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일터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하청노동자와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중대재해를 비롯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이다"며 "더 이상의 택배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가 숨진 것과 관련해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이다"며 "더 이상의 택배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촉구했다. ⓒ 유성호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방역과 비대면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택배‧배송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책보다 새벽배송, 번개배송, 잠들기 전 배송 등 노동자를 더욱 과로로 내모는 서비스가 앞서 발표되고 있다. 의료노동자들은 방역을 위해 무겁고 불편한 복장을 입은 채 몇 시간까지 일해도 되는지 기본적인 매뉴얼도 마련되지 않은 채로 혹사당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사업장의 노동환경은 또 어떤가? 좁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앉아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은 벌써 여러 차례 뉴스를 통해 보도됐지만, 이들은 며칠 동안의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거치고 나면 다시 똑같은 노동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은 방역조치가 거의 취해지지 않은 기숙사에서 집단 감염이 됐지만, 각 지자체는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 유행의 주범인 양 강제 전수검사 조치를 내리고도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조치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요양병원의 환자와 노동자 집단감염이 빈발하는 데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태도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노동환경이 열악한 곳, 노동자들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이어지는 곳, 이윤이 생명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점하는 곳에서 어김없이 잦은 중대재해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곤 했다. 안전한 일터를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산업안전법 등 법체계를 더욱 정비하고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거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반면 안전한 일터와 노동자의 생명권‧건강권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대부분 노동과 관련된 지방정부의 권한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 핑계가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지금 지방정부가 갖고 있는 권한의 범위에서는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있는가? 서울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시립병원의 인력 확충, 가장 시급하다 

먼저, 공공부문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병원부터 의료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료노동자들은 물론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시립병원의 노동조건 개선과 의료인력 확충이다. 다른 병원들에 비해 노동조건이 열악해 이직이 잦고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 처참한 일이다. 서울시장으로 누가 당선되든 가장 시급하게 예산을 확보해 해결해야 할 일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과 함께 친환경적인 일자리, 녹색산업 일자리의 고용의 질과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청소, 폐기물 수집과 운반, 자원순환 등 서울지역의 공공부문 녹색서비스 일자리는 대부분 위험한 야간노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야간노동의 경우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발암물질과도 같은 수준임은 잘 알려져 있다. 더구나 서울시가 지난해 7월 '2050 탄소배출 제로 전략'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공공부문에서부터 질 좋은 녹색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돌봄노동자들이 정작 자신을 돌볼 권리에서 배제된 현실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요양보호사들의 경우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위한 시간과 소득 보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아파서 쉬고 싶어도 인력이 부족해 휴가를 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요양을 비롯한 돌봄노동이 대부분 민간시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돌봄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에서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하겠지만, 우선 시급하게 요양보호사 대체인력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서울시 유관기관들부터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 것을 비롯해 서울시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본이다.

경기도의 산재보험료 지원...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I SEOUL U'.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I SEOUL U'. ⓒ 권우성
 
물론 지자체의 역할이 공공부문으로만 제한돼서는 안 된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가 가진 다양한 권한을 활용해 적극적인 인센티브와 페널티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서울시의 용역‧발주‧계약 사업의 원칙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만으로도 민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실태, 감염병 예방 조치, 중대재해 발생 여부, 노조할 권리 보장 수준 등을 사업 참여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형 생활임금 적용, 근로기준법 적용(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장시간 노동 방지 등 다양한 영역들을 포함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밖에서 지자체는 각종 인허가권, 세제 혜택, 보조금 등을 통한 각종 지원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정책들에 노동인권감수성, 특히 노동자의 생명권과 관련된 지표를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이윤에 눈이 멀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경고를 던지고 '이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생명을 중시하는' 태도라도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가 안전한 일터와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노력해왔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한 불안정노동자들에게 적용하는 서울형 유급병가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중위소득가구 100% 이하 소득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이 제도가 더 확대되고, 나아가 법제화를 통한 전국적인 제도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아울러, 산재보험을 비롯해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얼마 전 경기도가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산재보험료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하루속히 추진하길 바란다. 고용형태 다변화와 코로나19이 영향으로 고용형태, 소득, 가구형태와 관계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사회보험제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런 제도를 향한 선도적인 정책이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있는 서울시에서 발 빠르게 추진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하늬 시민기자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사무차장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코로나19#비대면#서울시장#백양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