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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2015년 11월 취임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당시 초기 내각을 남녀동수(parity)로 구성한 이유를 묻자 "지금은 2015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신선한 대답은 전세계 언론에 퍼져나가 화제가 됐다. 그의 답변은, 동수 내각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는 걸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남녀동수는 이미 '오래된 미래'  
 
 성평등을 위해 만들어진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조사해 발표한 전세계 정치 속 여성(Women in Politics: 2020). 당시 한국은 18명 장관 중 6명(33.3%)이 여성장관으로 30.0-34.9%에 속하는 국가로 포함됐지만, 2021년 3월에는 절반인 3명(16.7%)으로 줄었다.
성평등을 위해 만들어진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조사해 발표한 전세계 정치 속 여성(Women in Politics: 2020). 당시 한국은 18명 장관 중 6명(33.3%)이 여성장관으로 30.0-34.9%에 속하는 국가로 포함됐지만, 2021년 3월에는 절반인 3명(16.7%)으로 줄었다. ⓒ 유엔여성기구
 
국제의원연맹(IPU: Inter-Parliamentary Union)과 유엔 여성(UN Women)이 발표한 '정치에서의 여성: 2020(Women in Politics: 2020)'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스페인과 핀란드 내각의 여성 비율은 각각 66.7%와 61.1%로 190여 개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았다. 내각의 여성 비율이 50.0-59.9% 사이에 있는 국가는 12개, 40.0-49.9%에 있는 국가들은 16개, 35.0-39.9%에 속하는 국가는 4개였다. 

이 당시 한국은 18명 장관 중 6명(33.3%)이 여성장관으로 30.0-34.9%에 속하는 국가로 포함됐지만, 2021년 3월에는 절반인 3명(16.7%)으로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남녀 동수내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지만 당시 '공약으로 약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제를 달았다. 그리고 동수내각은 집권 후 정부가 밝힌 100대 공약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남녀 동수내각'은, 여성의 표를 얻기 위한 공수표일 뿐이었던 셈이다. 

일부 20대 남성들은 문재인 정부가 여성들을 위한 정책만 펼친다면서 불만을 표출하지만, 초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혹 성평등으로의 일보 진전이 있었다면, 그것은 여성시민들의 투쟁에 의한 것이지 결코 정치권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시장 후보들, 성차별 가능한 구조 그대로 놓고... 뭘 고치려 하나 

정치조직 내의 동수 또는 성별 균형(gender balance)은, 가부장적 남성지배(male dominance)에 기초한 정치권력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일 뿐이다.

동수내각을 구성한다고 할 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기준은 다양성(diversity)이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동수내각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여성이 50%인 것뿐 아니라 난민, 이민자, 원주민, 장애인, 청년 등 그동안 정치적으로 배제됐던 다양한 집단의 대표성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엘리트·백인 남성들 위주로 꾸려졌던 단조로운 정치를, 생기 있고 알록달록한 무지개 얼굴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내각은 최근 점점 더 남성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는 국회도 주요 정당들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3년간 자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 3명이 성폭력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안희정 전 충남지사·오거돈 전 부산시장·고 박원순 서울시장).

그로 인해 새로 치러질 서울시 보궐선거에는 약 570억 원이, 부산시 보궐선거에는 약 253억 원 세금이 쓰이게 됐다(관련기사: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1000억…정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라 4.7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전국 21곳 귀책사유 정당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12곳으로 51.7%, 국민의힘은 6곳, 무소속 2곳, 민중당 1곳 등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어떤 부끄러움도 없이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왜 치르는 선거인가... '성폭력 빈번한 정치 구조' 바꿀 고민이 핵심
 
4.7재보궐선거 실시 현황 4.7재보궐선거가 21곳에서 진행된다.
4.7재보궐선거 실시 현황4.7재보궐선거가 21곳에서 진행된다. ⓒ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다음 달이면 치러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무엇보다도 전임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선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구조의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책이 핵심 의제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여당도 제1야당도 이 문제의 핵심은 피해가는 것처럼 보인다.

