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의 전체 부지는 330만9553㎡이다. 평수로는 대략 1백만 평이다. 그렇다면 1백만 평은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
우리가 흔히 면적을 얘기할 때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는 축구장 1개의 넓이가 FIFA(국제축구연맹)에서 정한 기준으로, 가로 105m, 세로 68m로 7167m²이다. 대략 2천 평 정도니까 축구장 5백 개 정도의 면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지금은 작고하였지만 할리우드 은막의 스타였던 그레이스 켈리 왕비로 유명한 모나코 공국의 전체 면적이 200만m²(60만평) 정도이니 한 나라의 국토 면적보다 1.6배나 큰 규모이다. 교황이 다스리는 면적 44만m²의 바티칸 시국과 비교하면 무려 7배나 넓다.
대전광역시 내에서도 단일 기관으로 이보다 넓은 부지를 가진 기관은 없다. 충남대학교의 경우 대덕캠퍼스, 보운캠퍼스, 연습림과 목장, 병원 부속 토지, 임해수련원 등을 모두 포함해도 2016년 기준 198만669m²로 현충원 부지에 비하면 3분의 2도 되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KAIST 부지(127만5247㎡)와 합쳐야 겨우 비슷해진다.
권율정 전 대전현충원장은 지난 1976년부터 시작한 당시 부지매입에 대해 이렇게 기억한다.
"그 때, 지금 이 땅이 평당 2700원이었으니까 100만 평을 샀다고 해도 현재 서울 아파트 1채 값도 안되는 돈이에요. 군부 독재시대니까 이렇게 많은 땅을 수용할 수 있었던 거죠. 지금 같으면 대한민국 어느 땅에 100만 평을 국립묘지로 조성할 수 있겠어요? 특히 이런 대도시 인근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현재 갑동 쪽이 평당 500만 원이라고 한다면 적어도 1000배 내지는 1500배 오른 거예요."
'현충원' 하면 대전 지역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흔히 '동작동 국립묘지'로 알려진 서울 현충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주요 인사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의 국가 원수나 귀빈들도 빠지지 않고 방문하여 참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늘 언론의 주목을 받는 데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방명록에 남긴 정치인들의 한두 줄 글귀의 의미나 누구 묘소에 헌화했느냐는 것에서 정치적 의미를 따지기도 하니 이래저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장소다.
국립서울현충원은 한국전쟁 이후 여기저기 산재해 있던 순국 전몰장병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한 국군묘지로 1955년 출발하였다가 1965년에 국립묘지로 바뀌었다. 관악산 기슭 공작봉 아래 한강을 내려다보는 배산임수형 위치에 자리잡은 서울현충원은 면적으로만 따지자면 대전현충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3만㎡(약 43만평)의 규모다.
안장 규모도 대전현충원이 서울현충원을 압도한다. 대전현충원에는 묘역에 9만5천여 기가 안장되어 있으며, 앞으로도 약 5천여 기의 묘역 안장이 가능하다. 서울현충원의 묘역 안장 5천4백여 기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된다.
대전현충원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2년에 만장이 될 것으로 예상돼 부족한 안장 묘역을 대신할 수 있는 납골당인 '충혼당'을 지난 5월 4일에 개관하였다. 4만9000위를 모실 수 있다.
서울현충원의 납골 안장은 2020년 12월 말 현재 애국지사 168위, 국가유공자 2위, 일반유공자 22위, 군인 2만951위, 군무원 67위, 경찰 568위 등 총 2만806위(부부 1만9337위, 단독 1614위)가 안장되어 있다. 이미 지난해 7월에 조기 만장이 되어 제2충혼당 건립을 추진 중에 있지만 현재까지 안장 능력으로만 따져도 대전현충원이 2배 가까이 크다. 다만 서울현충원에는 유골조차 찾지 못한 10만4천여명의 위패가 모셔진 위패봉안관이 있는데, 대전현충원 현충탑 안에 있는 4만1천여명의 위패가 봉안된 위패실보다 규모가 크다.
현재 서울과 대전 두 곳의 현충원 외에도 각 지역별로 경기도 이천, 충청북도 괴산, 경상북도 영천, 전라북도 임실, 경상남도 산청 등 5곳에 국립 호국원이 있다. 이중 가장 최근에 개원한 국립괴산호국원이 89만7640㎡로 가장 넓고, 국립영천호국원 36만9000㎡, 국립이천호국원 29만㎡, 국립산청호국원 25만㎡, 국립임실호국원 10만㎡의 순이다.
이 외에 서울에 있는 4.19민주묘지(9만6,837㎡), 대구의 신암선열공원(1만㎡), 광주의 5.18민주묘지(16만6734㎡), 경남 창원의 3.15민주묘지(12만8005㎡) 등 네 곳의 민주묘지 역시 국립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전쟁뿐만이 아니라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수많은 피를 흘려야 했던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자 민주시민 교육의 생생한 현장이 되고 있다.
또한 제주 지역에 도립 공설 묘지로 운영되던 충혼묘지를 현충원 또는 호국원으로 확대 개편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으로 올해 말에는 부지면적 27만4033㎡ 규모로 완공될 전망이다. 아울러 대전현충원의 만장에 대비해 경기도 연천군에 5만기를 수용할 수 있는 93만9200㎡ 규모의 국립연천현충원이 2025년 개원을 목표로 현재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국립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묘지 중 대전현충원의 규모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우리나라 최대라는 사실은 오랫동안 변치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규모는 미국의 대표 국립묘지인 258만㎡의 알링턴 국립묘지(Arlington National Cemetery)보다도 클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미국 내에 있는 약 139개 국립묘지 중 대전현충원보다 큰 곳은 3곳이다. 최대 규모인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칼버튼 국립묘지(Calverton national cemetry)는 365만㎡로, 대전현충원보다 약 3만㎡(약 1만평)가 넓다. 칼버튼 국립묘지를 비롯해 일리노이스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국립묘지(Abraham Lincoln National Cemetery)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리버사이드 국립묘지(Riverside National Cemetery)만 대전현충원보다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대전 현충원은 단순히 부지 면적이 넓다는 점뿐만이 아니라 경건하면서도 아름답게 가꾸어진 경관을 갖춰 이곳을 찾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현충원 외곽을 둘러싼 우거진 숲과 폭신한 흙길로 조성된 총 10km의 보훈둘레길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현충원을 즐겨 찾게 만드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 각지에 분포되어 있는 현충원, 호국원, 민주묘지 등 국립묘지가 현재 11곳이고 앞으로 두 곳이 더 개원하면 13곳에 이른다. 현충원에 대해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잠든 영령들의 후손이나 유족들만이 찾는 공간으로 국한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 개별적인 묘소로서가 아니라 전국의 국립묘지를 연계해 국민 누구나 즐겨 찾을 수 있는 '호국 성지 순례길'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시민미디어마당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