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G7 정상회담이 11~13일(현지시간) 영국의 잉글랜드 지역(Region)의 남서부 콘월 주(County) 카비스 해변(Carbis Bay)에서 열렸다. G7 정상들은 공동선언(CARBIS BAY G7 SUMMIT COMMUNIQUE)을 채택하였으며, 이밖에도 부속선언으로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보건선언(Carbis Bay Health Declaration),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연협정(2030 Nature Compact)에 합의하였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특징은 G7 정상들과 초청국(인도, 호주, 남아공, 한국) 등 11개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약속하는 열린 사회 성명(2021 Open Societies Statement)을 채택했다는 점이다(관련 기사:
문대통령, 영국 콘월 도착... G7 정상회의 참석).
G7 정상들은 이러한 선언들을 실현하기 위해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를 통해 혁신을 진작시키고자 연구협정(2021 Research Compact)을 채택하였다.
초청국은 중국을 압박하려는 쿼드 관련국에 집중
초청국(인도, 호주, 남아공, 한국)들이 명시적으로 서명국으로서 거명된 것은 열린 사회 성명이다. 연구협정은 다른 성명서와 달리 서명국이 거명되지 않았지만, 내용상 G7 정상들만 서명국으로 볼 수 있다. 초청국들 면모를 보면 형식적으로는 경제적 위상으로 작년에도 초청받은 한국에 주최국인 영국이 주요 영 연방 국가들을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봉쇄 전략 '쿼드안보대화(QS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의 당사자 미국, 인도, 호주, 일본이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특히 미국이 이 쿼드의 하위 동맹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한국까지 모여 대중국 포위전선을 선보였다.
이번 G7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초의 외유 정상회담으로서 유럽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고려하여 민주주의 동맹을 통해 러시아, 중국, 북 등을 견제한다는 미국의 구상을 대폭 수용하였다.
유럽연합이 바이든의 외교전략을 전폭적으로 수용
유럽연합은,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경우 북아일랜드를 영국과 달리 유럽연합으로서 대우할 것인지 문제로 내부 갈등이 있는 상태이다. 또한 미국은 '노르트스트림2' 파이프를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수입하려는 독일에 대해 내심 자국의 셰일가스를 판매할 목적으로 겉으로 안보상의 이유를 내걸며 압박해왔다.
또한 최근에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이 덴마크의 국방정보국(FE)과 맺은 정보협력협정을 통해 유럽의 지도자를 도청해왔다는 사실에 항의한 바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도 미국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등 유럽연합과 미국은 여러 가지 문제로 껄끄러웠으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모든 난제를 뒤로 하고 대중국 봉쇄라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등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대외적으로 미국의 자존심을 복원하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로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연합의 선물을 받아들고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했다고 자평할 수 있게 됐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부담금 등의 이유로 유럽의 동맹국을 압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트럼프의 유럽 경시 정책을 폐기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시절까지 중국을 동반 협력자로 보던 시각을 폐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을 일부 수용하여 중국을 지구적 차원의 경쟁자(Global Competitor)로 보고 중국을 견제해왔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장개석을 통한 개입전략이 중국의 공산화로 실패한 이후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적대시 정책, 중소분쟁을 기점으로 포용정책, 그리고 중국의 개혁과 개방 이후 자유무역을 통한 체제전환 정책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여 국내적으로는 군사력을 증강하고, 대외적으로는 위안화를 내세워 일대일로처럼 아시아, 구 소련 지역,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영향력을 확대하자,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보다 강경해졌다. 특히 식량과 에너지 등 자원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이다. 미국은 중국을 과거의 협력자에서 현재의 경쟁자로 보고 있으며, 수십 년 안에 미국의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미래의 가상 적국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권위주의 국가로서 경제력을 앞세워 전 세계에 권위주의 국가를 확대해 나갈 경우 이러한 권위주의 동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동맹을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초의 정상회담을 일본과 한국을 선택하여 G7 이전에 이미 대중국 봉쇄전략을 선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반 정상외교를 통해 중국의 약점인 대만 독립, 홍콩의 민주화, 위구르 등 소수 민족의 인권탄압을 국제적인 현안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선거 개입, 러시아와 중국 및 북의 사이버 테러와 여론조작 등을 부각시켜왔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러시아, 중국 북 등의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항한 민주주의 동맹을 구축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실제로 후보 시절부터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주장해왔다. 영국의 존슨 총리 역시 이번 회담의 G7과 4개국 초청국들을 민주주의 11개국(D 11)으로 지칭하며 미국의 의도에 부응하였다. 따라서 열린 사회 성명(2021 Open Societies Statement)은 바이든이 구상하는 민주주의 정상회담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중국 통한 대북 제재보다는 직접 외교 나설 가능성
미국의 중국 강경책은 북핵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정상들은 북한에 대해서도 동맹국들의 대북제재를 재확인하였으며, 미국의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였다. 이는 미국이 비록 대북 제재라는 출발점에 서 있지만 향후에는 제재 중심이 아니라 외교 중심으로 방향 전환을 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준다.
과거 미국은 중국의 북에 대한 영향력을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중국을 설득하여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북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할 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중국과 북의 관계는 개선된다. 이러한 관계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즉 러시아, 중국, 북이 미국을 견제하려는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쓰는 것은, 향후에 중국을 통한 대북 제재보다는 미국 자신이 직접 북과 대화하는 외교전술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