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1889-1976)는 "현대인은 권태와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비와 오락 등 자극적인 것에 탐닉하거나, 남의 흉을 들추어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려는 가십거리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점점 흥미 본위로 치닫고 있는 영상물들의 내용과 가짜뉴스로 카톡방을 메워대는 대중현상을 보면서 하이데거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권력이나 자본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려면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현실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과거에 있었던 일들, 누군가가 하는 말, 언론 보도 등을 대할 때 "저 사건은 어째서 일어났을까?", "맞는 말일까?" 등을 판단해 보아야 한다. 사람의 언행에는 대체로 자신의 욕구를 성취하려는 목적이 있으므로 무턱대고 진실로 인정할 수는 없다.
'생각하는 사람'만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다
1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하루 동안 세상에 있었던 일들을 헤아려 보았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부터 알아본 후 그 일에 깃들어 있는 의미를 따져보고, 본받을 바를 찾아서 나의 피와 살로 삼으려는 계획이다. 날마다 이 일에 매달리노라면 하이데거가 말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 부류에서 벗어날 수도 있으리라.
1963년 1월 21일 김유신 묘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1788년 1월 22일 바이런(Byron)이 태어났다. 1929년 1월 23일 독도수비대장 홍순칠이 태어났다. 1930년 1월 24일 김좌진이 암살당했다. 1882년 1월 25일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가 태어났다.
1997년 1월 26일 하회마을 고택들 다수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756년 1월 27일 모차르트(Mozart)가 태어났다. 1898년 1월 28일 의사 백인제가 태어났다. 1860년 1월 29일 체호프(Chekhov)가 태어났다. 1948년 1월 30일 간디(Gandhi)가 암살당했다. 1797년 1월 31일 슈베르트(Schubert)가 태어났다.
깊은 산중 동굴에 들어가 혼자 수련을 하는 김유신
김유신의 삶에는 교육적 훈화가 많이 서려 있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혼자서 깊은 산중 동굴로 들어가 수련을 한 것부터 그렇다. 아버지는 금관가야의 종손이고 어머니는 진흥왕의 조카인데도 김유신이 34세나 되어서야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죽은 후에는 신라 천년 역사에서 임금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유일하게 '왕'의 칭호를 얻는다.
바이런은 영국 시인인데 그리스에서 죽는다. 여행을 하던 중 객사를 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 독립전쟁에 자원 참전했다가 세상을 떠난다. 헤밍웨이 등 젊은 지식인들이 스페인 내전 때 공화파를 돕기 위해 이역만리를 날아간 사례도 있다. 손톱만한 이익에도 자존심을 꺾는 자본주의세상의 물신숭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위인'들이다.
'독도 수비대장'이라면 대한민국 정규 군대나 경찰의 공식 직함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아니다. 권력도 없고 금전적 이익도 없고, 그저 육체적 노동만 잔뜩 바쳐야 하는 무보수 봉사 활동 단체의 대표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독립운동가 김좌진을 암살하는 '동족'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어째서 그토록 신념에 매달리는 것일까? 궁금하게 생각하면서 독도의 역사와 청산리 대첩에 관심을 기울여 본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당일 일어났던 사건들과 관련 역사 인물에 대해 생각하고, 또 글을 쓴다. 매우 바쁘지만 보람은 대단하다. 1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내용을 제 1권, 1월 11일부터 20일까지의 내용을 제 2권으로 펴낸 데 이어 1월 21일부터 31일까지의 내용을 <인문학365- 내 인생의 하루 양식 3>으로 출간했다.
누군가는 "독자가 있어야 진정한 글"이라고 했지만, 잘못된 인식이다. 일기도 글이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도 글이다. '내 인생의 하루 양식'을 구하기 위해 여러 책과 자료를 밑줄 그어가며 읽은 다음, 내용을 소화하고 조직하여 글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는 소중한 독자 한 사람의 동행이 있다. 바로 필자 자신이다. 이 보람있는 일을 독자 여러분들께도 권해본다.
덧붙이는 글 | 정만진 <인문학365 - 내 마음의 하루 양식 3>(국토, 2021), 210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