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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 나왔다. 2025년까지 5년간 가족정책이 근간이 될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은 가족법 개정을 반대하는 진영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혼인·혈연·입양'으로 규정되어 오던 가족에 대한 정의를 확대한다고 한다. 한국사회가 점차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이를 '가족'으로도 확장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2001년부터 혼자서 아이 둘을 키웠다. 그때만 해도 도움을 청할 가족과 이웃이 있었다. 살림살이도 고민도 비슷한 이웃과, 가난했지만 가족 간의 끈끈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러나 사건사고로 접하는 가난한 한부모와 미혼모, 청소년 부모들에게 공통점은 도와줄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사회가 그만큼 변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역시 "가족의 개인화, 다양화, 계층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난'에 대한 접근은 누구도 감히 할 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2020년 12월 인천형제 화재 사건과 2021년 한파 속 '내복 차림' 사건 중심에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와 미혼모가 있었다. 그리고 올해 모텔살이 영아 아동학대 사건에는 청소년부모가 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몇 줄이지만 언급된 다양한 가족 중 하나의 유형이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다양한 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안정적 생활여건을 보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는 아동학대와 아동방임이라는 가중처벌과 불안정한 거주로 인한 제한적 혜택이 따른다. 결국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부모가 된 청소년 부부는 방치된다.
 
 MBC 피디수첩 '인천 모텔 아기 - 위기의 청소년 부모' 편 중에서
MBC 피디수첩 '인천 모텔 아기 - 위기의 청소년 부모' 편 중에서 ⓒ 피디수첩
 
지난 4일에 방송된 MBC < PD수첩 > '인천 모텔 아기 - 위기의 청소년 부모' 편에서 청소년 부모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엄청 많은 시설에 다 연락을 해봤어요. 보육원, 자립원, 미혼모시설 다 연락을 해 봤는데 보육원은 아기 입양처를 연결시켜주겠다 이렇게 말씀하신 곳도 있었고 미혼모 시설은 아기 아빠랑 떨어져야 되니까 받아주는 없었고 일단 미성년자는 집을 계약해주는 곳이 잘 없어요."

청소년 부모에게 없는 것은 너무도 많다. 그중에서도 의지할 가족과 이웃이 없다. 수많은 저출산 정책과 가족 관련 지원기관, 늘어가는 복지 예산 속에서도 아이를 키울 방법이 없다. 민간에서 활동하는 지원기관이 없다면 이들 부부의 삶도 보장받을 수 없다. 마음씨 좋은 사회복지사 또는 민간단체를 찾을 수 있는 '운'에 더 가족을 맡길 순 없다.

제1차 건강가정기본계획부터 거론된 '다양한 가족'은 한부모가족과 다문화가족, 소외가족으로 지칭되는 취약가족 정책이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거의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정책으로 청소년미혼모, 미혼부, 청소년 부모, 비혼 출산, 1인 가구 등 유형은 늘었고 맞춤형 지원도 늘어났다. 하지만 계층화에 대한 심각성만큼 정책 변화는 찾기 힘들다.

즉, 대한민국의 가족법은 건강가정기본법과 민법에서 규정되고 있는 혼인·혈연·입양이라는 가족정상성 신화를 뚫고 나오기에 역부족이다. 가족 생애주기 변화와 가족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빈곤의 세습, 가족 간 이어지는 가난의 문제다. 이에 대한 사회와 정책의 변화는 너무 미비하기만 하다.

또한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강화를 두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족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돌봄을 확충한다"라고 발표했다. 한부모자녀의 돌봄문제는 하루 이틀 나온 문제가 아니다. 며칠 전 한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초3딸 초1아들 키우고 있는데 출근시간이 빨라서 6시 30분에 나갑니다(출근시간 변경 어려움) 아이들 아침밥 차려놓고 준비물, 내일 입을 옷 챙겨 주구요. 학교도 아파트 바로 앞이고 큰애 작은애 휴대폰도 다 있구요. 가스도 다 잠그고 출근합니다. 얼마 전 구청에서 신고가 들어왔다고 아이들 놔두고 출근하면 방임이라고... 너무 막막합니다."

'가족=돌봄' 구도에서 돌봄은 끊임없이 '탈가족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 여성들에게 "적절한 생활수준의 보장" 즉, 복지정책의 변화 없이 가족 내 돌봄책임 완화는 이른 감이 있다. 가족구성이 다양해지는 것에는 자율적 측면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 경제적 파산, 경제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 이 때문에 가족구성원 존중에 있어 맞춤형 지원정책의 모색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변화되는 '가족'에 대해 지금보다 더 공론화해야 한다. 2003년 건강가정기본법이 서둘러서 만들어진 이유가 IMF로 인한 가족해체 예방이 주목적이었다. 2021년 가족정책과 그 기반이 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가족해체 예방만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야기할 가족은 개개인의 행복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행복한 개인을 전제로 하지 않는 가족정책과 인구정책 프레임 안에서의 가족정책은 점점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이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출산정책과 인구정책이 아닌 태어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정책이다. 따라서 개인화되어가는 가족 정책 안에서 낡은 방식의 시설화 정책이 그 형태를 바꾸어 가면서 지역사회 기반구축을 담당하는지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시설과 기관은 이제 거주자와 이용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개인화된 정책은 철저하게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공간'을 좌표로 하는 위계화 된 시설정책이 아닌 평등한 환대의 장소 그 어딘가가 가정도, 시설도 아닌 제3의 공간과 정책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가족#건강가정기본법#한부모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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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혼자 키우며 여성으로 한부모 가장으로 아직도 우리사회에 많은 차별과 편견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철학과 종교학 그리고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한부모로 바라본 세상은 아직도 힘들고 어렵습니다. 이제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권과 주거권, 돌봄권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가족에게도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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