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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26일(화), 공주오일장에는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2021년 1월 26일(화), 공주오일장에는 겨울비가 내리는 가운데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 박진희
 
올 1월 마지막 정기장이 서는 날, 공주에 비가 내렸다. 오락가락했지만, 겨울비치곤 제법 많은 양이었다. 덕분에 눈이나 비가 오면 설치되는 총천연색 파라솔이 쳐지면서 옛 장터 분위기가 물씬 났다.

장터에 나오기 전에 현금 인출을 위해 농협에 들렀다. 요즘은 오일장에서도 신용카드, 상품권, 홈뱅킹을 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5000원 이하의 물건을 살 때는 카드 꺼내기가 미안하여 현금을 다만 얼마라도 챙긴다. ATM 앞에 줄을 서 있는데, 중년의 여인 둘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비 오는데 어떻게 나왔네?"
"안 나오려고 했는데, 병원에도 가야하고 약도 받아야 해서 그냥 나왔어."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근처 안과, 치과, 내과, 피부과 할 것 없이 병원이란 병원은 죄다 환자로 넘쳐난다. 병원에도 들르고, 장도 볼 겸 새벽 댓바람부터 나서는 이들이 많아서다.
 
 옛날 과자를 파는 좌판 위에는 색색의 사탕이 놓여 있다.
옛날 과자를 파는 좌판 위에는 색색의 사탕이 놓여 있다. ⓒ 박진희
 
대목을 앞두었기 때문인지 빗속에 선 장이 크다. 2~3주 전인가... 눈 내린 날, 옛날 과자나 사탕을 파는 젊은 상인들은 오지 않았다. 한창때라 그런지 목청 좋고 살갑기까지 해서 늘 단골로 북적였는데, 휑한 자리를 보니 섭섭했다. 다행히 비 내린 이번 장에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에 좌판을 벌이고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집어, 쪽쪽 빨아먹던 그 맛 
 
 시선을 사로잡는 원색의 옛날 사탕 중에서도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알사탕에 시선이 머문다.
시선을 사로잡는 원색의 옛날 사탕 중에서도 가장 많은 추억이 담긴 알사탕에 시선이 머문다. ⓒ 박진희
 파인애플 맛이 나는 알사탕을 먹어 보았다.
파인애플 맛이 나는 알사탕을 먹어 보았다. ⓒ 박진희
 
봉지 단위로 파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이곳은 마트와 달리 저울에 달아 과자나 사탕을 판다. 사탕값을 물으니, 1kg에 5,000원이란다. 

파라솔만큼이나 화려한 색깔의 사탕 중에서도 큼지막한 알사탕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이면 한두 차례씩 감기약을 먹기 마련이었다. 요즘처럼 과일향 나는 물약에 가루약을 타서 먹으면 좋았으련만, 나 어릴 땐 알약을 못 삼키면 쓴 감기약을 숟가락으로 으깨 물에 개서 넘겨야 했다.

철부지 시절에는 약을 먹을 때마다 거센 반항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약봉지 옆에 알사탕을 놓고는, "이 약 잘 먹으면, 사탕 하나 먹을 수 있는데?"라며 어르셨다.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입 안 이리저리 굴려 가며 온종일 빨아먹을 수 있는 알사탕의 유혹은 웬만해선 뿌리칠 수 없다. 두 눈 질끈 감고 쓰디쓴 약을 숟가락에 얹어 목구멍 깊이 넣어 삼킨다. 물 몇 모금을 들이켜고 나면, 그다음엔 천국이 기다리니 감행할 수 있었다.

엄지와 검지로 집어 몇 차례 입속에 넣다 빼기를 반복하며 '쪽쪽' 빤 알사탕은 적당한 크기로 줄면 입속으로 직행한다. 아껴가며 조금씩 천천히 빨아먹다가 작은 조각으로 남으면 어금니로 한 번에 '와그작' 깨물어 먹어야 제격이다. 부러울 게 하나 없는 순간이다.

