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일어나 명상하기, 6시에 요가하기... 2030세대들이 '미라클 모닝'에 푹 빠졌습니다. 미라클 모닝은 이른 오전 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활용하는 일상 습관을 의미하는데요. 청년들은 이 아침 시간을 대체 어떻게 채우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이들에게 '미라클 모닝'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마이뉴스> 청년기획단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
오전 4시 50분. '왈, 왈왈, 왈.'
달콤하게 꾸던 꿈에 별안간 개 짖는 소리가 찬물을 끼얹는다.
찬물을 한 바가지 맞은 기분으로 휴대폰 알람을 끄면 네 시 오십 분. 요즘 나의 하루는 오전 4시 50분에 시작한다.
커다란 개의 거친 목청소리로 시작하는 아침은 썩 상쾌하진 않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좋아하는 노래를 아침 알람 곡으로 지정해 놓으면 그 소리에 깨긴커녕, 꿈속에서도 노래를 감상하고 있길래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앙칼진 개 소리 알람이 아침 기상에 꽤나 효과적이어서 벌써 2년째 왈왈 대는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27년 차 올빼미인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은 정말 쥐약이다. 아침보다 밤에 활동적이고, 밤이 가는 게 못내 아쉬운 전형적인 야행성 인간이다. 학창 시절엔 엄마 잔소리에 못 이겨 일어났고, 직장인인 지금은 회사에서 잘릴까 봐 일어난다.
그런 내가 미라클 모닝이라니. 그거 부지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쨌든 늘 아침형 인간을 동경해 왔던 올빼미로서 미라클 모닝의 효과를 몸소 체험해 보고자 이른바 '기적의 아침'을 시도해 봤다.
개인 맞춤형 기적의 아침을 위한 규칙은 거칠게 세 가지로 정했다. 5시 기상, 스트레칭, 아무거나 차 한 잔. 평일 출근 준비 전까지 약 2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보면 며칠 만에 지칠 것 같아 새벽 산책이나 독서, 짤막한 글쓰기 등 그 외의 것들은 할 수 있으면 하기로 했다.
4시 50분, 5시, 5시 10분. 10분 간격으로 연달아 세 번의 알람이 울린다. 아침 알람 시간은 최소 3개로 설정해 놓는다. 일찍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었어도 사람이 바뀌진 않을 테니 나보단 휴대전화 알람을 믿는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보통 4시나 4시 30분쯤 일어난다고 하지만, 도저히 그 시간엔 일어날 자신이 없어 '5시도 훌륭하지'란 자기 합리화로 기상 시간을 정했다.
미라클 모닝 해 봤더니
[미라클 모닝 1일 차] 거꾸리에 매달린 아침
역시나 5시 기상은 너무 어렵다. 변함없이 그 '개' 소리가 5시를 알렸다. 전날 늦게 잔 탓인지 유달리 눈꺼풀이 무거웠다. 나와 약속한 첫날을 어길 수가 없어 침대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 결국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있다간 다시 누울 것 같아 가볍게 몸을 풀고 새벽 산책에 나섰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아침, 나 홀로 걷는 길거리가 어쩐지 기분이 좋다. 한적한 거리엔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조용히 울렸다. 그렇게 향한 곳은 겨우 동네의 작은 근린공원. 오랜만에 거꾸리에 매달려 어둑한 하늘에 밝아오는 아침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무도 없는 터에 푸른 하늘과 나뿐이라니, 전에 없던 시간이었다. 그 새벽의 하늘은 결코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없는 하늘이었다.
[미라클 모닝 2일 차] 밀도가 다른 2시간
이틀째인데 벌써 적응이 됐나? 전날 밤 10시쯤 잠에 든 덕인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잠에서 설풋 깼다. 억지로 잠을 깨운 것이 아니라 몸도 훨씬 가벼웠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려 씻고 따뜻한 국화차도 준비했다.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다이어리를 열었다. 그 시간의 어둠과 밝기는 어젯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상하게 마음가짐이 달랐다. 온갖 생각과 감정으로 울렁이던 밤과는 다르게 머리가 차갑게 식은 듯했다.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절반 읽고 멈췄던 책도 다시 집어 들었다.
2시간 동안 꽤 많은 일을 했다. 오후의 2시간과는 시간의 밀도가 판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잡생각으로 가득한 평소와 달리 머릿속이 깨끗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이 좋았다. 나의 근심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오는 것일까?
[미라클 모닝 3일 차] 멍 때리다 한 시간
그럼 그렇지, 모든 일은 3일만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고 했던가? 3일을 지키기가 어렵다. 20년이 넘게 늦게 자는 습관이 굳은 탓인지 일찍 잠자리에 들고도 몇 시간을 뒤척였다. 겨우 잠이 든 지 얼마나 됐을까,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 왔다. '늦게 잠들었으니 어쩔 수 없어'란 마음과,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란 마음이 뒤섞여 반 시간 정도 더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 거실로 나가 물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았다.
졸지도 않고 멍하니 바깥만 바라보다 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멍 때리는' 시간이 때론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나 보다. 늘 비몽사몽 졸기만 하던 출근길에도 이토록 정신이 맑을 수 있다니.
미라클 모닝이 모두에게 완벽한 건 아니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기적 같은 아침을 맞이해 보려고 노력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웠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면 절반은 성공이다. 칠흑 같은 어둠에 익숙해지면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거의 간증하듯 미라클 모닝의 효과를 열거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미라클 모닝이 한밤의 시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겐 여전히 홀로 있는 밤의 시간이 소중하다. 내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달을 포기할 수 없고, 나의 상상력과 창조력은 여전히 하루 일과를 마친 깊은 밤 중 샘솟는다. 늘 그렇듯 아침보단 밤이 좋고, 이른 기상 시간에도 영 적응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새벽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힘이 있다. 미라클 모닝 체험이 그동안 몰랐던 새벽을 돌려준 듯하다. 새벽 시간의 높은 밀도는 완전한 집중과 몰입을 돕고, 그 시간 홀로 깨어 있는 즐거움이 꽤 크다는 걸 알려줬다. 늘 피곤하기만 하던 아침이 활기차게 변하니 하루가 달라진 느낌이다.
아침의 고요함은 깊은 밤의 침묵과는 그 결이 다르다. 아득한 밤의 시간이 사람을 진한 감수성의 바다에 빠져들게 한다면, 고요한 새벽 시간은 차가운 이성을 깨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인 탓인지 잡다한 생각에 빠져들기보단 당장 눈앞에 있는 오늘의 일과에 초점이 맞춰진다.
단순한 자기 계발의 의미를 넘어, 평화롭고 조용한 새벽에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과 정신을 깨우고 나 자신에게 온전히 빠져들 시간이 바쁜 현대인에게 무척이나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날의 근심을 씻어내고, 다시 또 하루를 시작하기 전 잠시 생각을 비워내는 시간 말이다.
근 며칠간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부지런히 아침 시간을 이용하려 하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권했는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의 어스름과 맑은 정신이 만나 강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한 번 일어나 조용히 나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다고 기적처럼 멋진 일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킨 아침으로 시작하는 그날만큼은 마치 기적 같은 하루가 될지도 모르겠다.
추신. 당연한 말이지만, 미라클 모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잠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이른 아침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니까. 일찍 자지도 않고 시간 맞춰 일어나기만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이른 기상도 실패, 깊은 수면도 실패하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