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 빠진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기사는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청소년 인터넷, 스마트폰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를 전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반 아이들도 참여한 조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의 인터넷, 스마트폰 의존 현상이 심해졌다는 내용이었다.
부모들은 흔히 자녀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관리를 위해 이용 시간 및 규칙을 정한 후 아이에게 그것을 따르도록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알 것이다. 막상 이것을 실생활에서 철저하게 지켜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아이는 늘 '조금만 더'를 외치고, 부모는 '이제 그만'을 외친다. 아이와 부모는 끝이 없는 싸움을 반복한다.
나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은 어른들이 고민하고, 어른들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나는 당사자인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이 유튜브에 빠지는 이유
나는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아이들과 '유튜브 시청'을 주제로 토의해보았다. 유튜브를 왜 보는지, 유튜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유튜브 시청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는 이유는 '재밌고, 편해서'였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휴식이나 오락의 목적으로 게임이나 유머 관련 영상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스스로 배워보기 위해서 볼 때도 많았다. 아이들은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친구도 잘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고 우울하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유튜브를 찾게 된다고 했다.
"얘들아, '난 이것을 한다면 유튜브를 안 보겠다' 하는 게 있니? 유튜브를 이길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기요!"
아이들은 질문을 듣자마자 그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단번에 말했다. 아이들은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집이 아니라 밖에서, 그저 자유롭게 놀기를 가장 바랐다. 그리고 체험, 여행 등 주로 야외 활동에 관한 것을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니 아이들이 유튜브에 빠지는 현상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엄마, 아빠랑 노는 것도요. 보드게임, 요리, 운동, 산책 그런 거 하면서요."
나는 아이들 의견 중 이것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보드게임을 같이 하는 것이 유튜브보다 좋다고 했다. 아이들이 바라는 게 크게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닌데도 많은 부모가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일상에서 아이와 같이 노는 시간에 소홀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님과 소소한 것을 함께 하며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무엇보다 원했다. 코로나 이후 아이들은 친구와의 소통이나 교류가 충분치 못하고 활동 범위도 제한되다 보니 정서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듯했다. 그 외로움이 아이들을 유튜브 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부모님도 스마트폰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
"얘들아, 그럼 이번에는 유튜브 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시간 정해놓고 하기, 다른 취미생활 찾기 그런 것 말고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엄마, 아빠도 같이 안 보는 거요! 우리한테만 유튜브 그만 보라고 하지 말고요."
"우리는 못 하게 하면서 어른들은 실컷 하잖아요. 불공평해요."
"우리가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한 시간과 부모님이 사용한 시간을 표로 만들어 비교해 봐요."
나는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뜨끔했다. 나도 내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볼 때가 많았다. 힘이 들 때면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 어른도 절제하기 쉽지 않은 일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지키지 못한다고 탓할 수 있을까?
어른에게 어렵다면 아이에게는 더욱더 힘든 일일 테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시키지만 말고 함께 해주면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 유튜브 시청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유튜브의 단점을 잘 알고 있으니 부모님께서 좀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이들은 한 시간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띤 토의를 벌였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시원하고 후련한 표정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너희들이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이 많았구나.' 아이들의 생각을 이제야 물어본 게 미안했다.
유튜브에 빠진 아이들 때문에 고민인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말한다.
- 친구들과 밖에서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세요!
- 부모님과 게임, 산책, 운동 같은 여가 활동을 같이 하고 싶어요!
- 부모님도 인터넷, 스마트폰 줄이기에 동참해주세요!
- 우리를 믿고 지켜봐 주세요!
어떤 방법도 유튜브에 빠진 아이들을 금세 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서서히 변할 것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함께 노력하는 어른들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