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각계각층 유권자의 목소리를 '이런 시장을 원한다!'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뉴노멀' 시대 새로운 리더의 조건과 정책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말] |
이동노동자 특히 대리운전 기사나 배달 라이더 같은 야간 이동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다큐나 기사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대리기사의 경우, 밤새 일하는데 추위와 열대야, 비바람을 피할 장소는 없다. 이용 가능한 화장실도 찾아보기 힘들고, 저임금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에 동틀 녘이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열악한 야간 이동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은 시민 안전과도 직결된다. 대표적인 야간이동노동자인 대리기사들. 평균 연령 53세에 밤새 걷고 뛰는 일을 반복하는 그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도 못 한 채 손님의 운전대를 잡는 일을 반복한다면, 그만큼 사고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여기서 지자체의 역할이 필요해진다. 생계를 위해 야간 이동노동자들이 피로한 가운데서도 운전대를 잡을 것 역시 자명하므로 지자체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동노동자들이 필요한 휴식을 취하며 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요컨대 필수노동자로 인정한다면 그에 걸맞은 근로 인프라를 구축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악한 야간 이동노동자 근로환경, 시민 안전에도 적신호
이동노동자의 대표적인 필수시설은 바로 이동노동자 쉼터다. 코로나 이전, 쉼터는 대리기사와 같은 야간 이동노동자들이 몰리는 새벽에는 북새통을 이뤘다. 백신접종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즈음부터 다시 많은 이동노동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작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배달 라이더 등을 위한 이동노동자 쉼터는 서울과 부산의 경우 각각 4곳, 1곳뿐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을 추진해야만 하는 시 당국의 사정을 모르쇠하려는 것은 아니다. 쉼터 하나당 연간 수억의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시에서도 증설에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동노동자들에게는 특히 필수적인 쉼터가 그들의 대표적인 운집지역마다 들어서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론 형성과 예산확보 절차로 쉼터 증설이 다소 더딘 점을 감안해 간이 쉼터들을 먼저 설치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대리기사나 배달 라이더들의 경우, 콜을 기다리기 위해 운집하는 대표적인 장소들을 파악하여 부스 형태의 쉼터들을 설치할 수 있다. 냉온열 기능을 갖춘 벤치를 들여놓으면 부족한 대로 야간 이동노동자들이 다음 고객을 만나러가기 전까지 쉬어갈 수 있는 차선책이 될 수 있다. 적어도 야간 이동노동자들이 더위와 추위, 비바람에 속수무책으로 시달리는 일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이동노동자 운집 거점별로 민간 공영 가릴 것 없이 개방 가능한 화장실을 확보하고, 유인물 내지는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해결 위해 표준요금제 도입을
대리기사를 포함한 야간 이동노동자들은 대표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들인데, 소위 '일당'을 맞추기 위해 건강이 받쳐주지 않는데도 아침까지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대리운전 요금은 업체간 요금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콜이 몰리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에는 야간근로임에도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필요한 수입을 맞추기 위해 대리기사들의 근무시간이 어쩔 수 없이 늘어나거나, 더 많은 콜을 더 빠른 시간에 종료하려는 원인이 됐는데, 이 역시 대리기사와 콜 손님을 포함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리요금의 표준요금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시점에 코로나가 터져 현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언제 이 문제들이 한계점을 넘어설지 알 수 없다. 지금도 멈출 줄 모르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면 더더욱 장시간 노동이 가져오는 처참한 폐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일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추위, 더위, 비바람에 곤욕을 치르면서도 수입을 맞추기 위해 밤새 걷고 뛰어야 하는 대리기사들에게 어느 누가 안전운전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열악한 이동노동자들의 근로환경과 하향 평준화된 요금이야말로 시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시정의 중요 개선과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20년 이상 방치한 야간 이동노동자 문제, 이제 해결해야
이동노동자 특히 대리기사 문제는 항상 큰 현안들에 밀려 20여 년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왔다. 그러는 동안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동노동자 문제를 방치하고 간다면 허울뿐인 선진국에 그치고 말 것이고 시민들의 자긍심에도 금이 가게 될 것이다.
누가 새로운 시장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 시장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는 어느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새로운 시정을 열고 싶다면, 성공한 시장이 되고 싶다면 약자를 위한 시장, 만민을 위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 진정 시민을 위한 시장이 되고자 한다면 야간 이동노동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