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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앞과 외벽 등에 4.7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앞과 외벽 등에 4.7서울시장 보궐선거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대선 전초전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인구 천만이 집중된 수도 서울에서 대통령 선거 1년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니만큼 대선 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한 달도 채 남지 않는 선거에는 정치권의 이합집산만 요란할 뿐 시민들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4.7 재보선, 대선 전초전이기 전에, 시민의 삶에 밀접한 시장을 다시 뽑는 일인데 정작 유권자는 구경꾼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박원순 전 시장의 죽음은 명예롭지 못했다. 돌발적인 죽음과 성추행 논란. 국민 모두가 그렇겠지만 서울시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2011년, 사퇴한 오세훈 전 시장의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연승하며 9년을 시장직에 있었던 박원순 전 시장. 불명예를 안고 유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은 서울시민들에게는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여비서의 성추행.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섣부른 진실규명 요구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음도 물론이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의 9년 모두를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전히 박 전 시장의 발자취가 깊게 남아 있는 서울시. 보궐선거 과정에서 개인 박원순이 아니라, 서울시장 박원순의 공과 과오에 대한 평가는 꼭 필요하다.

서울은 공동체의 터전이어야

서울은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이슈들이 집약되는 곳이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서울로 모여들고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 진학에서 'in 서울'이 목표가 된 지 오래다. 부동산 투기로 한몫을 잡기 위해 돈이 몰린다. 그래서 서울은 언제나 번잡하고 욕심이 넘쳐나는 도시다. 월세 5만 원 쪽방과 호가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가 공존하는 곳이 서울이다.

서울의 행정이 집 가진 사람, 돈 많은 사람이 중심이 된다면 서민들의 삶은 고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값이 폭등하자 재개발을 촉진하고 대대적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내는 서울시장 후보들. 그렇게 해서 시민들의 주거난이 해결될지 희의적이다.

부동산 정책은 선거마다 단골 메뉴였다. 이명박의 뉴타운 공약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을 선거에 이용한 사례다. 소위 '타운돌이'라 불리는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됐고 부동산 광풍은 투기판처럼 변했다. 2009년에 발생한 용산 참사. 밀어붙이기 개발이 불러온 인재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선거 때만 되면 수십 수백만 호의 건설 계획을 공약하며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해왔다. 서울시민들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외곽에서 서울 인근 도시로 밀려나는 건 서울에 집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살림살이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또다시 수십만 호 공약을 버젓이 들고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4.7 보궐선거 공약으로 5년간 74만 6000호를 민간주도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3년 전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대표는 공공임대주택 1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주택 건설을 두고 '13평 임대 아파트를 4인 가족도 살겠다고 하셨는데, 퇴임 후 795평 사저를 준비하시는 상황에서 국민께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을 비난했던 안철수 대표. 서울시장 후보로서 그가 내놓은 74만 6000호 공급 공약이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 계획보다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5년 내 공공임대 주택 30만 가구 공급과 21분 이내에 직장·교육·쇼핑·여가 등 모든 생활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 뉴타운 정상화를 통해 18만5000호 건설 등 5년간 36만 호 공급 대책을 공약으로 내놨다. 안철수 후보에 비하여 공급 계획이 절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영선 후보나 오세훈 후보의 공약이 낫다고 볼 수도 없다. 박영선 후보의 21분 생활권이나 오세훈 후보의 뉴타운 정상화 계획. 실현 가능성이나 부동산 투기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기는 마찬가지다.

박원순 전 시장이 야심차게 진행했던 도시재생 사업. 개발을 막아 오히려 주택난을 유발시킨다는 평가도 있고 도시재생이 아니라 '도시 분칠'이라는 힐난도 있지만, 무분별한 고가 아파트 위주의 주택공급을 막고 시민들의 보금자리를 지키려 했던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또 서울이 부동산으로 한몫을 챙기는 도시가 아니라 공동체의 터전이어야 된다는 그의 소신도 충분히 가치 있다.

그래서, 박원순 전 시장의 명예롭지 못한 죽음 때문에, 그가 주장하고 심혈을 기울여왔던 괜찮은 사업들마저 좌초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난 9년 동안 주창했던 혁신적인 행정과 복지 정책, 도시재생 사업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며 여전히 유효한 명제다.

공약이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했으면

서울. 천만이 살아가는 도시다.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직원들만 사는 곳도 아니고, 수십억 아파트로만 도시를 메울 수도 없는 일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빠듯한 자영업자들이 삶을 영위하는 곳, 밤 12시가 넘게 배달업무를 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가 사는 곳도 서울이라는 도시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아파트 수십만 채 공약으로 여론몰이하려는 움직임뿐이다. 코로나 정국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과로사로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서울시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공약으로 마주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였던 우상호 의원이 '박원순은 제 혁신의 롤모델'이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은 용인되기 힘든 범죄이고, 민심 또한 곱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우 의원의 발언은 충분히 논란이 될 만 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시장과 거리두기를 해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듯, 공과를 살피지 않고 대규모 개발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는 후보들 역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이래서야 어떻게 박원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서울시를 만들겠다는 건지 답답하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선의 전초전이기 전에, 천만 시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수장을 뽑는 선거다.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시 전체를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었던 이명박 전 시장. 도시재쟁 사업으로 서민들의 주거를 지키려 했던 박원순 전 시장. 서울시민은 어떤 판단을 할지 모르겠지만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시민들의 주머니를 채워야 삶도 가능하고 집도 살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 공급 계획보다 급한 건 코로나 정국에 하루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민들의 삶이다. 공약이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했으면 한다.

#4.7보궐선거#서울시장#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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