등장했는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에 지난 1월 2일부터 14일까지로 기간을 설정한 후, '아동학대'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 결과 총 2,092건의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4,382번 등장한 '정인'이었고, '양부모'가 1,185번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에
관련 시스템 점검 보도 보여준 부산일보와 KNN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사례 건수는 2015년 11,715건, 2016년 18,700건, 2017년 22,367건, 2018년 24,604건, 2019년 30,04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구조적 접근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양천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부산일보와 KNN은 부산·경남 지역의 아동학대 관련 시스템을 짚어봐 의미가 있었습니다.
먼저, 부산일보는 지난 8일 <지자체 아동학대 담당자 인원도 턱없이 부족>(박혜랑 기자)에서 부산시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배치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따라 전국의 지자체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을 둬야 하므로, 부산시의 16개 구·군이 이를 잘 따르고 있는지 점검한 것인데요.
부산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16개 구·군 중 5곳에서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 권고 인원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보도는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와 함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부산진구가 가장 높지만, 예산은 해운대구가 가장 많은 상황을 짚었는데요. 지자체의 재정 수준에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맞춰지면서 생기게 된 문제를 잘 전달했습니다.
부산일보의 해당 보도 이후인 1월 12일,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아동보호 종합센터와 양육시설을 방문했는데요.
이 소식은 KBS부산 <부산시, 아동보호시설 아동학대 대응체계 점검>(1/12, 단신), 부산MBC <부산시, 아동양육시설 학대 대응방안 방문 점검>(1/12, 단신)에서 보도했습니다.
두 단신 보도는 변 권한대행의 양육시설 방문에 초점을 맞췄고 현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41명이 배치되어 있다는 사실과 향후 5명이 추가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라는 방침만을 전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권고에 미치지 못했던 점 등 문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KNN은 2건의 보도가 있었는데요.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바뀌는게 없다'>(1/8, 최한솔 기자)를 통해 학대예방전문 경찰관(APO) 지원 기피 현실과 협업상의 문제를 짚고 경남지역의 아동학대 전문 상담관이 5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을 알렸습니다.
이어 <학대 피해 아동, '갈 곳이 없다'>(1/12, 박명선 기자)를 통해 턱없이 부족한 피해아동 쉼터 시설 현황을 자세히 전달했는데요. 해당 보도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쉼터 한 곳 당 정원은 7명으로 부산은 4곳, 경남은 3곳뿐이어서 부산·경남 통틀어 49명의 피해아동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아동학대와 관련한 제도의 허점을 짚고 이와 함께 아동학대 증가 추이를 연결함으로써 향후 보완이 필요함을 전달했습니다.
지난해 6월 '창녕 아동학대' 사건 당시 지역언론의 보도는 피해아동의 CCTV영상과 탈출과정, 학대 정황을 전달하는데 치중한 보도 경향을 보였는데요.
이번 '양천 아동학대' 사건 국면에서는 부산시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인력을 점검하고 피해아동 쉼터 시설 현황을 짚는 등 부산·경남의 학대 아동 보호체계에 대한 보완지점을 환기시키는 진일보한 보도를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