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육아를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언젠가 막이 내릴 시대이지만 안 그래도 힘든 육아에 이 시국이 무언가로 고통을 주는지 알리고 공유하며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습니다. 항상 말미에 적는 글이지만 아기를 양육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 너머의 존경을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기자말] |
지난 주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엇,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시지?'
의아한 마음에 현관 모니터를 보니 어라? 통장님이셨다. 통장님께서는 민방위 관련 통지 때나 찾아오시는데 무슨 일이시지? 내가 뭘 잘못했나? 등의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고생 많으시죠... 근데 여기는 어쩐 일로?"
"안녕하세요. 아기 잘 크죠? 뭐 하나 꼭 부탁할 게 있어서..."
차를 내어 드리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랬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따님과 함께 우리 집 앞을 지나다가, 따님이 저 집에 있는 조명처럼 꾸며서 자신의 아기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는 것.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찾아오게 되셨다는 거였다.
당황한 우리 부부 앞에서 통장님은 연거푸 부탁을 반복하셨고 아내는 사놓은 여분의 조명들을 내어 드렸다. 그리고 다음에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와 방법들을 자세히 알려 드렸다. 그런데 통장님이 다녀가셨던 그날 저녁,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한 통의 전화도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지난번, 한번 배달 갔던 적이 있는 기사인데요..."
아.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이 분은 지난번에 우리 집에 배달을 오셨던 기사님이셨다. 그때 집 앞에 놓인 분수를 보고 아내에게 여러 가지 물어보며 관심을 가지다가 돌아가셨는데 아무래도 아기에게도 구입해주고 싶어서 역시 실례인 줄 알면서도 연락을 주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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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수와 연꽃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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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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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조명도, 분수도 다 아내의 '랜선 육아'로 설치한 것이었다. '얼리어답터' 아내의 고민의 결과다. 처음 아내는 밤에도 나가려고 하는 아기 때문에 고민을 시작했다. 아기가 밤에도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난감이나 집중을 하며 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아내는 이런 내용을 SNS 등에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의 수많은 댓글과 사연들이 도착했다. 혹 밤에 나갈 때나 문을 열 때 필수품인 모기 기피제 밴드 같은 제품들을 꼭 착용해야 한다는 배려 섞인 노하우들은 덤이었다.
아내는 장마가 오는 것에 대비해서 더욱더 속도를 붙였다. 장마가 와도 문을 열고 밖을 보면 시원하게 내리는 비 너머로 더욱더 반짝일 예쁜 불빛을 선물하고 싶어 했다. 아내는 이른바 '검증'이 된 제품들의 구매와 사용 시의 '팁'들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정보를 찾았다.
태양광 조명은 아기 장난감에 많이 필요한 건전지나 전기가 필요 없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따로 관리를 해주지 않아도 되고 조명도 교체할 필요가 없으니 아기와 아기 엄마에게 이토록 좋은 장난감이 어디 있으랴.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아기가 좋아하고 관리가 편하고 게다가 유지 비용까지 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아내는 조명들을 후에 더 사모으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기와 함께 산책을 갈 때 용이하도록 센서등과 외부조명들을 추가로 장착(?)하였다.
그 이후 밤에 집을 보면 아예 '다른 집을 만들어 놓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반짝였다. 아내는 내성적이라 튀는 것을 정말 꺼리는 사람이다. 아기가 아니었다면 저런 튀는(?) 집을 만들 사람이 아니다. 꾸미려고 꾸민 것이 아닌데 매일 다른 시간이지만 의도치 않게 밤에 반짝이는 집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통장님 말고도 나이가 좀 있으신 어른들의 부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내는 이른바 직구로 조명들을 구입했기에, 이웃들에게는 구매대행도 부탁받았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필자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고 아기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잠깐 나갔을 때 부탁을 받기도 하는 식이었다. 아이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들어 주다가 아내는 동네 '마당 디자이너'가 되어 버린 듯했다.
출근길에 아내에게 물었다.
"코로나 시대가 아니었다면 혹시 태양열 조명이랑 장난감까지 생각을 했을까요?"
"아니요,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잖아요. 만약 그랬다면 다른 좋은 장난감을 찾아주는데 더 신경을 쓰고 집중했을 것 같아요."
문을 열고 비 오는 날 밖을 바라보며 불빛을 보고 집중하는 아기의 모습에서 코로나 시대의 슬픈 단상을 만난다. 조금 더 특별한 이 시기를 여러가지 사연과 방법으로 아기를 사랑하며 보내고 계실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에게 이 글을 빌어서 감사와 응원 그리고 존경을 보내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작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