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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정부 법무총장 예관 신규식 선생
임시정부 법무총장 예관 신규식 선생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군인이 되어 무관학교에서 학습하고 있을 즈음 나라 안팎은 어지러워지고 있었다. 특히 일본을 비롯 서구 열강의 이권침탈이 극심했다. 일본은 경부철도 부설권과 경기ㆍ충청ㆍ황해ㆍ평안도 연해 어업권, 미국은 서울전차 부설권과 평북문산 금광 채굴권, 러시아는 압록강 유역ㆍ울릉도산림 벌채권과 인천 월미도 저탄소 설치권, 영국은 평남 은산금광 채굴권, 프랑스는 경의철도 부설권과 평북창성 금광 채굴권, 독일은 강원도 금성 당현금광 채굴권 등을 각각 차지했다. 

1898년부터 1년여 동안 동학혁명의 잔여세력이 호남에서 무장 농민조직으로 영학당(英學黨)을 결성하여 반외세ㆍ반봉건운동을 전개했다. 지도자 이화삼(李化三)은 만민공동회에 참가한 경험을 살려 영학당을 이끌면서 봉기할 때는 마을에서 농민대회를 열어 농민들의 의사를 물은 다음 행동에 나섰다. 영학당은 1년여 만에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었다. 

1990년 3월에는 허균의 소설에 등장하는 활빈당의 명칭을 내걸고 충청ㆍ전라ㆍ경상ㆍ강원ㆍ경기 지역에서 탐관오리와 악덕 부자들의 재물을 털어 빈자들에게 나눠주는 등 활빈활동을 하다가 정부군에 진압되었다. 활빈당은 운문사와 통도사에 근거지를 두고 방곡령실시ㆍ외국인의 금광채굴금지ㆍ외국에 철도부설권 허용하지 말것 등을 내세웠다. 

일찍부터 '집단개화'에 나선 산동신씨 문중에서는 1901년 신규식의 고향인 문의(文義) 동면(東面) 계산리에 문동학원(文東學院)을 설립했다. 

문동학원의 설립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신규식의 향리에 설립되었고, 그의 아버지인 신용우가 개화에 대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므로 신규식과 관련 있는 사람이 학교설립의 주체가 되었을 것이다. 이 문동학원에서 신채호와 신백우는 강사가 되었다. 이들이 어떤 과목을 강의하였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같은 시기에 지방에 설립된 향교학교의 경우 그 교과목이 국ㆍ한문ㆍ일어ㆍ산술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볼 때 문동학원의 그것도 비슷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다. (주석 5)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
상하이 망명 당시의 신채호, 신석우, 예관 신규식 선생 ⓒ 독립기념관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면, 신규식의 아버지가 고향 이름의 명칭을 따서 문동학원을 세우고, 가까운 일가의 개화 청년 신채호와 신백우를 불러 강사로 삼았다. 신규식은 그때 무관학교 재학 중이어서 전임 강사를 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무관학교를 졸업한 신규식은 곧장 향리에 덕남사숙(德南私塾)을 설립하였다. 외세침탈이 극심해지면서 국민이 배워야 한다는 사명감에서이다. 그는 전통적인 학문이 아닌 실업과목을 중점으로 가르쳤다. 이 대목에서도 그의 파격의 행적이 드러난다. 

1903년에는 신규식이 향리에 덕남사숙을 설립하게 된다. 이 학교에서는 산술ㆍ측량 등의 10여 과목을 가르쳤으며, 청주에서 교사를 초빙하고 근대식 학교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 주로 실업과목을 교육하였던 것은 근대문물의 교육을 통한 자강ㆍ자주의식의 고취가 교육목적이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문관을 선호했던 이 산동문중에서 실업을 위주로 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었음이 주목된다. 이것은 개화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문중내에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주석 6)

그는 이 학교에 열정을 바쳤다. 아버지와 개화된 문중 어른들의 지원으로 10여칸의 교실이 마련되었다. 

눈이 하얗게 덮인 겨울 어느날, 10여칸의 아담한 교사 앞에서 주민 백여명과 학동 80여 명이 모인 덕담사숙의 개교식에서 신규식은 이 사숙을 세운 뜻을 밝히며 입을 열었다.

"어린이는 나라의 기둥입니다. 또한 보배입니다… 우리가 망하게 된 이유는 무(武)를 업신여긴 것과 또한 교육을 등한히 탓입니다… 이순신의 철답 거북선을 한 낱 녹슨 쇠붙이로 만든 후손이 나라 망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요 또 이 원인은 교육이 철저치 못한 탓입니다…이 나라 먼 장래를 내다 볼 때 어린이 교육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석 7) 


주석
5> 임춘수, 앞의 책, 480쪽.
6> 앞의 책, 489쪽. 
7> 강영심, 앞의 책, 34~35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독립운동의 선구 예관 신규식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신규식#신규식평전#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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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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