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대인 이준석 대표가 선출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선출로 '꼰대당'이라는 이미지가 더불어민주당으로 전가됐다는 것이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이준석 대표와 서울 노원병에서 예비후보로 뛰었던 이동학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이 대표 선출 과정 어떻게 봤을까. 지난 18일, 그에게 이준석 대표와 청년 정치 그리고 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이 청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민주당, 위기의식 확실히 느끼고 있다"
- 당 대표 당선으로 '이준석 바람'이 불고 있잖아요. 최고위원님은 5년 전 이 대표와 노원병에서 붙은 적이 있어요. 이걸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를 것 같아요.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에게 변화의 실마리를 봤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정치에 대한 변화와 열망이 이준석 후보에게 투영된 것이라고 봤어요. 동시에 민주당은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로부터 상당히 큰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봐야죠. "
- 민주당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위기의식은 확실히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내년에 있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은 쉽지 않기 때문에 걱정들이 많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변화할 건지가 문제 아닌가요?
"지금 그 내용을 치열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일단 첫 번째로는 우리가 집권여당인데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던 포인트들을 짚어보면 여러 가지 정책적인 미숙함도 있었지만, 위선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만들려고 했던 사회의 모습에 우리 스스로가 반하는 일들을 많이 행했습니다. 예를 들면 LH 건 같은 거예요. 신뢰를 잃어버린 거잖아요. 그래서 그 신뢰를 다시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조국 전 장관 문제는 극복이 가능할까요?
"MZ세대가 느끼고 있는 여러 가지 불공정한 문제들에 대해서 특히 교육과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이후 우리 당이 얼마나 대안과 확신을 줄 수 있느냐가 문제인 거 같아요."
- 이준석 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사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되고 난 다음엔 '수술실 CCTV 문제'라든지 아니면 '선거법 연령'이나 문제라든지 또 '평등권' 문제에 계속 유보하는 이야기들을 해서 실망스러워요. '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들더라고요. 건강한 보수에 기대했던 역할을 다시 해주길 바랍니다."
- 이 대표의 나이 때문일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생각을 하는 걸까요.
"어리거나 성격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준석 대표 또한 당내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의원들과 기 싸움을 하고 있을 테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할 겁니다. 유권자와 당원 모두 '대통령 선거에 이겼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을 텐데, 이들의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관심사와 가치관까지 바꿀 수 있을까요? 그게 관건이 되겠죠."
- 그럼 이 대표가 당 의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고 보시나요?
"그건 앞으로 이준석 대표가 뚫고 나와야 할 관문이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휘둘린다고 보여지진 않지만 앞으로 여러 위기가 있을 건데 그때마다 정확하게 민심을 읽고 그 민심 속에서 당을 건전한 보수로 자리매김 하는 데 일정 부분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 인사는 어떻게 보세요? 한기호 의원은 지속적인 막말 논란이 있지만, 사무총장에 임명했는데.
"사무총장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당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한데 막말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북한의 행사라고 하는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을 했던 사람이 다시 당의 중요한 자리에 중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짜 변화의 흐름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 맞나라고 하는 의문이 들죠."
- 이준석 대표는 당직을 시험 봐서 선발한다는 것 같은데.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은 일종의 수준을 검증하는 것인데, 국민의힘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과 실력 사이에서 시험의 수준이 결정될 거 같은데요. 당의 구성원 간 굉장히 큰 갈등 속으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할당제 폐지? 할당제 해도 이 모양인데..."
- 이준석 대표는 당내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하는데 할당제 폐지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저는 정치권에서 할당제를 폐지한다는 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또 할당제 폐지로 실력 있는 사람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하는 것에도 동의하기가 어려워요. 왜냐면 현재 여성 국회의원, 청년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할당제를 통해서 진입한 겁니다. 아예 없는 것을 그나마 올린 거에요.
그러니까 이 할당제를 없애게 되면 50, 60대 남성 중심 의회가 되죠. 그리고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할당제를 해도 이 모양인데 할당제까지 없애면 상당히 큰 쏠림 현상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의회를 구성하도록 정당에선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 민주당 지지자 중 일부는 '이준석 바람'을 깎아내리려 하는 것 같아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준석 당 대표 선출은 민주당에 좋은 자극제라고 봐요. 하지만 이준석이 잘 안 된다고 민주당도 다시 안일하게 남아있을 순 없죠. 상대방을 깎아내린다고 우리가 올라가지 않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 정치가 상대방 욕을 하고 상대방이 무너지면서 내가 선택받는 그런 마이너스형 정치가 아니라 내가 잘해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유권자들의 선택과 지지를 받는 그런 플러스 정치로 좀 전환 됐으면 좋겠어요. "
- 이준석 대표 당선 전까지 국민의힘은 '나이 든 꼰대 정당' 이미지가 있었고, 민주당이 젊고 활력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반대가 된 것 같아요.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로 인한 착시가 있어요. 앞으로 젊은 층들의 입당 등으로 실제로 세대교체에 성공할 것이냐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민주당은 지금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융합의 길로 가고 있는데요. 저희도 더 노력해가겠습니다."
