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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밝아서 차라리 불을 끄고 일하는게 나을 지경이다" 필자의 방을 찍었다.
"너무 밝아서 차라리 불을 끄고 일하는게 나을 지경이다"필자의 방을 찍었다. ⓒ 손익찬
 
"너무 밝아서 차라리 불을 끄고 일하는게 나을 지경이다" 필자의 방
"너무 밝아서 차라리 불을 끄고 일하는게 나을 지경이다"필자의 방 ⓒ 손익찬
 
나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회원으로,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입에 올리곤 한다. 최근에는 참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올해 초, 건물 형광등을 LED로 교체하면서 실내가 아주 밝아졌다. 그런데 필자는 3월부터 눈이 자주 깜빡거리고 시린 증상이 나타나서 인공눈물을 넣기 시작했다. 드디어 노안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4월경 건물관리인이 찾아와서 LED 등이 너무 밝아 눈이 불편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등을 어둡게 하는 조치를 해주겠다고 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밝으면 눈에 안 좋은가? 자료에서 어렴풋이 본 기억은 있지만 딱히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았다.

그렇다면 내 눈이 시린 것은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었다. 같은 방을 쓰는 노무사님께 물어보니, 자기도 등을 바꾼 이후로 눈이 너무 시려서 고생이라고 했다.

왜 LED 등이 문제니까 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노무사님에게 따졌지만, 생각해 보니 결국 내 잘못이었다. 어디까지나 필자는 그 사업장의 사업주고, 그 노무사님은 노동자이다. 무식한 사업주가 밝은 조명의 위험성에 관하여 노동자를 미리 교육하지 못한 것은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최소한 작업장의 안전에 관하여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해줘야 했다.

매주 주간 회의 시간을 갖고, 업무 회의도 수시로 하지만, 그 회의의 의제는 어디까지나 우리 작업장의 안전, 보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건 진행 상황이나 자문노조 현황 같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조명이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시니까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에는 특별한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건물관리인이 LED 등에 특수 테이프를 붙이고 나서 필자의 눈은 보다 편안해졌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추가로 시트지를 구매하여 붙이기로 했다.

노동자의 권리보장이 핵심이다

이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 모인' 조직인 회사에서, 돈 버는 일 이외의 문제인,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노안활동을 한다'는 명목하에 교육을 하고, 법 제도상 참여권을 행사하고, 위험상황이 발생하면 1588-3088로 신고 전화를 하자고 활동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여 작업을 보다 안전하게 바꾸려면, 일차적으로는 사업주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차적으로는 작업방법의 변경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어느 쪽이든 자본의 입장에서는 아주 싫고 귀찮은 상황인 것이다.

우리 사업장을 보자면 LED 등에 특수테이핑을 붙이거나, 천장에 광목천을 달거나, 메인 조명을 끄고 각자의 자리에 개인 스탠드를 사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어느 방법이든 작게나마 비용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 안구 건강을 위해서 작업 시간을 줄이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곧 업무처리 속도를 늦추자는 것과 같은 말이므로 이윤의 감소와도 직결되는 조치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면, 역시나 안전보건에 있어서의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는 정말로 핵심적인 권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동시에, 사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너무도 신경 쓸 게 많고 귀찮은 일이다.

사업주인 필자조차도 뭐가 위험한지도 제대로 몰랐고, 위험한지를 알게 된 상황에서도 취해야 하는 각종 조치에 있어서 주판알을 튕기게 된다. (테이핑으로 충분한지, 광목천을 달아야 하는지, 개인 스탠드를 구매할지 등)

마지막으로 만약 같은 방 노무사님이, 안구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작업을 거부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정당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로서의 필자는 당연히 분노가 앞설 것이다.

그러나 사업주 입장에서 치명적이고 가슴 아프고 열 받는 상황이라는 것은 곧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사무직만 있는 법률사무소에 굳이 근로감독관이 찾아와서, 수많은 위험요소 중에서도 굳이 적절한 조도가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독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올해 35살인 필자가 앞으로 50년간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 분야로 근로감독을 당할 일은 아마 죽을 때까지 없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안전보건을 달성하는 매우 효과적이고 또 필요한 방법이라는 말이다.

#김용균재단#노동자의 권리#알권리#참여할권리#거부할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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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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