여당과 야당의 주요 후보들(박영선·오세훈·안철수)이 제시하는 여성 관련 공약들(여성폭력예방팀 신설, CCTV 전면 설치, 서울시 공무원 성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돼온 것들이며, 성차별적이고 성불평등한 구조를 해체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요 후보들은, 한국사회에서 그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고 있는 성소수자 집단에 대해 사실상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서울시민과 공감대 형성"(박영선 민주당 후보)을 이야기함으로써 성소수자를 시민에서 배제한 셈이 됐고, "퀴어축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라고 말해 성소수자가 1년에 단 하루 누리는 자유마저 빼앗았으며, "시장 개인이 '해도 된다, 안 해야 한다'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라며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조직의 남녀동수조차 구성하지 못하는 한국정치 
 
안철수·박영선·오세훈 후보, 한자리에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세 번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안철수·박영선·오세훈 후보, 한자리에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제113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왼쪽 세 번째)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 남소연
 
이렇듯 주요 후보들이 재탕·삼탕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여성 관련 공약을 새로운 것인 마냥 제시하고, 인권을 '경합하고, 나눠먹는' 것으로 보는 수준 낮은 인식밖에 갖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 후보에게 페미니스트 관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관점의 부재는 이들 후보가 꾸린 선거운동본부의 성균형도 다양성도 찾을 수 없는 인적 구성에서부터 그 바닥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 5명은 모두 현직 의원이며, 여성은 1명이다(김영주 의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7명 공동선대위원장들 또한 나경원 전 의원을 빼면 전원 남성이며, 전·현직 의원들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부위원장 5명 중 여성은 1명이다(권은희 의원). 

한국사회에서 이미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로 선거를 치르고자 하는 정당들과 후보들,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들로부터 유권자들은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삶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을까. 

책임지지 않는 정치와 새로움도 다름도 없는 정치,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정치를 직면한 지금, 이에 실망하고 낙담하고 있는 유권자들, 특히 여성 유권자들에게 '정치를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민망한 일이 없다. 

그럼에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 다른 가능성에 한 표를

'찍을 사람이 없다'고 얘기하는 이들을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치를 외면하지 말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있다. 정치를 외면하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탓에 야기되는 피해들은, 결국 정치인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의 견제를 받지 않는 정치는 유권자에게 반응하지 않는 정치, 기득권 정치를 더욱 강화하고 공고화하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지 않을 자유 또한 유권자의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한 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되는 단순다수제 선거에서 유권자의 투표 포기, 즉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은 기득권 정당들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투표를 하든 안 하든 기득권 정당들 중 한 후보가 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권표 비율, 무효표 비율, 기득권 정당들의 후보가 아닌 다른 정당의 후보를 찍은 비율은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투표장에 가지 않아서 생기는 '기권표'는 기득권 정당들의 후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무효표와 기득권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 후보에 찍은 표는, 기득권 정당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기득권 정당들의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수록 이들 유권자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효가 된 표와 제3후보를 찍은 표가 정당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는 점이다.

무효표는 유권자의 투표방법 개선에 대한 고민 정도에 그치게 하는 반면, 기득권 정당들 후보가 아닌 후보를 찍은 표는 기득권 정당들에게 '심판'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 동시에 기득권 정당들로 하여금 이 유권자들에 대해 반응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즉, 유권자인 내가 찍은 후보가 비록 당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표는 결코 죽은 표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참여하고 싶지 않은 선거라도, 뽑고 싶은 후보가 안 보이는 선거라도, 우리는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유권자로서 정당·후보에 대해 심판할 수 있는 표로 이를 드러내야 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페미니스트 시장을 만나고, 성평등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면, 유일하게 주권자가 되는 4.7 선거일에 투표장으로 가자.

덧붙이는 글 | 필자인 권수현씨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이며, 한국여성단체연합 혁신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페미니스트 시장
댓글17

여성의 정치적 역량과 연대를 강화하고 사회 전반에서의 성평등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하는 여세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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