-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청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 않나요?
"좋은 인물들이 많아요. 특히 기초 광역의원 군에서도 많은 청년의원이 활약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민주당에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될 거예요. 대표적인 얼굴보다는 전반적인 토양이 훨씬 중요한 것 같아요."
- 지금 민주당 청년 나이가 만 45세로 알아요. 너무 높지 않나요?
"저도 만 39세로 청년이라고 하면 멋쩍은 나이라는 생각입니다. 여러 가지로 볼 때 나이 문제는 조금 낮추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고령화 시대가 되니 연령을 오히려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현재도 연령 구조상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청년위원회에 있는 형국이라 외부적인 시각으로 볼 땐 이상한 것이 사실이죠."
- 그럼 어느 정도요?
"35세 정도까지 확 낮춰서 청년들이 가진 이슈들에 빠르게 대응하면 좋겠어요. 유럽도 주로 청년당이 35세이고, 실제의 활동 주력 연령이 20대예요. 30살 넘어가면 자문위원 같은 역할을 하죠."
- 최고위원님께서는 5년 전 86세대 용퇴론을 주장했잖아요. 지금도 변함 없으세요?
"지금은 세대교체 국면이 아니에요.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약간 지금 시간적으로 안 맞아요. 왜냐면 총선이 가까이 있어야 되는데 총선은 3년 뒤에 있잖아요. 오히려 지방선거에서 훈련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더욱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 어떻게 노력해야 한다고 보세요?
"일단은 첫 번째로는 정치라고 하는 건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좀 더 실력을 갈고닦고, 준비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실력이 없는데 할당제를 통해서 들어가려고 하는 것보다도 실력 자체를 키우고 선배 세대에게도 도전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아이돌 같은 경우 기획사에서 몇 년 동안 연습생 시절을 거치는데 그런 게 필요하다고 보세요?
"아이돌처럼 모든 것을 걸어서 데뷔 확률이 낮은 자리에 도전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생업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정치 교육을 통해 정당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 민주당은 너무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어요.
"보기에 따라서 좀 다른 거 같아요. 지금 다양한 목소리 이런 것들이 너무나 거대한 정당이 되면서 많이 가려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공론장으로 다른 이들의 목소리들이 다양하게 분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이냐는 현재 민주당의 과제예요."
-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이견에 대해 용인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 편이 아니라고 몰아붙이는 순간 편 가르기가 되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분열의 길로 가는 거예요.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다름을 통합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로가 당을 위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믿어줄 필요가 있지요."
"청년정치? 시대의 과제와 싸우는 정치를 해야"
- 청년들이 정치 중심에 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준석 바람으로 끝날까요?
"단순히 중심에 서는 게 중요하진 않고,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해요. 시대의 과제와 싸우는 정치를 해야죠. 민주당에서 지금 상당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냥 일부 청년들이 이렇게 발탁되는 모양새가 아니고 실제로 민주당 자체가 다양한 세대들이 들어와서 논의할 수 있는 창구들이 더 많이 열릴 거라고 보고요. 그런 면에서 민주당에서 향후 젊은 정치인이 훨씬 더 많이 탄생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이번 주 내로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에 대해 결론 내려고 했지만, 오늘(18일)도 결론 안 났어요.
"국민 입장에서 이 문제를 관심 있어 하지 않고 있어요. 민주당이 이 문제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국민들의 마음을 더 떠나게 하는 길이에요. 그래서 이 부분은 빠르게 정리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냥 원칙대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거죠."
- 연기를 주장하는 쪽 주장은 흥행이 안 되고 대선 후보가 먼저 결정되면 혼자 공세를 다 맞아야 하니 불리하다는 건데.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후보자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한 공약 내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봐요. 국민들의 눈길을 끌고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거기에 국민들의 여러 가지가 반영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흥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미루거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흥행요소가 생길 것이라고 보진 않아요.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