'눈깔사탕', '왕사탕'이라고도 불리던 예전 알사탕은 오래 물고 있다 보면, 입속 여린 부분이 아릴 만큼 컸다. 그래서 먹는 절차가 복잡했는지도 모른다. 요즘 알사탕의 크기는 옛것만 못 해 먹는 재미가 없다. 다행히 입속에 넣으니 추억 속 그 맛은 녹아난다.
 
 다양한 맛을 내는 사탕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맛을 내는 사탕들이 즐비하다. ⓒ 박진희
 
식당에서 입가심으로 내는 박하사탕, 인삼캔디도 보인다. 누룽지맛, 호박맛, 콩맛 나는 사탕도 있고, 온갖 과일맛 나는 사탕도 많다. 달다고 피하면서도 식당 카운터에 사탕이 없으면 서운하다. 한술 더 떠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사탕을 빨면 은근 중독성이 강해 가끔 몸에 안 좋다는 그 방법을 즐기기도 한다.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땅콩캐러멜도 있었다.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땅콩캐러멜도 있었다. ⓒ 박진희
 우유맛이 나는 유가도 여전히 사랑받는 사탕류다.
우유맛이 나는 유가도 여전히 사랑받는 사탕류다. ⓒ 박진희
 
탈지분유를 넣어 우유맛이 나는 캐러멜 '유가'가 그득하다. 여전히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파란색 포장지 싸여 있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주머니에 넣고 선생님 눈을 피해 하나씩 까서 야금야금 먹던 땅콩캐러멜도 보였다. 캐러멜류는 녹여 먹으면 입천장에 달라붙고, 씹어먹으면 이빨에 쩍쩍 붙는 통에 혀끝으로 떼면서 먹어야 하니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치아 관리를 잘못해서 임플란트 한 개를 심었다. 이후 음식물이 이빨 사이에 끼거나 달라붙을 때마다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허나 유과와 캐러멜을 앞에 두니 먹는 모양새는 둘째치고 임플란트 수가 늘거나 틀니라도 끼는 날에는 엄두도 못 낼 테니, 다른 쪽 성한 이에 감사하자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화려한 색감과 쫄깃한 식감의 젤리들도 많다.
화려한 색감과 쫄깃한 식감의 젤리들도 많다. ⓒ 박진희
 
어려서는 사탕, 캐러멜과 달리 그리 즐겨 먹지 않던 젤리류도 여럿, 눈에 들어왔다. 개중에는 제사상에 올랐다가 식구들 천대 속에 굴러다니던 젤리도 보였다. 

젊은 상인들은 이가 안 좋은 어르신께는 젤리를 추천하기도 한단다. 모양과 재료에 차이는 있지만, 아이들이 유독 젤리류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초코볼은 딱딱한 겉껍질을 먹고 나면 안에 초콜릿이 들어 있다.
초코볼은 딱딱한 겉껍질을 먹고 나면 안에 초콜릿이 들어 있다. ⓒ 박진희
 돌멩이 모양을 한 초콜릿도 있다.
돌멩이 모양을 한 초콜릿도 있다. ⓒ 박진희
 
구슬 모양이나 작은 돌처럼 생긴 초콜릿도 보였다. 마트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들이다. 무게로 달아 파니 양껏 사 감질 내며 먹지 않아 좋고, 부실한 치아 걱정 없이 녹여 먹기에 그만이라 사도 좋을 듯싶었다.

파장시간이 다가오자 겨울비가 다시 장터를 적시기 시작했다. 어느덧 몸 이곳저곳에서 삐걱 소리가 나는 나이가 되고 보니, 연륜의 무게를 절감한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가 그러하셨듯 누군가의 비가림 우산이 되도록 손에 든 달콤한 사탕 한 알을 내밀어 봐야겠다.

#공주오일장#대목장#옛날 사탕#추억의 맛#공주산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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