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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23일, 부산일보는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온라인 기사 제목을 <[속보] 오거돈 사퇴는 여자 문제 때문>이라고 달았습니다. 사퇴의 원인인 '성추행'을 '여자 문제'로 둔갑시켜 사건의 본질을 흐렸을 뿐 아니라,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 구태를 답습한 틀린 기사 제목이었습니다.
 
 2020년 4월 23일, 부산일보 온라인 기사
2020년 4월 23일, 부산일보 온라인 기사 ⓒ 부산일보
 
사건의 본질과 벗어난 제목 달기. 같은 문제가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 성추행' 사건 보도에서도 반복됐습니다.

1월 26일 자 부산일보는 '김종철 정의당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을 1면 머리기사, 정치면(4면) 머리기사로 올렸고 사설에서도 언급해, 이날의 가장 주요한 이슈로 다뤘는데요. 기사의 제목은 <이번엔 정의당…'진보 성추행' 보선 판도 흔드나>(1면)와 <'진보 성추행'에…목청 키우는 '국힘' 자세 낮추는 '민주'>(4면) 로, '진보 성추행'이라는 표현이 공통으로 등장했습니다.

부산일보는 이번 사건을 '김종철 전 정의당대표 성추행'이 아니라 '진보 성추행'이라 명명함으로써 진보진영의 문제로 틀 짓고 있는데요. 오거돈 전 시장의 사퇴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는 우를 범했듯,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은 '진보 성추행'이라 틀 지음으로써, 보수-진보로 이분화되어 있는 정치권의 유불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부산일보는 성범죄 사건의 본질에 주목하기보다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주변 효과, 그중에서도 4·7보궐선거에 미칠 영향만을 전했습니다.
 
 부산일보, 1/26, 1면
부산일보, 1/26, 1면 ⓒ 부산일보

'4·7 보궐선거'와 '진보 성추행' 프레임의 만남.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이번엔 정의당…'진보 성추행' 보선 판도 흔드나>(1/26)였습니다. 해당 기사는 '정치권은 당혹감 속에 김 대표 사건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 '진보 진영 전체가 도덕성에 큰 타격', '선거 구도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라는 서술을 통해 이번 사건이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전망했습니다.

기사는 정의당 입장과 김종철 전 대표의 입장문을 인용했고 이어서 '충격', '당혹'으로 점철된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과 국민의힘당 배준영 대변인의 논평을 전달했습니다. 같은 날 발표한 장혜영 의원의 "피해자임을 밝힌다"는 내용의 입장문은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의당 당대표가 소속 국회의원에 가한 성추행으로, 이후 처리와 대응도 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거대 양당의 목소리를 주요하게 부각했습니다.
 
 부산일보, 1/26, 4면
부산일보, 1/26, 4면 ⓒ 부산일보
   
부산일보 4면 <'진보 성추행'에…목청 키우는 '국힘' 자세 낮추는 '민주'>은 4·7 부산·서울 보궐선거 국민의힘당 예비후보들의 입장을 주요하게 전달하며 시작하는데요. 이어 기사는 "국민의힘에선 이번 사건으로 중도층 표심이 진보 진영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진보 진영에서 성 비위 사건이 이어진 탓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개별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서술했는데요. "파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곤혹스러운 기류가 읽힌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기사 역시 국민의힘당에겐 유리한 형국을, 더불어민주당에게는 불리한 형국이 조성되었다며 선거 유불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부산민언련#정의당#성추행사건#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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